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산 확대로 '세계 최대'

얼마전까지만 해도 모자하면 좀 안다는 사람은 대개 「영안」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다다」가 세계 최대의 모자업체로 부상했다. 이 회사는 해외 생산·수출망을 확대해가면서 난공불락의 성을 쌓아가고 있다.다다실업(대표 박부일·55). 이 회사는 최근 3년여간 연평균 30%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 지난해 세계 스포츠모자 시장의20%를 점유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9천2백만달러(추정)의 매출을 올렸고 이중 5%가량의 순익을 남겼다.생산기지는 서울역삼동 본사·공장외에 인도네시아공장(모자·봉제완구) 방글라데시공장(2개)등 모두 4곳. 이 4곳에 총 8천30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봉제기 2천1백69대 자수기 1백49대등 설비규모도 대단하다. 지난해1천만달러 수출탑을 받은 봉제완구생산업체(다다산업)를 자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은행돈을 거의 쓰지않고 당좌수표 아닌 현금결제 거래를 해온 덕택에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다만 그동안 증자를 하지않아 자본금은 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76년 설립이래 21년만에 거둔 성적표이다. 특히 방글라데시 현지법인은 국내 기업의해외진출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91년 대카EPZ(수출가공지대) 바깥지역에 첫 법인을 설립했다. 이 법인은 지난해 2천2백만달러어치를 수출, 상당한 흑자를 보고 있다. 여기에 힘입어다다는 현재 방글라데시에 모두 1천5백만달러를 투입해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의 모자공장을 건립중이다. 대카EPZ(일명 사바)에 신축중인 부지 3천평 연건평 5천7백평 규모의 이 공장은 오는5월 준공될 예정이다.투자비는 국내은행을 통하지 않고 현지금융으로 조달했다. 그만큼현지에서 두터운 신용도를 확보했다는 얘기가 된다.이 공장에서 연간 3천만개의 스포츠모자를 생산해 나이키 아디다스필라 리바이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에 공급할 계획이다.◆ 방글라데시에 세계최대 모자공장 건립중다다의 성공에는 몇가지 뚜렷한 배경이 있다. 크게 보아 경영자의전략이 적중한 케이스이다. 이 회사의 박사장은 매뉴얼, 즉 「원칙주의 경영」을 특히 강조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성공에는 나름대로의 공식이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책속에서 혹은 벤처마킹을 통해 이 공식과 원칙을 찾고 이를 철저히 지키면 성공은 자연히따라온다는 것이다.원칙주의는 그의 확고한 신념이자 철학이다. 독서광인 그는 시오노나나미의 소설 「로마인이야기」에서 교훈을 찾아내고 있다. 즉 거대한 로마가 「법」이라는 대원칙 아래 움직였기에 오랫동안 최강자로 군림할수 있었다는 것. 실제로 개발 생산 영업 할것없이 이회사의 모든 업무에는 일정한 원칙이 있다. 작업동작까지 연구해표본을 만들었을 정도이다. 국내외 모든 직원들은 이 원칙을 개발·확립·준수하고 있다.그 내용은 방대하다. 「바이어용 샘플 5일이내 발송」, 「제품주문시 7일이내 공급」, 「매일 30분 교육」, 「현장·현물 확인관리및정리정돈」…. 이를 통해 공정전문화를 이루었다. 제안제도도 남다른 데가 있다. 현지공장의 관리자나 주요 작업자들은 매주 1건의개선·개발안을 내야한다. 서울 본사의 디자이너들도 매일 아이디어 1건, 매주 히트상품 1건을 고안한다. 매달의 전략상품과 자체디자인한 패턴을 바이어에 소개하고 있다. 우수제안자에 대해 매달포상함으로써 동기를 유발하고일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고 있다.특히 정교한 자수 및 뛰어난 연구개발력은 차별화의 핵심요인. 서울 본사 1백30여 직원중 개발인력은 모두 57명이나 된다. 디자이너패턴사 펀칭사 등이 바이어의 다양한 욕구충족을 위해 시시각각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개발과정은 최첨단 컴퓨터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연구개발에 매출액의 5%를 투자하고있다.박사장은 바이어들이 찾는 모자, 앞으로 찾을 모자가 모두 다다에있도록하는 것이 전사원들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의 실현을위해 매년 50건 정도씩의 실용신안 특허등을 획득하겠다는 각오이다. 박사장은 단순 이론가에 그치지 않는다. 철저한 현장주의 기업인이다. 매달 1회 해외공장을 돌며 구석구석 점검한다. 매뉴얼을지속적으로 개선해가고 있는 것이다.현지화는 물론 현지사회에 기여하려고 무던히 애쓴다. 회사측은 우수한 현지 고급인력을 모집 양성해 현지관리자에게 업무를 거의 맡기다 시피 한다. 이익분배 차원에서 현지학교에 대한 장학금 수여등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박사장은 현지의 종교 관습 문화도 존중해준다. 공장에는 기도실을 마련해 종교활동을 터주고 있을 정도다. 특히 현지인들에 대한 한국근로자의 폭력등 부당행위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있다. 박사장이 줄곧 강조해온 탓에 38명의 한국인근로자들은 국제신사·숙녀가 됐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전한다.현지 근로자들과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때문에 해외생산 8년동안 한건의 노사분규도 없었다.영업은 철저히 메이커 아닌 고객을 지향하고 있다. 바이어가 샘플을 요구하면 어떤 소재 어떤 스타일의 제품이든 반드시 만들어 공급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철칙이다.납기에 대해선 준수가 아니라 단축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방침이다. 지속적으로 변하는 트랜드를 쫓아 재고판매가 아닌 즉시판매를실현하는 것이다. 상호 끈끈한 관계 유지를 위해 바이어와 자주 접촉한다. 「주2회 전화하기」, 「월2회 샘플보내기」 등 정기적으로바이어와 접촉함으로써 신뢰를 돈독히 하고 있다.그렇다고 이 회사가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지난 92년자메이카에 진출해 1년만에 철수한 쓰라린 경험도 맛봤다. 당시2백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가동했으나 현지근로자들이 일을 배우려 하지 않고 직업과 제품의 중요성도 느끼지 않아 희망이 없다고판단, 과감히 철수한 것.◆ 연구개발로 품목 다변화한다『자메이카 정부측이 고용감소 등을 우려해 극구 만류했지만 모두43 컨테이너분의 기계 자재를 배에 싣고 철수해버렸다』며 그는 당시를 회고한다. 이같은 발상의 전환도 그의 경영원칙중 하나이다.박사장은 『안되는 사업인줄 알면서도 대외에 공포했다는 이유로아직 눌러앉아 붙들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사업하는 사람은허세와 최면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한편 다다의 급성장은 국내 섬유소재산업 발전에도 적지않게 기여하고 있다. 자재의 90%를 국내에서 조달하기 때문. 방림방적 충남방적을 비롯, 원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만도 국내에 50여개사에 이른다. 박사장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중소기업 경영여건과 관련해 몇가지 당부·건의사항도 잊지 않는다.일선 행정담당자들이 보신주의에 빠질때 결국 수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지적이다. 한예로 해외출장 갔다 개발에 참고하기 위해70~80개의 모자를 사갖고 들어오면 차압하기가 일쑤라는 얘기다.판매용이 아님을 알면서도 규정이 있으니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공직자의 무소신을 탓한다. 담당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해 통관시킬 것은 과감히 통관해주는 선진국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말이다.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금융정책도 대기업일변도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전환할 시점이라고 그는 역설한다. 특히 섬유산업을 사양산업이라며 백안시하면서 지원을 꺼리는 일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류가 존재하는한 옷 모자등은 사용하기 마련이라는얘기다.제조업체의 해외진출에 따른 산업공동화 우려와 관련, 박사장은 진퇴를 규제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국내 제조여건이 극도로 안좋으니 우선 살기위해 나갈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다의 경우 국내에선 연구개발 및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후발개도국에선 단순제품을 생산한다며 해외에 나갔기에 국내에서도 살수있다는 설명이다.사내적으로는 능력있는 직원들일수록 대기업을 선호해 이직하는 경우가 적지않은 점이 애로사항이다. 또 생산 관리등을 배운 사람도수출등 쉬운 업무만을 원해 안타깝다고 그는 토로한다. 모자만 해도 한부문을 천직으로 삼아 평생 해볼만한 분야가 많다는 얘기다.다다는 앞으로도 모자 전문업체로서 위상을 더욱 키워나간다는 비전을 세워놓고 있다. 해외생산을 대폭 강화해 오는 2000년께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50%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를위해 생산기지를중국 중남미 등지로 다변화하고 고유상표 수출비중도 현재의 5%선에서 50%로 확대키로 했다. 현재 미국에만 있는 판매법인도 유럽일본 등지로 넓혀가고 고정바이어를 3백명으로 늘린다는 전략이다.생산품목 역시 스포츠모자 위주에서 고가패션모자쪽으로 다변화해갈 계획이다.박사장은 한국내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도 저비용구조의 후진국에서는 얼마든지 유망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며 연구개발 강화로 세계 최강의 자리를 굳혀나갈 작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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