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사제 도입 등 변신 몸부림

동부제강은 올해 1월부터 일부 부서의 이름을 바꿨다. 대외적으로풍기는 이미지가 너무 딱딱하다는 지적에 따라 오랫동안 사용해온부서 명칭에 과감하게 손을 댔다. 예를 들어 가공판매팀을 유통서비스팀으로, 냉연판매팀은 실수요서비스팀으로 옷을 갈아입혔다.다른 부서들도 부르기 쉽게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하는 곳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회사측은 서비스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부서명에 직접 넣는 파격을 시도했다. 소비재가 아닌 철강을 만드는 회사로서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소비자의 곁에 한발 더 다가가려는 회사측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동부제강은 또 고객서비스 강화와 품질향상을 목적으로 공장대표대리인 파견제도인 MR(Mill Representative)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있다. 자사제품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고객을 선정, MR요원이 현장으로 직접 방문해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준 및 고객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파악한다. 그런 다음 후속조치 차원에서 고객들의 민원을 해결하는데 적극 노력한다. 회사측의 한 관계자는 MR활동을 펴면서 제품과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만족 차원에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설명한다.철강업계가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이젠 철강분야도 변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철강경기 불황이 계속되는데다 최근에 터져나온 한보철강 사태로크나큰 시련을 겪고 있는 업체들은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분위기다. 변화의 흐름이 여기저기서 감지되는 상황인 것이다. 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앞서 설명한 동부제강만이 아니다. 국내 최대의 철강업체인 포항제철을 비롯, 대부분의 업체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현장 방문 ‘고객의 소리’ 듣기포철은 올 한해를 고객만족 경영실현의 원년으로 잡고 추진중이다.포철은 최근 고객만족 실천 3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고객서비스팀을 신설했다. 또 고객이 단 한번의 전화만으로 요구사항을해결할 수 있는 클로버서비스와 상담전용 전화를 개설하는 등 원스톱시스템을 구축해 본격 가동중이다. 이와 함께 포철은 앞으로 3년간 전부문에 걸쳐 고객의 입장에 서서 획기적인 경영을 해나간다는방침이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제도개선을 포함해 의식개혁, 기업문화형성 등 3개부문에 걸쳐 신개념의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자존심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난 공룡기업 포철로서는 대단한 변화인 셈이다.포철은 고객만족과 함께 경영혁신도 전사적으로 추진중이다. 포철은 기본적으로 과거와 똑같은 방식, 똑같은 일로는 더 나은 발전을기대하기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상황이 변하고 있는데그냥 앉아만 있어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포철은 올해에 세계 제1위 철강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어떤 환경하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결점이 없는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한편 비용최소화 차원에서 근검절약운동을 적극 펼친다는 계획이다. 또 업계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 대금을 어음 대신 현금으로 지불하는 등 관련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철강유통 회사인 포스틸도 고객들의 소리에 귀를 최대한 기울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포스틸은 고객이 곧 주인이라는 영업서비스정신을 바탕으로 지난해말 국내 최초로 고객이사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측은 철강중소기업 경영자클럽 임원과우수고객사 경영진을 주요 산업별로 안배해 18명의 초대 고객이사를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초대 고객이사로는 한국성산 이동춘사장, 진양공업 이택우 사장, 우성사 박신동 전무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앞으로 포스틸의 영업관련 임원회의에 돌아가면서 3명씩 참여, 영업정책과 제도에 대한 고객들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전할 예정이다. 회사측은 철강분야에 경험이 풍부하고 현장감이 넘치는 이들 고객이사들의 활약에 많은 기대를 거는 눈치다.고급 카페를 연상시키는 고객대기실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인천제철은 인천에 있는 본사 건물 안에 회사를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고객대기실을 마련, 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곳에는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누구든 별 불편없이 일을 볼 수 있다. 특히 인천제철은 즉석에서 돈을 뺄 수 있는 현금인출기도 설치, 회사를 찾아오는 손님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잊지않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적극적인 고객만족을 위해 전국 주요 도시에 영업점을 신설하고 발로 뛰는 등 영업조직 자체를 서비스 중심 형태로 바꿨다.인천제철 역시 경영혁신에 적극적이다. 국내외적으로 펼쳐지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이다. 더욱이 값싼외국제품이 밀려오고 장기적인 불황이 겹친데다 공급이 과잉상태를보이는 등 업계 전반을 뒤덮고 있는 3중고를 효과적으로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시스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올해초부터 시행하고 있는 3Top운동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세계초일류 철강업체를 꿈꾸는 인천제철은 이 운동을 계기로 지금의 상태에서 한 걸음 더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측은 3Top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제품을 싸게 파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2세들 경영마인드 익히며 재기 안간힘창업 이래 가장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삼미도 요즘 삼미3S운동을 전개하며 다시 솟아오를 기회를 노리고 있다.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아 어려운 점은 많지만 정상의 특수강 업체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간다는 방침 아래 위기극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여기서 3S는Smart, Sharp, Special을 의미한다. 즉 업무는 빈틈없고 날카롭게처리하고 직원들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자는 것이다.이밖에 경영스타일에 보수성이 짙게 배어있는 동국제강은 요즘 한창 수주생산통합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일을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동국제강은 이 시스템이 새로운 경영환경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요즘 철강업계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변화의 기운은 젊은 경영진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재계에 한창 불고 있는 세대교체의바람 역시 철강업계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현재 개인 소유의국내 굴지의 철강업체 가운데 창업자가 아직 경영일선에 남아 현장을 누비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최근 1~2년 사이 2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나 경영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정도다. 2대째 철강업을 잇고 있는 주요 경영인으로는세아철강 이운형 회장, 만호제강 김상환 사장, 고려철강 홍영철 사장, 문배철강 배종민 사장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다 삼미 김현배회장과 강원산업 정문원 회장도 철강업계 2세 경영인의 대표격이다. 반면 창업자가 건재해 있는 업체를 꼽으라면 장상태 회장이 의욕적으로 뛰고 있는 동국제강 정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동국제강의 경우도 장회장의 장남인 장세주 동국제강 전무가 2세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육사를 거쳐 육군 소령으로 재직중이던 차남 세욱씨도 군복을 벗고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서서히 2세체제가 등장할 기운이 싹트고 있는 셈이다. 세욱씨는 현재과장 직함을 갖고 미국 지사에 나가 경영마인드를 익히는데 힘을쏟고 있다는 후문이다.철강업체들은 올해가 한단계 발전하느냐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느냐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칫 그동안 쌓아온 성과를 하루 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고 염려하는 분위기다. 그 만큼중요한 시기라는 설명이다. 한국철강협회 서정욱 부회장은 철강수요가 불투명한데다 한보철강 사태로 업계 전체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시장동향을 잘 분석하고 우리 고유의 주력제품을 연구개발해 새로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