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이커 외제수입 '돈벌이 혈안'

양주회사가 외국산 양주를 수입하고 의류회사가 외국산 유명브랜드를 들여다가 판매한다. 또 일부 가전회사들도 앞을 다투어 외제 유명 제품을 수입해 돈을 번다. 화장품 회사들도 그들 나름대로 자사브랜드 외에 별도로 외국산 고급 화장품을 수입해 판다.얼핏 보면 뭔가 이상한 듯한 느낌이 든다. 외국업체들을 상대로 경쟁을 해야할 한국기업이 오히려 수입상품을 국내시장에 들여다가키우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상품 하나 만들기도 벅찬데 수입까지손을 대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자사가 직접 국산품을 만드는 것과는 별도로 외제를수입해 재미를 보고 있다.국내에서 양주의 소비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하다. 해마다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5년 6천억원이었던 시장규모가 지난해에는 1조원에 이르렀을 정도다. 덩달아 외국산 양주의 소비량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전체 시장에서 외제양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여기서 말하는 외국산 양주란 완제품을 직접 수입하는 경우를 말한다.반면 국산양주라고 하는 것은 통상 원액만 들여다가 국내 양조기술로 브렌딩해 만든 것을 말한다. 국내 양주업계 3대 메이커로 꼽히는 두산씨그램 진로 조선맥주는 하나 같이 수입과 자체 주조를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세금문제 때문에 양주업체들이 오히려 완제품 수입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점이다.수입품에 대해서는 수입원가를 기준으로 주세와 교육세를 부과하는데 반해 국내에서 제조되는 제품에는 판매관리비와 업체의 이윤이포함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 제품에 따라 이윤이 최고20배나 차이가 나고 있는 실정이다.◆ 제조와 수입 병행업체 많아의류회사들도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한편으로 유명 외국산 제품을수입해 파는 경우가 적잖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만도 패션업체에서 40여개의 외국산 브랜드를 수입해온 것으로 파악되고있다. 특히 대그룹 계열의 업체들이 수입의류 판매에 적극 나서고있는 모습이다.에스에스패션을 거느리고 있는 삼성물산은 지난해 미국 여성복브랜드인 DKNY 사업권을 따냈다. 또 (주)선경은 지난해 로데오거리로일컬어지는 압구정동에 고급의류 멀티브랜드숍인 에디텀을 열었다.선경은 20대 남녀의 유럽풍 캐주얼의류인 에디텀을 주무기로 패션유통사업의 다각화, 고부가가치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패션업계의 선두주자격인 LG패션 코오롱상사 한일합섬 등도 캐주얼신사복 숙녀복 등을 중심으로 외국산 브랜드 옷을 다량으로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 유명브랜드 홍수시대를 맞고 있는 가전제품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양주나 의류처럼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가전사들이 외국가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아남전자의 경우 일본의 마쓰시타전기로부터 내셔널 파나소닉 브랜드를 들여와 국내에공급하고 있다.대우전자 역시 필립스 소형가전제품 일부를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는 최근 김우중 회장이 앞으로는 소비재수입을 하지 말라고 사장단에 지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화장품 회사들의 외제선호도도 국산품 보호측면에서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1백여개의 외국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와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화장품회사들이 직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국내 최대의 화장품 메이커인 (주)태평양만 하더라도 자체브랜드외에 프랑스에서 리리코스를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드봉화장품으로 유명한 LG화학 역시 기초화장품인 이디오세아를 직수입하고 있다. 또 한국화장품은 갈레닉 등 4종의 외국산 화장품을 팔고 있다.제조와 수입을 병행하는 업체들은 위에서 열거한 곳 외에도 많다.또 업종도 다양하다. 거의 전업종에 걸쳐 성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한 외제선호 심리와 업체의 상술이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풀이한다.국산품의 품질을 불신하는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외제를 가져와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일부 업체들은 사업다각화를 하는 과정에서 아예 수입쪽에 먼저 손을 대어 경험을쌓은 후 자체브랜드를 개발, 실속을 차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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