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반도체 일 시장서 '기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무림에서나 경제전쟁에나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다. 일본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선 일본기업을 제대로 알아야한다. 그들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꿰뚫고 있어야한다. 그래야 싸고 좋은 품질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광전자그룹이 그런 회사이다.광반도체생산업체인 이 회사는 전체 생산품의 80%정도를 일본으로내보낸다. 일본에 수출하는 규모를 원화로 따져보면 2천5백억원 정도나 된다. 완제품이 아닌 소자나 부품을 이만큼 일본에 수출하는기업도 찾아보기 쉽지않다.경쟁상대는 일본의 반도체생산업체인 샤프 도시바이다. 일본에 수출된 이 회사의 광반도체는 인공지능세탁기센서, 카메라 흔들림감지센서, 컴퓨터 마우스, 가전제품의 리모트컨트롤러, 팩시밀리센서등을 제작하는데 폭넓게 활용된다.수출하는 품목도 다양하다. 현재 광전자그룹이 생산하는 품목은3천여종이고 월간 4~5억개의 광소자를 생산한다. 다시 말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있는 일본 전자제품중엔 광전자의 부품이 들어있는 것도 적지않은 셈이다. 한마디로 광전자는 일본시장을 텃밭처럼 여기며 마케팅활동을 하고있다.대 일본 수출실적에 비춰볼 때 수입대체효과도 수백억원에 달한다는게 회사측의 분석이다. 광전자그룹은 전체생산량의 20%를 국내전자메이커에 공급하고 있는데 관련 시장점유율이 60%정도이다. 대표적인 국산화 예로 포토커플러를 들수 있다. 이 부품은 전기신호를 발광신호로 바꿔주는 것이다. 88년 광전자가 이 부품을 국산화하기 이전에는 전량 일본으로부터 들여와야했다.이 회사가 생산제품을 대량으로 일본에 수출할 수 있는 것은 고품질과 가격경쟁력 이외에 또다른 알파가 더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이 회사 창업주인 이기태 회장(58)이 일본을 너무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일본 샤프사 기획실에서 10년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회장은 일본 기업인의 생리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샤프에서근무했던 70년대에는 솔라셀(태양전지)센서를 개발, 화제를 모으기도했다.57년 18살때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이과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이회장은 샤프사에서 갈고 닦은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고민 끝에 일단 일본 현지에서 승부를 걸기로했다. 창업초기에는 시련도 적지않았다. 자금도 넉넉지못했고 영업도 여의치 못했다. 땡전한푼 벌지 못하고 3년이 지났다. 창업멤버들마저 회사를등질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타국에서 겪는 난관으로 서러움이복받쳤다고 이회장은 당시를 회상한다.그러나 76년 효율이 기존제품보다 뛰어난 태양전지센서를 개발, 불뚝 일어섰다. 일본에서 기반을 다진 이회장은 이내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였다.78년 귀국한 이회장은 곧바로 전라북도 익산에 자본금 2억2천5백만원의 한국광전자를 설립했다. 허허벌판인 익산에 공장을 세운 것은이회장의 고향이 전북 진안인 점과 무관치않다고 회사관계자는 설명했다. 회사를 세운후에는 기술인력을 양성하는데 주력했다. 이회장의 경쟁상대는 국내에는 없었다. 오직 일본기업의 힘을 감안해역량을 키웠다. 때론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때론 세일즈를 위해 일본을 안방처럼 드나들었다. 그렇게 회사를 키워왔다.광전자그룹은 한국광전자연구소 광전자 광전자INT 광전자반도체 광전자공업연구소 태화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또 일본에는 연구개발 등 기초연구를 맡고있는 케이한나연구소와 생산기지인 고덴시사가 있다. 또 중국 심양에도 공장이 있다. 한중일 복합생산기지를확보하고있어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고있는 것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은 일본과 국내에서 만들고 저가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물론 계열사들은 특성있는 아이템을 갖고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사별로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시너지효과를 가져올수있도록 하는게 이회장의 독특한 그룹운영전략이다.일본시장공략에 성공한 이회장은 직원들에게 글로벌의식을 갖춰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마케팅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녀야한다고 말한다. 각 지역의 요구에 부응할수 있는 치밀한 전략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다양한 기술을 지닌 다국적 기업으로서 세계적인 전자부품 및 통신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다고 이회장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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