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공유해야 '진짜 힘'

MIS 그룹웨어 ERP 등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경영혁신도구는 다양하다. 그러나 정보혁신도구를 도입했다해서 모든 기업이 생산성을 올린 것은 아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기업의 제도와 문화가 정보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포스트 잇으로 유명한 미 3M사는 엄청난 양의 신제품을 쏟아내는것이 특기다. 6만개의 특허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매년 5천개씩신제품을 발표한다. 이러한 3M의 저력은 뛰어난 정보시스템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공유하는 문화에서 나온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아이디어와 같은 지적자산의 특징은 공유할수록 가치가 커진다는점이다. 두사람이 지식을 서로 교환한다면 그 두사람의 지식은 배로 늘어난다. 지식을 공유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개개인이 활용할수 있는 지식의 양은 급격하게 증가한다.◆ 지적자산 공유할수록 가치 커진다그러나 지식의 특성상 사람들은 공유하기 보다는 독점하려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격언이 시사하듯 지식과 정보는 개개인의 자산이자 경쟁력의 밑천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면접촉을 중시하는 한국문화풍토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것은 공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공문을 보내고 업무연락을 하는데는 매우 편리하죠. 또 사적인사항을 전자우편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흡연실이 아직도 정보의 메카 아닌가요.』 그룹웨어를 90년초부터 도입하여 사용하고있는 A기업 실무자의 말이다. 그룹웨어가 이미 일상적인 업무수단으로 정착됐지만 지식을 공유하는 장으로 발전하지는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룹웨어의 게시판에 부족한 지식을 얻고자공지를 했지만 도움을 준 사람은 극소수였다』는 또 다른 관계자는『지식의 공유는 평소에 아는 인맥을 이용하는 것이 보다 빠르고확실하다』고 덧붙였다.그룹웨어를 5년째 사용하고 있는 B기업은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를만들기 위해 독특한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 회사는 전자게시판에 정보를 한건 올릴 때마다 2만원씩 특별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그 결과 다수의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 전자게시판은 다양한 정보로 가득 채워졌다. 처음엔 대성공인것 처럼 보였다.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게시판은 쓸모없는 글들만 올라왔다. 건당2만원이라는 데만 집착해 정보의 가치는 염두에 두지 않고 글이 된다 싶으면 무조건 베껴서라도 글을 올린 것이다. 게다가 올라온 자료들은 정리되지도 않아 어쩌다 뜬 알짜정보도 쓸모없는 게시물에파묻혀 사장되고 마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결국 이 게시판에 대한 특별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는 폐지되고 말았다.지식을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렵게 획득한 정보라도 조직내의 다른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려 하는 사람이 출세하고 성공하도록 하는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 아이디어 공개하는 사람이 출세한다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은 「지식공유문화」가 정착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의 정보시스템인 「AA넷」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면아무리 전문적이고 자신의 노하우가 드러나는 것일지라도 전세계전문가들로부터 즉시 답변이 온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공유문화가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도 오랜 경험을 통해어렵게 쌓은 노하우를 공개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회사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노하우와 지식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기까지는 제도적지원과 함께 시간이 필요했다. 주요한 승진심사때마다 「AA넷」등 사내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지식을 공유한 사람을 발탁하는 등 지식과 노하우의 공개가 곧 개인의 성공으로 연결되는 사례를 만들어 갔다.지식의 공개여부를 평가하는데는 단순하게 전자게시판에 글을 올린횟수를 고려할뿐 아니라 올린 게시물의 조회건수등 다양한 척도가활용됐다. 시스템의 기록파일을 분석, 도움요청을 많이 받고 문제를 해결할수 있도록 해준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식의 발신자는 자연스럽게 사내 유명인사가 됐고 이들을 성공의 모범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이러한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필요한 것이 시스템에 대한 신뢰구축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때 네트워크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더니정말로 문제가 해결되더라」는 조직원들의 경험이 필요하다.이 회사의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문화는 연례행사인 워크숍행사장의 모습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워크숍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는데 눈에 띄는 모습은 엑스포전시장과 같은 부스가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각 부스에서는 각 팀들이 1년간 준비한 「인터넷비즈니스」 「데이터베이스마케팅」 등 각종 연구조사결과를 워크숍참가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호객행위」를 한다. 삐에로로 분장을 해시선을 끌기도 하고 경품을 나눠주기도 한다. 지식을 독점하지 않고 조직안에서 공유하려는 문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물론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을 활용한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1인1PC에 이 컴퓨터들이LAN(구역내통신망)으로 연결돼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수많은 개인들의 지식을 관리할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한다.이 회사의 네트워크에서 독특한 것은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누구인지 쉽게 조회할수 있도록 한 데이터베이스인 전문가목록(SkillInventory)이다. 물론 이 데이터베이스에 자주 거론되는 인물은 「성공한 직장인」이다. 전문가목록과 함께 사내의 각종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데이터베이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베이스는 항상 유용한 정보가 넘친다. 사용하기 쉽도록 지식관리팀이라는 별도의 조직도 만들어 관리한다.이와 같이 조직내 지식을 통합하고 인간의 지능을 관리하는 것이최근 경영학의 새로운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를 「지식경영」혹은 「지식관리」라고 한다. 굳이 「지식경영」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많은 기업들이 이미 제안제도를 운영하는등 개인의 지식을 조직의 지식으로 통합하려는 다양한 시도다. 구성원들의자발적 창의력을 끌어내기 위한 동기부여도 여러종류가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개인들의 지식을 조직의 지식으로 통합하는데 실패한데는 지식공개가 성공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최고경영자의 분명한 비전제시가 없었기 때문이다.손영호상무는 「지식경영은 정보시스템의 한단계 위인 일종의 경영철학으로 분류할수 있다」며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잡기위해선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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