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일 어린이영화로 한판붙자

세계 시장을 휘어잡는 일본 상품은 많다. 자동차 가전제품 조선 반도체 게임기 등. 그러나 이런 눈에 보이는 상품보다 더 위력있는일본의 무기는 「영화」다. 만화영화는 물론 괴물이 등장하는 SF영화에서도 일본은 과히 할리우드의 아성에 도전할 만큼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일본 영화가 완전히 개방되지않아 그 위력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한 일본의 영상산업은 세계 어린이들을 열광시키며 일본 문화를 전파시키는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어린이들이 일본 만화영화인 「드래곤볼」의 주제가를 흥얼거리며 일본 SF 어린이 영화 「고지라」괴물에 흠뻑 빠져 있다.일본은 미국의 어린이들을 미키마우스보다 일본의 「드래곤볼」과「파워레인저」 「후레쉬맨」에 더 열광하게 만들면서 미국의 영상시장을 조금씩 침투하는데 성공하고 있다.일본이 미국과 함께 천하통일하려고 하는 어린이 영상산업 분야.여기에 개그맨 심형래가 도전장을 냈다. 자기만이라도 어린이 영화를 만들어야지 자신마저 포기하면 미국과 일본 영화가 우리 어린이들의 정신세계까지 지배하리라는 우려때문이다.『영상산업을 육성시킨다, 시킨다 하면서 우리가 만드는 영화는 순섹스영화나 폭력영화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한 예가 어디 있었습니까. 세계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영화는「쥬라기공원」이나 「스타워즈」 「ET」 「인디펜던스 데이」같은SF영화였습니다. 공룡이 등장하고 외계인이 나오고 현란한 특수효과가 동원되는, 어린이까지 모두 볼 수 있는 영화가 세계적인 빅흥행작들입니다.』어린이 관객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다는 설명이다. 심씨는 한때세계를 휘어잡던 프랑스 영화가 지금처럼 할리우드에 맥을 못추게된 것은 어린이 영화를 무시했던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심씨, 어린이가 존경하는 인물 3위심씨가 영구아트무비라는 영화사를 이끌면서 지금까지 만들어온 영화는 「티라노의 발톱」 「파워킹」 「드래곤투카」 등이다. 모두공룡이나 괴물이 등장하는 어린이 SF영화들이다. 우리 영화계에서는 별로 알아주지 않고 「유치하다」는 식의 반응을 얻은게 고작이지만 어린이들로부터는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심형래 영화가 드러나지 않은 인기작이라는 사실은 동원 관객수에서 드러난다. 보통우리나라 영화가 관객 10만명을 동원했다 하면 흥행에 성공했다고말하지만 심형래의 영화는 30만명이 기본이다. 「영구와 땡칠이」는 2백만명의 관객이 몰렸던 빅히트작이었다. 심씨는 『지난 겨울에 16억원을 들여 제작, 개봉한 「드래곤 투카」가 37만명밖에 동원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다.「37만명밖에」 관객을 동원하지 못한데 대해서도 심씨는 할 말이많다. 『내가 만든 영화는 개봉관에서 상영을 못합니다. 한국종합전시관(KOEX)이나 구민회관, 시민회관을 빌려 개봉해야 합니다. 어린이들 방학에 맞춰 개봉하려 하면 극장에서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101마리 달마시안」이니 「스페이스잼」이니 하는 외국 영화상영해야 하니까 극장이 한가해지는 3∼4월에 개봉하라고 해요.』한국영화는 관객이 덜 드는 때에 맞춰 개봉하라고 하고 관객이 외국 영화에 비해 덜 들면 「역시 한국영화는 안돼」라는 식으로 말한다는 것이다.지난해 어린이날에 맞춰 어느 조사회사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가장 존경하는 인물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심씨가 세종대왕과 이순신에 이어 3위에 올랐다. 4위와 5위는 퀴리부인과 에디슨이었다.3년 가까이 개그맨 활동을 안하고 있던 심씨가 존경받는 인물 리스트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가 만든 영화 덕이었다. 심씨가 자기 돈을 계속 영화에 쏟아부으면서도 영화 만들기를 포기하지못하는 이유도 어린이들이 있기 때문이다.『저야 개그맨하고 밤무대 나가고 하면 잘 먹고 잘 살죠. 돈 쓰고고생하면서 영화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방학때만 되면 심형래 아저씨 영화 언제 나오냐고 물어오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이부분에서 심씨는 약간 눈물을 비쳤다) 미키마우스보다 영구를 더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계속 영화를 만들어야지 하는생각을 합니다.』우리나라 어린이 뿐만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팬들을 확보할 수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심씨는 행복하다. 「파워킹」은 곧 세계50여개국에 수출된다. 이미 미국 등 20여개국에는1백52만8천달러(약 12억5천만원)에 수출하기로 계약을 마쳤고 일본등 나머지 국가들과는 수출 금액을 협상하고 있다.◆ “특수효과·특수분장 세계 수준” 자신심씨가 영화를 수출하려고 결심하게 된 것도 「너무 한심하고 열받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밀라노영화제에 갔다가 한국인 4백∼5백명이 몰려 다니며 영화같지도 않은 영화를 수입하려고 가격올리기 경쟁을 하는 것을 보고 너무 억울해서 울 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씨는 저런 영화도 판매되는데 내 영화도 다른 나라에팔 수 있겠다 싶어 영화 테이프를 들고 미국 영화 배급사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이번에 「파워킹」을 수출하게 된 것도 이런 노력의결과다. 「드래곤투카」도 수출하려고 추진하고 있는데 특수효과가좋아서 「파워킹」보다 더 비싸게 팔릴 것 같다고 심씨는 말했다.『잘 모르는 사람들이 간혹 심형래가 영화 만들어서 망했다더라는식으로 말해요. 그런데 그건 정말 모르는 말입니다. 난다 긴다하는국산 영화는 단 한 나라에도 수출하기가 힘들지만 내 영화는 50여개국에 수출됩니다. 게다가 공룡을 제작하고 공룡이 눈을 찡긋거리고 나무가 사람을 감싸안고 돌멩이가 날아다니고 하는 특수효과와특수분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저희 영구아트무비에 겨룰만한 회사가 없습니다.』심씨는 우리나라 영화사들이 몇십억원의 제작비를 유명 스타들 기용하는데 다 쓰는 동안 자신은 특수효과 컴퓨터그래픽 특수분장 음향 등에 투자, 이 부분에서 기술을 축적했다고 말한다. 『미국과일본의 특수효과 기술과 비겨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게 심씨의자랑이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특수효과 기술과 제작해온 영화를 바탕으로 심씨는 미국의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스튜디오와 테마파크를 만들 계획이다. 빠르면 올해안에 부지를 선정, 건설에 들어간다는게 심씨의 생각이다.『어디에서 테마파크를 만드네 어떠네 하면 웃음이 납니다. 도대체무엇으로 테마파크를 만듭니까. 테마가 있어야지요. 우리는 있습니다. 공룡도 있고 파워킹이라는 캐릭터도 있고 우뢰매도 있고 이런것들로 테마파크를 채우고 지금까지 영화에서 써왔던 특수효과 기술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심씨의 꿈은 원대하다. 영구아트무비를 미국의 디즈니사에 버금가는 영화사로 키우는게 꿈이다. 어린이 영화를 만들어 그 영화에 출연했던 인물들을 테마파크 뿐만이 아니라 캐릭터 상품과 게임기 소프트웨어로까지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미국 일본과 함께 어린이 영화분야를 놓고 한판 붙어볼 계획이다.현재 심씨는 「용가리」란 영화를 만들고 있다. 9번째 영화다. 공룡 비슷하게 생긴 용가리란 괴물을 주연으로 하는 영화다. 심씨는이 영화가 일본의 「고지라」를 능가하는 빅히트작이 될 것이라고기대하고 있다. 영화에 성공하면 용가리를 캐릭터로도 만들어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과 세계 캐릭터시장을 휩쓸고 있는 일본 시장을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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