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설립 등 '손수 요리' 전략

유통시장개방 1년.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려란바로 물밀듯이 상륙하는 외국업체들이다. 지난 1년동안 약1백개의다국적업체가 국내에 발을 들여놓았다. 대형 유통업체 외식업체 화장품업체 식품업체 가전업체 통신·다단계판매업체 서비스업체등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있다. 시장개방이 소비자들에게는 거품가격이 빠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형할인매장이란 새로운 형태의 유통채널이 등장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시장개방으로 수입품의 엄청난 유통마진이 해소됐다는 얘기는 없다.유통시장개방은 매장면적과 점포수의 제한을 없애고 외국인의 투자가능업종을 확대한 것이 핵심내용이었다. 그전까지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중소도매업(매장면적 3천㎡미만)에 한해 20개 이하의 매장을 가질 수있도록 했으나 이같은 제한이 없어진 것이다. 업종에 있어서도 곡물 고기 석유등 극히 일부만을 제외하면 모든 게 자유로워졌다. 여기에 소비자들은 외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복잡한유통체계로 인해 마진율이 높다. 외국자본으로서는 진출하지 않는것이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게 국내의 제반환경인 셈이다.◆ 화장품 유통마진율 2백93%외국업체의 한국시장공략은 수적으로는 합작형태가 주류를 이룬다.그러나 이는 아직까지 한국시장의 물정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이며미리 국내업체와 합작하고 있었던 회사는 최근 잇따라 어정쩡했던관계를 청산하고 있다. 이제는 직접 판매법인을 설립해 「손수 요리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유통분야에서는 초대형 다국적 업체들의 국내진출이 두드러진다.가격파괴형 할인점이나 회원제창고형 도소매점등 30여 다국적유통업체들이 합작 또는 직접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마크로 카르푸 프라이스코스트코 다카미야 제트로 라파이예트등 10여개 업체는 이미국내영업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카르푸와 마크로는 같은 유럽업체로서 비슷한 시기에 국내시장을 노크, 중동 일산 인천 분당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남의 집에서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외식업체들의 경우 이미 웬만한 도시의 중심지를 장악해 버렸으며 뉴스킨 샤퍼이미지 센슈카이등 통판회사들도 판매법인 등으로 전환하면서 소리소문없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제휴관계를 청산하고 직판으로 돌아서는 경향이 두드러진 분야는화장품업체들이다. 특히 이같은 전문상품분야에서는 외제선호성향이 강해 직판으로 전환한다해도 큰 영향이 없다. 크리스티앙디오르랑콤 사넬 엘리자베스아덴 에스티로더등이 줄줄이 단독법인으로 전환했다. 가전분야에서는 75년부터 국내에서 현지법인으로 활동하고있는 필립스가 일본업체들의 본격적인 진출을 대비하고 있는 상황으로 일본전자업체들이 독자적인 국내판매에 나선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그러나 아직까지 일본을 비롯한 다국적 가전업체들의 국내진출은국내업체에 수입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마쓰시타가 아남전자, 산요는 한일전기, 웨스팅하우스는 효성물산,브라운은 서통상사 등으로 연계돼 있다.유통개방과 더불어 이처럼 외국업체들의 국내상륙이 줄을 이을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상했던 사안이다. 문제는 외국업체들이 직접국내시장을 노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입마진폭이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원가가 7천원 정도인 향수가 3만5천원, 10만원짜리 스키부츠가 50만원에 팔려나간다. 화장품의 평균 유통마진율은 2백93%, 세탁기 청소기 오디오등가전제품도 1백50%안팎의 마진이 붙여진다.유통시장의 개방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그 긍정적인 효과가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야 한다. 필립스관계자는 『시장개방이라고해서 아직 일본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변한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외국제품간에는 아직 충분한 시장경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시장을 개방한 마당이라면 불필요하게 높은 마진을 붙여 폭리를 취하는 업자들을 막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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