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잡기 구호 신물난다'

정권이 바뀔때면 중소기업지원정책은 핵심경제정책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김영삼정부들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소기업청설립 등 김영삼정부출범이후 추진된 중소기업정책은 이루 헤아릴수없이 많다. 경제의 풀뿌리인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이 홍수를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중소기업들에서는 반응이 시큰둥하다.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일부 중소기업경영자들은 심지어 『이젠 중소기업정책이야기만 들어도 신물이 날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 중소기업지원정책인 셈이다. 지금까지 추진된 중소기업지원정책이 헛돌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이다.정부는 그동안 은행문턱을 낮춘다든지 신용대출을 확대한다든지 다양한 중소기업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지극히 교과서적이고 구호성이 많아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중소기업들엔은행문턱은 높고 담보대출관행 또한 여전하다.이에따라 중소기업경영자들은 보다 획기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는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는 뜬구름잡기식의 정책추진에서 탈피,실질적인 도움을 줄수 있는 마이크로한 지원정책을 펴주길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렇게 될 때만이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의 한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기자금 지원, 금융기관간 경쟁유도 필요먼저 금융권에 대한 자발적인 중소기업지원 유도책이 필요하다. 현행 금융권은 정부가 책정한 비율에 따라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은행의 경우 전체대출액의 45%, 제2금융권의 경우35%를 의무적으로 중소기업에 지원하도록 돼 있다. 강제할당인 셈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허위로 지원실적을 보고하는등 중소기업자금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왔다. 이런 방식보다는 중소기업지원이 우수한 금융기관은 우대하고 지원실적이 미흡한 금융기관에대해서는 불이익을 주는 인센티브제도를 도입, 금융기관간 경쟁을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원실적이 우수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한도를 늘려주고 그렇지 못한 은행에 대해서는 한도를 줄여 효율화를 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자금지원액의 차별화와 함께 정책자금이용창구의 확대도 이뤄져야한다고 중소기업경영자들은 주문한다. 국제전자공업 정진현전무는『중소기업의 경우 자금대출은 대부분 2억~3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자금으로는 설비투자, 기술개발은 엄두도 내지못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의 신용도와 규모에 따라 자금지원을 차별화해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전무는 강조했다.현행 중소기업지원 정책자금은 일괄 은행권에서만 대출받도록 돼있는데 이에따른 불이익도 만만찮다. 은행들은 자신들의 돈도 아니면서 생색을 내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꺾기까지 강요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다. 이같은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정책자금대출창구를 신용금고등 전금융기관으로 확대, 기업이 지원금융기관을 선택토록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같은 기관에 정책자금지원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해 창구 단일화를기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업종분류 잘못돼 피해보는 경우도 많아금융권과 함께 대기업의 발상전환도 필요하다. 중소기업과의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결제기간의장기화, 인력스카웃, 문어발식 업종참여로 중소기업들을 곤경에 빠뜨린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문민정부출범이후 대기업들은 국민들의 따까운 시선을 의식, 어음결제일의 단축, 현금결제확대등 중소기업과의 관계개선책을 꾸준히 펴왔다.중소기업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피부에 와닿는 지원책을 대기업에 바라고 있다. 하청중소기업들이 금융권에서 대출받을때 지급보증을 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상당히 강하다. 향영21세기리스크컨설팅 이정조사장은 『중소기업들이 금융권이용시 가장 어려운 점은 담보문제』라며 대기업들이 하청중소기업에 지급보증을 서주면담보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수 있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하청중소기업의 자금사정, 장래성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보다 대기업이 잘알고있기 때문에 지급보증에 따른 위험부담 또한 없다고 이사장은 덧붙였다. 물론 이것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지급보증을 서주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상호지급보증한도적용에 예외를 두는 것이필요하다.이와함께 중소기업경영자들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능력확대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한올 이정률사장은 『지금까지 중소기업지원책은영세기업이나 소규모업체에 대한 부도방지책에 치중된 면이 많았다』며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를 늘려 중소기업의 담보력부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할 부분이나수년째 한도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업종분류가 잘못됨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아이에대한 개선책도 필요하다. 현재 창업붐을 이루고 있는 컴퓨터소프트웨어 개발업종의 경우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상당한 불이익을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무소프트 강대웅사장은 『컴퓨터소프트웨어개발업은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세제혜택은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컴퓨터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제조업으로 업종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정보통신업진흥책을 펴면서 업종은 서비스업으로 분류해놓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축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경축산 유재흥사장은 축산업은 일종의 장치산업이나 은행이 제조업이 아니라는이유로 대출을 꺼려 설비자금조달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이 모든 것은 정부가 주축이 돼 해결해야한다. 그러나 문민정부임기는 1년여밖에 남지 않아 피부에 와닿는 중소기업정책이 나오기는사실상 기대난이다. 오는 12월 대선에서 어느 누가 집권하더라도제발 「공자님 말씀」같은 중소기업정책은 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중소기업경영자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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