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후견인' 메인뱅크제도

일본의 메인뱅크제도는 우리나라의 주거래은행제도와 비슷한 것으로 기업에 대한 최대 채권은행을 말한다. 원래 메인뱅크제도는제2차대전중 일본이 군수기업에 대해 자금지원을 원활히 하기위해「군수융자 지정금융기관제도」를 도입하여 군수기업별로 거래전담은행을 지정한 제도였다. 그러나 이 제도는 그후 은행이 자금을 제공하여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은 자신에 대한 은행의 경영참여를 허용하는등 상호 협력적인 기업지배제도로 발전했다. 한마디로 은행이 기업의 후견자역할을 하고있다고 한국금융연구원의 조두희 책임연구원은 소개했다.◆ 한국의 은행들 사후관리 선진화해야 한다일본의 메인뱅크제도는 안정주주의 지위를 이용해 기업매수 등으로인한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소지를 없애준다. 또 투자프로젝트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는등 기업경영전반에 걸쳐 자문서비스를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가장 큰 역할은 자금지원이다. 기업의 경영진은 자금리스크가 수반되는 투자사업에 대해 메인뱅크의 사전검증과 사후보장 등을 통해 투자의 불확실성에 대해 소신껏 대처토록해주고 있다.특히 외국환거래 회사채발행주선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업무를 독과점한다. 은행들은 경영악화로 인한 은행손실을 막기위해 은행 임직원을 파견하기도 한다. 퇴직을 앞둔 은행 임직원이 해당기업에 취직하는 「출향」도 관행화돼 있다.물론 최근들어 기업의 탈은행화현상과 거품경제 이후 은행의 재무구조악화로 메인뱅크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의 증권화 자유화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탈은행화와 은행의 영업환경악화를 가져왔다. 특히 부동산경기하락과 경기불황으로 불량채권이 크게 늘어난 일본은행들은 기업들에 보수적으로 대출을 해주고있다.그러나 메인뱅크의 위상이 약화되어도 기업입장에서는 안정주주 내지는 투자보험자로서 메인뱅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반면 우리나라의 주거래은행제도는 60년대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추진된 성장위주 경제개발정책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위주의 정제개발정책은 대기업의 과다한금융자금차입의존과 편중여신으로 기업의 재무구조와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악화시켰다. 여신관리제도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기업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이며 주거래은행제도는 여신관리제도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금융기관 대출금기준 상위 30대계열기업군(현재는 10대 계열) 및 그 소속기업체에 대하여 주거래은행을 지정토록 한 것이다. 애초부터 은행과 기업간 신뢰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저 기업이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법테두리내에서대출하면 그만이다. 일본의 메인뱅크제도처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없다.심지어 한보처럼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한보철강의주거래은행은 제일은행이 아닌 서울은행과 조흥은행이었다. 그러나서울과 조흥은행은 『수서파동 이후 한보와 거래하면 큰일 난다』며 대출금을 계속 줄였고 주거래은행도 하지않겠다고 은행감독원에매달렸었다.결국 94년 은감원의 조정으로 주거래은행이 제일은행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현상에 비춰볼 때 한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은행권에서기피대상기업으로 지목됐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거래은행과 기업간 신뢰에 금이 가면 기업은 망하게 돼있다. 따라서 일본의 메인뱅크제도의 장점을 받아들여 금융관행을 개선해야한다는 지적도 많다.한국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집단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기업지배권제도가 확립돼 있지않고 재계도 이 제도도입을 반대하고 있어 일본의 메인뱅크처럼 은행이 기업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량채권이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은 기업정보를 적극적으로 분석하는등 사후관리를 선진화해야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사업성검토를 소신껏한 후 대출을 결정했어야 했다. 아무리 외압에 시달렸다고 해도 말이다. 산업은행에서 물길을 터줘 마음놓고 돈을 빌려줬다는 다른 시중은행의 변도 논리적으로 맞지않다.또 은행은 가계부문에 대해서도 미리 주거래은행제도의 개념을 도입, 우수고객에 대한 우대제도도 강화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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