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 비해 영향력 '잠잠'

96년 1월1일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유통시장은 전면 개방됐다. 이시기를 기점으로 온 나라는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외국의 대형유통업체들이 물밀듯이 들어올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자본을 투자하는방식으로 국내에 진출한 유통업체는 프랑스의 까르푸와 네덜란드의마크로 두 곳뿐이다. 유통시장 전면 개방의 요지가 외국인에 대한유통업 투자 제한 완전 철폐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방의 영향은 아직까지 「잠잠」한 편이다.물론 영국의 패션 전문 유통업체인 막스앤드스펜서사가 한국의 성주인터내셔널과 합작, 올해에 국내에 진출하기는 한다. 그럼에도월마트라든지 시어즈 토이저러스 프로모데스 등 국내에 진출하리라고 예상됐던 거대 유통업체들은 조용하다. 소문만 무성했지 뚜렷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 1년이상 외국의 어디가 단독 진출하네, 국내어느 기업과 손잡고 합작회사를 설립하네 하는 얘기만이 돌았다.유하일 프라이스클럽 점장은 『유통업이라는게 결국 땅이 있어야하는건데 좋은 목은 국내 유통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부동산 값이 워낙 비싸 섣불리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유통시장은 현재 슈퍼마켓과 편의점백화점의 전성기를 지나 대형 할인점의 시대를 맞고 있는데 국내할인점만으로도 시장은 포화상태라는게 유점장의 지적이다. 그나마외국 업체 중에서 까르푸와 마크로가 재빨리 진출,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외국의 후발주자들은 치열한 경쟁상태에서 어려움을 겪을게 뻔하다는 얘기다.◆ 까르푸 편리함 내세워 세몰이유점장은 『아마 3∼4개의 대형 외국 유통업체가 더 들어오겠지만외국업체라고 다 무서운 존재는 아니다』라며 『외국 유통업체의강점은 해외 은행에서 돈을 우리보다 싸게 빌릴 수 있다는 점과 축적된 유통 노하우가 있다는 점뿐』이라며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세계적인 유통업체인 까르푸도 미국 시장에서만은 별다른 성과를거두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행태가 달랐기 때문이다. 까르푸는 거의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종합 유통업체인데 비해 미국인들은 전문점을 선호한다. 땅이 워낙 넓고 자동차 문화가 생활화돼있기 때문에 상품별로 유명한 전문점을 이용하는 소비행태가 일반적이다. 온갖 상품을 다 가져다두고 장사하는 까르푸가 배겨낼 수가없었던 큰 원인도 여기에 있다.』미국의 유통업체들이 중요 거점을 모두 선점하고 있었다는 점도 까르푸가 미국에 정착하는데 어려운 요소로 작용했다. 장사가 될만한목은 월마트니 K마트니 하는 미국 유통업체들이 점하고 있었다. 장사의 절반 이상을 좌우하는 목 선정에 있어서 한계가 많았다는 말이다.국내 유통업체들도 이미 중요한 지점에 대부분 출점, 상권을 장악하고 있고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를 외국 업체보다 더 잘 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해외 거대유통업체들의 국내 투자는 섣불리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투자를 한다고 해도 국내 기업과 합작으로 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할인점이나 전문 유통 건물을 하나 마련하는데 몇백억원의 투자비는 기본인데 이런 큰 투자를 선뜻 할만한 외국 유통업체는 별로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 유통시장이 여러 외국 업체가무더기로 뛰어들어 경쟁할 만큼의 규모가 되는지도 의문이다.외국 유통업체의 국내 투자 여부는 현재 국내 시장에 발을 내디딘까르푸와 마크로가 어느 정도 영업을 하느냐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것으로 보인다. 두 외국 투자자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느냐가 외국 유통업체의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시금석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까지 까르푸와 마크로의 활동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까르푸는 93년 12월 재무부로부터 6천만달러(약 4백80억원)의 투자인가를 받음으로써 한국 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2년 가까이 매장부지를 선정하고 사업을 준비한 후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 96년이후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경기도 부천시 중동점을시작으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점, 대전 둔산점을 잇달아 개장했다.현재까지 까르푸가 국내에 투자한 돈은 대략 2천여억원. 김완태 까르푸 기획부장은 『2000년까지 3천여억원의 돈을 투자, 매장을1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까르푸는 유독 한국 시장에 기대를 많이 걸면서 투자에 적극적이다. 김부장은 『까르푸는 91년에 대만에 진출, 현재까지 13개 매장을 개설하며 성공적인 영업활동을 보여왔다』며 『한국 시장은 대만과 비슷해 까르푸가 사업하기에 적합한 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한다.현재 매출전표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까르푸 한 매장의 일일 평균 이용 고객수는 1만2천∼1만3천명선. 까르푸측은 일일 매출액을밝히지 않고 있지만 「만족한 편」이라고 말한다.◆ 까르푸는 독자진출·마크로는 합작까르푸의 강점은 다른 할인점에 비해 비교적 편리하다는 점이다.까르푸는 하이퍼마켓을 지향한다. 하이퍼마켓이란 넓은 매장과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다양한 상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파는 유통형태. 까르푸의 세 매장은 모두 대지면적 2천5백평에 매장면적4천여평, 1천여대의 자동차를 주차시킬 수 있는 주차장을 갖추고있다. 다양한 상품 구색도 까르푸의 자랑이다. 2만여 품목 이상의상품 종류를 판매하고 있으며 상품 구색 비율은 식품과 비식품이50:50이다.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보통 할인점에서 박스나 큰 포장 단위로만 판매하는데 비해까르푸는 낱개 판매도 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김부장은 『편리한 쇼핑공간과 소비자 위주의 가격결정으로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할인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다른 할인점에 비해 편리하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까르푸가 1백% 독자 진출인데 비해 마크로는 국내 기업과 합작으로진출했다. 이상구 마크로 상무는 『마크로는 진출 지역에 현지화하기 위해 항상 현지 기업과 합작형태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한국마크로는 93년 6월에 내국인과 네덜란드의 마크로가 51:49의 비율로 6백50억원을 출자해 설립됐다. 현재 인천과 경기도 일산 등에2개의 매장을 개점했다. 올해 7월과 10월 경에는 용인점과 대전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또 대구와 부산에도 개점하기 위해 부지를 선정하고 있으며 3∼4년내에 10개 점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마크로가 까르푸와 다른 점은 회원제라는 점과 도매상을 주소비자층으로 한다는 점이다. 도매상 등 자기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사업자는 사업자 등록증만 보여주면 회원증을 발급받을 수 있고 일반회원은 연회비로 3만원을 내야 한다. 마크로는 현재 16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데 사업자 회원은 대략 10%정도다. 그러나 전체매출액 중에서 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0∼40%에 달한다.마크로는 무엇보다도 「싼 가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마크로는일반 소매점에 비해 가격이 30∼40%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마진율은평균 8%에 지나지 않는다. 이같은 마진율로 이익을 내기 위해서 마크로는 온갖 비용 절감 전략을 다 구사한다. 포장지를 없앴고 매장관리 인력을 대폭 줄였다. 이상무는 『마진율이 적은만큼 비용과손실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용절감이 최대 과제라는 점이다. 마크로가 줄잡아 7천여평의 면적에 단층으로매장을 건설하는 이유도 매장이 단층으로 이뤄져야 매장 관리하는인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상무는 『마크로는매장을 건설할 때부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며 『한 매장을 내는데 드는 비용은 부동산값까지 포함해 2백억∼3백억원으로경쟁 대형 할인점 중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마크로 인천점의 경우 하루 평균 이용고객수는 4천∼5천명, 주말에는 6천명선이다. 까르푸와 차이가 많이나는 이유는 마크로는 회원들만 출입할 수 있기 때문. 마크로 인천점의 하루 매출액은 평균3억∼4억원이다.까르푸와 마크로측은 『한국에 투자하는 기업인만큼 외국 기업이라고 사시로만 보지 말고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점도 충분히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 유통자본 유입의 긍정적인 면도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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