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ERP시스템 도입 붐

국내 업계에 ERP(전사적자원관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주요대기업들이 선진 경영정보시스템인 ERP도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있는 것이다.ERP는 올해 기업정보화의 최대 이슈로 등장할 기세이다. 이는 우리기업이 21세기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ERP시스템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세계적인 상품을 만들어 공급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제적인 비즈니스 표준을 먼저 수용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한동안 ERP기술에 대해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왔던국내 기업들도 이제는 ERP의 효용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 분위기이다.이에따라 국내 ERP시장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올해 ERP시장이 1천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어림잡고 있다.국내 ERP시장은 외국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세계적인 ERP솔루션 제공업체인 독일의 SAP와 미국의 SSA및 오라클, 네덜란드의 BANN 등4개 회사가 우리 시장을 주도하고있다. 그밖에도 몇몇 회사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했지만 이들 4개회사에 밀려 시장탐색 수준에 머물고있다. 국내 업체로서는 삼성데이타시스템(SDS)쌍용정보통신 현대정보기술 대우정보시스템등 주요 SI업체들이 ERP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이들 메이저 외국회사의 밴더역할에 그치고있는 수준이다. 국내 ERP기술이 전무한 탓이다.올해 국내 ERP시장 1천억원 규모현재 국내시장(공급 기준)판도는 지난 80년대말 국내에 진출한SSA가 가장 앞서 가고 있다. SSA는 유한킴벌리 대우시멘트 기아중공업 텔슨전자등 59개업체에 ERP제품인 BPCS를 공급하고 있다.BPCS는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고 설치가 간단해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특히 가장먼저 한국에 진출해 한국기업의 경영여건을 잘 이해하고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SAP는 최근들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그룹소속회사및 삼보컴퓨터 현대전자등 38개 회사에 ERP제품인 R/3를공급하고 있다. 삼성그룹내에만 3천~4천 유저가 공급돼 있다.SAP는 시스템통합(SI)전문업체인 삼성데이타시스템(SDS)과R/3의 한글화 계약을 체결,국내 시장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ERP분야 세계 최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SAP는 곧 국내시장에서도 수위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오라클은 중·대형 회사를 중심으로 「오라클어플리케이션스」공급선을 확대해가고 있다. 주요 사이트로는 한국엔지니어링 만도기계현대전자영국공장 LG전자등 10여개에 이른다. 오라클은 특히LG-EDS 현대정보기술등의 SI업체들을 통해 ERP 공급사이트를 늘려가고 있다.BANN사는 현재까지 공급선이 한국중공업에 그치고 있지만 SI업체인쌍용정보통신 코오롱정보통신 포스데이타등과 손잡고 이들 그룹회사들에 대한 ERP공급을 추진하고있다. 이들 외국회사의 적극적인시장공략을 감안하면 연내에는 3백∼4백개의 국내 업체가 ERP도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국내 기업이 ERP도입으로 노리는 장기적인 목표는 기업경영프로세스 전반을 표준화, 본사와 국내외 지사를 연결하는 통합시스템을구축하자는 것. 특히 해외에 지사를 설립한 대기업들에 효용가치가크다. ERP는 기업정보시스템의 종착지라고 할수 있는 CALS(생산조달운영정보시스템)체제를 구축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관행에 젖은 기업인 ERP 적응 더디다ERP가 업무프로세스상의 비용을 절감해준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기업들의 ERP도입 붐을 부추기고 있다.한국오라클 관계자는 ERP시스템 구축비용이 일반적으로 매출액의 1~3%에 해당하지만 구축후 수년내에 매출액의 5~10%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말했다. 중소기업도 ERP를 도입할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그러나 ERP가 과연 한국기업에 완벽하게 적용될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검증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SAP의 R/3을 구축,운용하고 있는 삼성그룹내 회사들도 ERP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를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다. SDS 관계자는 『ERP도입의 효율성 평가에 대해서는 그룹내에서 반반으로 갈려 있다』며 『이는 기존 경영관행에 젖어있는 경영진들이 비즈니스프로세스리엔지니어링(BPR)과정을 통해 구축된 ERP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RP의 정착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일부 ERP비관론자들은 선진외국의 경영체제를 그대로 답습한 ERP시스템을 그대로 우리 기업에 적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있다. 세법이나 회계구조,금융관행등이 판이하게 다른 국내 경영환경에 선진외국의 경영체제를 그대로 이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이들은 또한 최근 ERP도입 붐에 편승, 경영전반에 대한 치밀한 컨설팅 없이 무리하게 ERP를 도입할 경우 오히려 회사경영에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 1~2년간의 사전조사및 컨설팅, 치밀한 BPR과정을 거친후 최적의 솔루션을 선택해 ERP의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RP란 무엇인가생산·재무·영업부문 통합 관리결재단계를 줄이는 등 조직의 인력과 시간 비용을 과감하게 줄이는다운사이징, 기업활동중 부가가치가 없는 부분을 줄여 경영의 프로세스를 단축하는 리엔지니어링 등 경영혁신을 위한 기법은 다양하다. 최근 경영혁신기법으로 각광 받았던 BPR(Business ProcessReengineering)은 리엔지니어링에 정보기술을 접목한 것이라 할 수있다. 전사적자원관리라는 뜻의 ERP(Enterprise ResourcesPlanning)는 재무 인사 생산 등 기업의 전부문에 걸쳐 리엔지니어링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인사정보시스템 재무정보시스템 생산관리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기업내의 물적 인적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경영혁신기법이다. 따라서ERP를 구축한 기업의 경우 한부서에서 데이터를 입력하기만 하면전부서에서 업무에 반영해 즉시 처리할수 있게 된다. 생산 영업 구매 재고관리 회계부서 모두 필요한 정보를 동시에 갖게 되는 것이다.예를 들어 영업부서에서 주문을 받았다면 이 정보는 곧바로 모든부서의 시스템에 입력된다. 생산부서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생산에들어가고 재고관리부서와 구매부서는 부품과 원자재를 준비한다.물류부서 역시 자재와 상품 배송준비에 들어간다. 회계관리부서는영업과 생산실적을 파악, 재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지원한다. 본부의 경영진은 영업 생산 재고 재무 등 회사내의 모든 부문에 대한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결국 기업전체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이동하면서 경영진을 포함한 사내 모든 부서가 신속하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ERP와 같은 혁신기법이 가능하게 된것은 ERP패키지라 불리는 소프트웨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RP」라는 용어를 ERP패키지와 혼용하고 있다. 독일의 SAP사, 미국의 오라클사와 SSA사, 네덜란드의 바안사 등이 대표적인 ERP패키지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이다. 최근 한국기업전산원과 한국하이네트가 한국형ERP개발을 위해각각 서울대학교및 카이스트와 함께 공동작업에 들어갔다.ERP패키지는 업무흐름이 전혀 다른 부문을 하나로 묶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모듈로 구성돼 있다. (모듈;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그 자체로 기능을 수행할수 있는 부분) ERP패키지의 모듈은 제조회사마다 다르지만 대개 재무회계 관리회계모듈 영업모듈 구매모듈 생산모듈 인사모듈 등으로 나눌수 있다. 물론 모듈별로 모든 프로그램은 연계돼 있어 데이터를 통합관리할수 있다.ERP프로그램은 기업별로 해당기업에 적합하도록 별도로 개발되는것이 아니라 패키지로 제공된다. 이는 곧 ERP를 도입하는 기업마다수정작업(Customising)을 거쳐야 함을 의미한다. ERP패키지는 제조회사에 따라 제조 유통 등 산업별로 특화한 분야가 다르므로 적절한 패키지를 선택, 수정작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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