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00년 SW '대재앙'

1999년 12월 31일. 멋진 송년의 밤을 보낸 다음날은 서기2000년이아닌 1900년 1월1일이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를 이 말은 대다수 컴퓨터에 진실이다. 최근에 나온 컴퓨터프로그램을 제외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두자리로 연도를 표기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99년 다음에는 00년이 되는데 컴퓨터는 00년을 1900년으로 인식한다.「2000년 1월 1일」이 「1900년 1월 1일」로 인식됨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는 실로 엄청나다. 1999년 1월4일 예금하고 2000년 1월4일출금했다면 입금연도는 99년, 출금연도는 00년이 돼 99년간 예금한결과가 된다. 1년치 이자가 아니라 99년치 이자가 지급될수 있다.108세 노인은 8세로 인식돼 취학통지서를 받게 된다. 1999년8월1일에 제조되고 유효기간 1년인 상품은 00년 1월4일에는 99년묵은 상품이 된다. 자동화된 재고관리시스템은 이 상품을 폐기처분할 것이다. 보험 연금등 회계자료나 데이터베이스관리에 장애가 발생하기도 하고 항공사나 여행사의 발권시스템과 예약시스템에 일대혼란이 온다. 또한 2000년은 400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윤년이다.00년 2월 29일은 각종 정보시스템안에는 없는 날이 돼 업무처리가불가능해 질수도 있다.2000년 1월1일은 토요일인데 1900년 1월1일은 월요일이다. 99년12월31일 금요일에서 00년 1월1일 월요일로 건너뛰게 되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컴퓨터프로그램은 날짜계산에 혼란을 일으켜 시스템이작동하지 않을수도 있다. 우리주변의 TV 전화 등 이미 상당수의 가전제품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내장돼 있다. 공장의 각종 제어장치들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장한 산업용컴퓨터다. 자동차나 비행기 선박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계가 2000년 1월1일이 되면서 오동작을 일으킨다. 비싼돈을 주고 장착한 ABS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고 공항관제탑에서 항공기를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생길수도 있다. 이는 재앙이다. 물론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을 때의경우다.이미 「2000년 재앙」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신용카드회사에서 최근 만기연도가 2000년을 넘는 신용카드를 발매 했다가 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유효기간을 99년 12월로 바꿔 발행했다.일본항공의 정비부문에서는 부품발주를 위해 2000년으로 납기일을입력하려 했지만 입력이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2000년 재앙을 피하는 방법은 최첨단의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두자리로 된 연도코드를 네자리로 바꿔주기만 하면 된다.문제는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프로그램의 연도코드를 네자리로 바꾸는데 프로그램의 한 라인당보통 1천5백원에서 2천원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1백만라인이라면 15억~20억원이 소요되는 것이다. 분석가들은 보수비용에 전세계적으로 약 6천억달러가 들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정보통신관련업체나 정부가 쓰는 전체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어설픈 연도코드수정이 가장 심각막대한 비용뿐 아니라 부족한 인력도 문제다. 지금 당장도 전문전산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도코드를 수정하는데 별도의 인력을투입해야 한다. 게다가 서기 2000년문제를 풀기위한 인력수요는1998년에 집중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오래된전산실의 경우 소스코드 뿐 아니라 프로그램작성자가 남긴 지침서조차 없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코볼」 「PL1」과 같은 언어는연도코드를 두자리로만 처리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도 해결하기 어려운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두 언어는 이미 사용하지 않아 관련 전문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시간이 흐를수록 연도코드 수정비용이 급격하게 인상될 수 있다는것도 서기 2000년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어설픈 연도코드수정이다. 차라리 손대지 않는 것만 못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보시스템은 단일기관에 그치지 않고 거미줄처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한 시스템의 문제는 해당기관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도코드를 제대로 수정하지 않을 경우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채 시스템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때문에 1998년까지는 모든 작업을 마치고 1999년 한해는 수정한 시스템에 문제가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2000년까지 35개월정도 남았지만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2년도 채 안된다는 의미가 된다.경영전반에 대한 시각이 있을리 없는 대부분의 전산담당자들은 이문제에 대해 낙관적이다. 다만 어떤 방법이든 문제없이 2000년만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전산에 어두운 경영진은 서기2000년표기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설사 전산담당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도 직언할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 서기2000년프로젝트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돈 안되는 완전 비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미국의 정보통신관련 시장조사 컨설팅업체인 가트너 그룹은 『서기2000년 문제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의 20%가 사업자명부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바꿔말하면 서기2000년문제를 제대로 대응하면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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