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스키·골프 89% 차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백화점 지하에 있는 킴스클럽. 이곳에서는 요즘 캘빈클라인 청바지를 3만2천5백원에 판매하고 있다. 서울시내 유명백화점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격(9만∼10만원)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치는 가격이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판매부진을 겪고 있지만 캘빈클라인 청바지는 킴스클럽 서울점에서 하루 20여벌씩 꾸준히 나가고 있다.킴스클럽 위에 자리잡고 있는 뉴코아 본점 1층 수입상품행사매장.이곳에서는 지난해말 이탈리아 유명브랜드 핸드백인 「지안프랑코페레」가 24만원에 팔렸다. 종전 수입판매가격은 80만원을 웃돌지만 뉴코아는 4분의 1수준에서 내놓았다.뉴코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에 1백여개를 들여와 연말까지 다팔았다』며 올 봄에도 다시 들여다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처럼 그동안 공식가격처럼 굳어져 있던 수입제품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판매되는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95년11월 병행수입이 허용돼 외국상품에 대한 독점수입권이 사라지면서누구든지 제품을 들여올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3개품목 수입금액은 전체 89%여기에다 작년 유통시장개방으로 업체간 제품판매경쟁이 치열해졌다.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수입품을 들여와 싸게 파는데 몰두하고있다. 킴스클럽 프라이스클럽 등 할인점들은 특히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값싼 상품판매에 나서고있다. 프라이스클럽은 리바이스청바지, NBA(미프로농구)농구공 스팔딩, 오시코시아동복 등을 미국프라이스클럽 본사로부터 직접 들여다 판매하고 있다. 킴스클럽은수입상을 통해 버버리 , 리바이스청바지 등을 판매하고 있다.백화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취급품목은 수시로 바뀌지만 병행수입은 값싼 제품을 내놓는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이미 정착됐다.대부분 백화점들이 세일행사 또는 특별행사의 기획상품으로 병행수입제품을 팔고 있다. 병행수입의 특성상 매장을 갖추고 정기적으로판매하기보다는 특별판매형태로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성수기를맞은 스키제품의 경우 상당수가 병행수입방식으로 들여와 판매되고있다. 백화점관계자는 『일반매장에서는 많은 돈을 주어야 살수있는 상품을 값싸게 판매하기 때문에 병행수입품목에 대한 인기가 높다』고 말한다.병행수입품목은 대부분 의류제품이나 골프채 스키류 등에 집중돼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병행수입된제품가운데 의류 스키 골프 등 3개품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수입건수 3백75건중 3백33건. 병행수입되고 있는 물품의 89%가 의류골프채 스키류라는 얘기다. 금액면에서도 이들 3개제품이 차지하는비중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병행수입제품의 총액은 9백9만1천1백38달러. 이중 8백2만6천71달러가 의류 스키 골프를수입하는데 쓰였다. 전체금액의 88%에 해당하는 액수다.지난 95년에는 의류 골프채 스키 등 3개품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건수에서 52%(18건), 금액에서 60%(90만7천9백96달러)였다. 병행수입이 이처럼 3개제품에 몰리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유명브랜드 의류제품이나 골프채 스키 등은 대부분 가격이비싸고 외제 선호도가 높은 제품들이다. 그만큼 잘 팔릴 가능성이높다.이들 제품은 또 병행수입이 허용되기 이전에는 독점수입돼 높은 가격에 판매돼 왔다. 병행수입을 하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이많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가격을 할인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반면 식품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병행수입은 줄어들었다. 통조림의경우 지난 95년 4건에 26만5천5백62달러가 수입됐으나 96년에는1건에 7만7천6백12달러로 격감했다. 제품값이 싸고 마진율이 낮은제품의 경우 병행수입의 장점이 거의 없다는 증거다.월별로 보면 병행수입규모는 최근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지난해 10,11월 두달동안 수입된 병행수입제품은 모두4백13만8천7백9달러어치로 지난해 11개월동안 병행수입된 금액의46%를 차지하고 있다. 외채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위기의식에도 아랑곳않고 병행수입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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