'1인10색' 소비자마음 포착을

『히트상품을 만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중요합니다.』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이자 CS·유통 마케팅 팀의 장승규상임교수의 히트상품 비결론이다. 장위원은 『기술 디자인 등에서 기존 상품과의 차별성, 소비자를 강력히 끌어들일 수 있는 마케팅 등도 중요하지만 결국 소비자의 니즈에 연결되는 것』이라며 『히트상품은곧 소비자의 니즈 충족』이라고 덧붙였다. 홍수를 이루는 상품의과다공급시대에 소비자의 손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필요를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경영자라면 누구나 자사제품이 시장에서 높은 평판을 받고 시장지배력이 높아져 이익이 크게 증대되는 것을 꿈꾼다. 굳이 경영자가아니라도 상품제조-유통-판매에 이르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관련된기업체근무자라면 히트상품이 나오길 학수고대한다.그러나 히트상품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과거 공급자주도의 시장구조에서는 생산자인 기업에서 자력으로 히트상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이는 신제품의 경우 히트상품이 되기는 쉬웠다.그러나 이제 「최초상품=히트상품」의 개념은 먹혀들지 않는다. 신제품 가운데 시장진입후 실패할 비율은 소비재가 30∼40%, 산업재가 20∼25%, 서비스는 18%정도라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어렵다. 후발업체들의 모방전략과 같은 치열한 경쟁도 신제품의 시장지배를가로막는 요소중의 하나다. 게다가 소비자의 니즈를 일일이 다 충족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소비자패턴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이다.신세계백화점부설 유통연구소는 이런 소비자변화를 80년대 초반의「10인1색」에서 80년대 후반의 「10인10색」으로, 90년대 들어서면서 「1인10색」으로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따라서 수많은 동종동류의 상품들을 제치고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르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그러나 히트상품에 대한 기업들의 집착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히트상품 한방이면 회사가 벌떡 일어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업에 히트상품은 야구로 치면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인 셈이다. 보해양조가 벌꿀을 첨가해 프리미엄급 소주라며 내놓은김삿갓을 예로 들 수 있다. 주세법개정에 따라 지난해 3월 시장에첫선을 보인 후 김삿갓은 12월말까지 모두 4천만병이나 팔렸다. 덕분에 매출도 95년의 7백71억원에서 1천2백억원으로 급증했다.이 가운데 김삿갓의 매출액은 3백60억원. 보해양조의 전체매출액가운데 30%에 이른다. 매출액증가뿐만이 아니다. 보해양조는 김삿갓이란 「히트상품」을 발판으로 삼아 소주업계의 강자로 부상했다.김삿갓의 성공에 힘입어 보해양조는 전국적인 업체로 발돋움하기위해 전북연고의 보배소주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보해양조에 있어 믿음직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그만큼 히트상품의 위력은 엄청나다.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히트상품. 그러나 히트상품은 탄생하는 것이아니라 만들어진다. 여기에는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마케팅전략가인 야먀다 리에(山田理英)는 이라는 책에서 『상품 가격 유통 판촉 등 4가지 요소가히트상품을 만드는 열쇠』라고 말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도 지난해 「불황기의 히트상품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히트상품을 만들기 위한 7가지 전략을 소개했다. 「△고객과 시장동향에 대한 주목 △작은 아이디어라도 소중히 취급하는 것△기술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 △상품과 목표고객에 적합한 광고·유통전략의 구사 △창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히트상품을만들 수 있는 골드칼라의 육성 △경쟁자보다 앞선 시장선점 △경제성의 원리」 등이다.이밖에 최근에는 환경친화성(자연성) 문화성 신토불이성 건강성 등도 히트상품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로 지적되고 있다.★ 인터뷰 / 신한종합연구소 사회문화팀기호로 세상을 읽는다『문화 생활 가치관 소비 상품 등과 같은 우리사회의 모든 사회문화적 현상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환경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미래지향적인 일이 기본적인 임무입니다.』 이번호 커버기사인 「97 히트상품을 읽는다」를 조사한 신한종합연구소(소장강신중) 사회문화실 이춘국실장의 사회문화팀에 대한 간략한 소개다.금융그룹을 만들어가고 있는 신한은행에는 다른 은행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번듯한 경제연구소가 없다. 있다면 신한종합연구소가 있다. 굳이 경제라는 말을 넣지 않은 것은 경제라는 틀에만 집착하지않고 경제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상의 연구라는 목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가장 눈에 두드러진 부서가 있다. 바로 사회문화팀이다. 기업문화팀과 함께 사회문화실소속으로 팀장을 포함해 모두 5명으로 이뤄져 있다. 모두 석사급이상의 고급인력이다.사회문화팀에서 수행하는 사회문화적 현상 즉 트렌드에 대한 분석은 독특하다. 『의미있는 기호들로부터 미래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는 기호론적 접근을 통해 사회현상을 분석한다』는 것이 박영배팀장의 설명이다. 기호론적 접근방법이란 『사물이나 현상을 하나의기호로 파악하고 그 기호들을 수집해 거기에서 의미의 연관성을 추출 유형화하는 방식의 해석을 통해 사회현상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도출된 신호가 사회현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신호(의미)이며나아가 어느 시점에 그 신호가 보편화된 사회현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박팀장의 덧붙인 말이다.기호론적 분석은 통계적 분석에서는 종종 무시되기도 하는 미미한신호들을 분석해 의미를 부여하는데서 시작한다.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면 2차 자료수집·실사·자료분석·인터뷰 등을 통해 사실(기호)을 수집해 이를 통계를 통해 기호적 언어로 나열한다. 이러한의미의 연계과정을 계속해 일정하게 관통하는 컨셉을 찾아내고 하나의 기호를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는 치열한 브레인스토밍이 이뤄진다. 보통 3주간에 걸쳐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대우의 탱크주의를 예로 들면 기존의 계량적 분석에서는 탱크주의의 성공을 가격 품질 등이 우수하다는 것으로 분석하게 된다. 그러나 기호론적 분석에서는 소비자들이 기본기능에 충실하고 내구성있는 상품을 선호하게 되는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이란 사회조류의 반영이라는 것이다.이런 분석을 확대시켜 보면 『기업에 있어서는 본업정신으로, 상품에서는 본질회귀로, 소비자에게서는 실질소비·이성소비의 형태로나타나는 보편성인 사회문화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박팀장의 설명이다. 「유곡면사회」나 「스마트사회」도 이런 기호론적 분석으로 나온 미래사회상에 대한 진단이다.유곡면사회란 21세기 사회는 캐주얼화 고급화 소프트화가 주도한다는 것이며 스마트사회는 디지털사회화하면서 높은 상품지식을 가진소비자들로 인해 상품의 질이 향상되고 다시 소비자의 상품지식이높아지는 순환과정으로 기업과 소비자가 다같이 「똑똑해지는」 사회가 된다는 말이다.이번 히트상품에 대한 조사에도 이런 조사·분석기법은 그대로 적용됐다. 약 3주에 걸쳐 팀장을 포함한 5명의 연구원들이 기업체의상품개발담당자 백화점매장담당자 전문소매상 등을 직접 만나 조사·분석했다. 히트상품을 전망하기 위한 하나의 공통된 신호를 찾아내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이 「치열하게」 이뤄졌다.「토론과정에서 부서원끼리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진을 빼는」 토론 후에는 항상 회식이나 술자리가 이뤄진다. 조사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자료수집차 나가면 배타적으로대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객관적인 데이터의 취득이 어렵고 소매상기업 협회 등의 자료에 있어 과장된 경우가 있어 이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되밟기도 했다.그래도 「하나의 신호」를 찾기 위한 사회문화팀의 발걸음은 정해진 행선지가 없다. 「5인 돌격대의 사회문화읽기」는 압구정동 신촌 홍대앞 등 길거리에 주저앉아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는데에도머뭇거림이 없다. 지나는 사람들은 힐끗힐끗 정신나간 사람 보는듯하며 지나기도 한다. 그러나 신경쓰지 않는다. 이런 사회문화읽기를 바탕으로 「비전 2000」 「트렌드 21」 「타운워칭」 등과 같은 책들도 발간했다. 여러 대학에서 교재로 쓰일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패션 제과 음료 액세서리업체 등 트렌드나 유행을 읽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나침반」과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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