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전략…중국·동남아 눈독

지난해는 우리나라 유통사에 한 획을 긋는 의미있는 시기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유통시장이 전면 개방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편 국내 유통업체도 해외유통시장에 첫 발을 내딛였기 때문이다. 국내유통시장에 걸려있던 빗장들이 깡그리 벗겨지면서 국내업체들은 까르푸 마크로등 세계유수의 유통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했다. 이들 다국적업체는 전세계에 걸친 점포망과 막강한 과잉파워,그리고 수십년에 걸쳐 쌓아놓은 노하우와 저금리를 바탕으로한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전국상권 초토화작전을 치밀하게 진행하고있다.이런 와중에서 국내 대형유통업체들도 소극적인 국내시장방어전략에서 탈피, 공세적인 해외시장진출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국내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해외로 영업기반을 넓혀 세계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것이어서 유통업계는 물론 동반진출하는 제조업체들에도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국내업체 해외진출은 세계최대 잠재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건설업체의 잇단 진출로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고 일본자본을 경계하는 동남아지역도차순위로 꼽히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백화점 할인점 등 다양한 업태의 점포를 중국에 출점, 해외유통시장공략의 첨병으로 나서고있다. 지난해 1월 중국 상해시 복합쇼핑몰 「넥스테이지(NEX-TAGE)」 3~4층에 매장면적 1천5백평규모 백화점을냄으로써 해외점포 1호를 기록했다. 신세계 상해점은 고급 패션백화점으로 점포컨셉을 정하고 국내 정상급 남녀의류와 패션잡화를중심으로 상품을 전시했다. 이 점포에는 신세계의 PB(자체상표)를 비롯, 한국상품이 85%, 중국 홍콩 이탈리아 등 해외상품이15%를 차지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 도시에 할인점 E마트를 개점할예정이다. 연면적 4만5천여평의 쇼핑 오피스 복합건물인 「상해상무중심(上海商務中心)」의 지상 1, 2층을 임차, 매장면적 3천8백평의 할인점을 열기로 한것.◆ E마트, 까르푸와 상해서 격돌「이매득(易買得)」이란 중국이름의 간판을 내걸고 영업에 들어갈E마트 상해점이 위치한 상해시 곡양로에는 한국에서 위력을 떨치고있는 까르푸가 이미 지난해초 출점, 성업중이다. 까르푸매장은 E마트에서 걸어서 10분, 불과 5백m도 채 안되는 거리에 있다. 한국과프랑스의 대표적인 유통업체끼리 중국을 무대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진 것이다.E마트 상해점은 식품과 생활용품 의류 패션잡화 문화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 원스톱쇼핑이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이 점포에선중국제조업체 상품을 비롯, 한국의 진로 동양 농심 태평양 제일제당 등과 삼성 엘지 대우등 가전3사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아 시중가보다 20~40% 싸게 판다는 전략이다.미도파백화점은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길림성에 정성을 쏟고 있다.길림성 최대백화점인 연길백화점과 자매결연을 맺은 것을 발판으로향후 북경 등 대도시에서 합작유통사업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올해청도지역에 1천2백평 규모의 패션전문점 개점이 예정돼있다. 현대백화점도 오는 98년 완공예정인 북경의 30층짜리 대형 오피스빌딩현대센터(가칭)안에 백화점을 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대는또 올 하반기 오픈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복합 비즈니스센터내에 소형 백화점을 낼 계획이다.뉴코아백화점은 지난해 말 뉴질랜드 오클랜드시 교민이 운영하는대형 슈퍼마켓에 회원제할인점 킴스클럽상품을 수출한데 이어 이달말 호주 시드니 캠시지역에 5백평 규모 킴스클럽 매장을 낸다. 호주 킴스클럽은 무역업체인 대붕인터내쇼날이 점포운영을 맡고 뉴코아가 상품공급과 경영지도를 해주는 대신 로열티와 상호사용료를받게 된다. 국내유통업체들의 이같은 해외시장진출은 한국상품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국가 이미지가 덩달아 올라가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독자진출이 힘든 수십개의 제조업체들이 큰 힘을들이지않고 해외거점을 마련하는 시너지효과도 거두고있다. 실례로비아트 소르젠떼 하이파이브등 국내 의류브랜드들은 신세계 상해점입점을 계기로 문턱이 높았던 중국계 또는 외국계 백화점에 속속매장을 차릴 수 있었다.그러나 국내유통업체들의 해외진출에는 수많은 걸림돌이 산적해있다. 현지 언어와 시장상황에 정통한 전문인력이 많지 않다는 점,고금리로 초기자본투자에 큰 부담이 된다는 점, 현지 부동산 및 개발에 따른 정보입수곤란 등이 대표적인 애로들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금융규제완화, 업계의 공조체제구축 등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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