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 이렇게 막아라

기업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기기묘묘한 기법이 잇따라 등장하고있다. 지난 1월 한화그룹이 한화종금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발행즉시 주식전환이 가능한 사모전환사채(CB)를 기습 발행한데 이어최근 미도파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려 했다.4백억원 규모의 BW를 신주로 바꾸게 되면 모두1백33만7천8백37주(전체의 8.27%)가 된다. 이번에 발행될 BW의 경우 형식은 공모방식이지만 배정방법이 선착순이어서 경영권 방어를위해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대농그룹이 공모방식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것은 법원의판결에 따라 사모 CB발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M&A업계에서는대농이 「선착순」방식으로 BW를 발행한 것은 지분율을 끌어올려효율적으로 경영권을 지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미도파가 BW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외국인투자가가 낸발행금지가처분 신청을 「이유있다」며 받아들였다.대농측은 회사채발행의 경우 물량조정을 받기 때문에 불가피하게BW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농그룹의 박상철상무는 미도파가 M&A설에 휘말리면서 은행 종금 등 금융기관의 신규대출이 끊기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자금확보를 위해 BW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위해선 계열사를 통해 미도파주식을 매집하는 것보다 주식형 채권을 발행하는게 낫다는 고문변호사의 지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최근들어 공개매수(Take-Over Bid)도 방어기법으로 많이 활용되고있다. 공개매수는 일정기간동안 일정 가격으로 원하는 수량의 주식을 매수하는 합법적인 주식매집방법이다. 원래 적대적 M&A기법으로선진국에서 보편화된 방법이다.항도종금의 대주주인 서룡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초까지 효진의 적대적인 M&A시도에 맞서 68만주를 공개매수했다. 서룡은 대주주 유고에 따른 경영공백을 틈타 비정하게 기업탈취를 시도하고있는 효진에 맞서 짜임새있는 방어전략을 세워왔다고 밝혔다.서룡이 처음 「이상기류」를 감지한 것은 지난해초부터였다. 지난해 6월 주총이 열릴 때까지만해도 효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그러나 주총후 협력사인 경덕종합건설을 내세워 적극적인 공세를취해왔다.◆ 실명화과정서 매집 주식에 프리미엄 주기도서룡은 이에 맞서 시장에서 주식을 매집하는 등 지분확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사돈관계인 한국철강과 효성도 백기사로 끌어들였다. 한국철강과 효성은 각각 항도종금의 주식 5%를 확보하고 있다.법적인 대응을 위해 김&장법률사무소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물론코미트M&A의 윤현수사장등 M&A전문가의 자문도 받았다.서룡의 양건주상무는 40%이상의 우호적인 지분을 확보해 일단 경영권을 지킬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대방의 지분율도 만만치않아공개매수를 한 번 더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M&A제도가 바뀌는 4월1일 이전에 공개매수신청서를 증권관리위원회에 제출할 경우개정법의 공개매수여건에 구애받지않고 주식을 더 확보할 수 있기때문이다.대구종금의 기존 대주주인 화성산업도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종금의 M&A가 불거져나온 것은 지난해 9월 태일정밀이 갑을 신무림등이 보유한 26.8%의 지분을사들이면서 시작됐다.갑을 신무림 등이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화성산업과 대구은행 등과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지분을 넘기자 화성산업과 지역상공인주주들은 절대로 회사를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지분싸움이 치열해졌다.태일정밀쪽에서 공개매수 등 행동에 들어가면 즉각 맞공개매수에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물론 총대는 화성산업이 메기로 했다.실제로 양측은 공개매수를 통해 40만주이상의 주식을 추가로 확보했다. M&A업계에 따르면 태일정밀이 7, 8백억원 이상의 주식을 쏟아부으면서 대구종금의 M&A에 나섰지만 지역상공인들이 기존 대주주편에 서있어 경영권확보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투명 경영·배당율 높여 소액주주 보호해야증권사의 M&A팀에 따르면 경영권분쟁과정에서 공격자와 방어자들이공개매수를 하는 것은 시장에서 매집한 주식을 「실명화」하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그린메일러들도 등장해 자신들이매집한 주식을 프리미엄을 얹어 넘겨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단기적인 경영권 안정화방안으로는 위임장대결(Proxy Fight)등을꼽을수 있다. 지난 2월 13일 열렸던 한화종금 임시주총에서도 공격자인 박의송우풍상호신용금고회장과 방어자인 한화그룹이 일간지에광고를 싣는등 불꽃튀는 접전을 펼쳤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전문지식을 갖춘 법률상담사를 찾는것도 보편화됐다.한화종금 항도종금 대구종금 등의 경영권분쟁 뒤에는 치밀한 전략과 법적인 자문을 해주는 전문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다. 따라서 어느 법률사무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수 있다.증권거래법 개정을 앞두고 주식시장에서 M&A태풍이 일기 시작하자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장사들은 M&A전문부티크나 증권사와연간 계약을 맺고 방어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이황상차장은 현재 5개 상장사에 경영권방어와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당자산가치가 현재 주가보다 높고 유보율이 높은 기업은 적대적 세력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또 1, 2 대주주간 지분율 차이가 적은 기업도 제3자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95년 동부그룹이 2대주주의 도움을 받아 한농과 한정화학을 인수한게 대표적인 사례이다.또 96년 신원그룹이 제일물산 M&A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2대주주의 도움덕에 가능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압도적인 지분율을 확보하기 위한 지분매집은 필수적이다.또 오는 4월부터 누구든지 25%이내에서 주식을 살 수 있어 외국인과 국내 세력이 결탁할 경우 경영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더욱이 지분율이 25%를 밑도는 대주주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위해 추가로 주식을 사들일 경우도 공개매수를 의무화하고 있어4월이전에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이에따라 적대적 M&A 및 그린메일세력의 농간에 대비해 경영권을지킬수 있는 감시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영업활동을 벌이는 M&A부티크도 나오고 있다. 또 상장사마다 주식관련 전문요원을 육성하려는움직임도 활발하다.그러나 가장 효율적인 방어기법은 경영자와 대주주가 투명하게 회사를 경영하고 배당률을 높여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것이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투자설명회(IR)를 자주 갖는 것도 효율적인 경영권 방어기법이라고 할수 있다. 그래야 경영권분쟁이 빚어졌을 때유리하게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지난 93년 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집했을때 기아가 기업경영권을 지킬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우호적인 여론때문이었다. 경영이 부실하고 대주주의 전횡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때는 누구든지 기업탈취에 나설 수 있다.앞으로 M&A시장의 룰이 자리를 잡을 경우 선진국에서 활용된 방어기법도 도입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의 법률전문가들은 인수시도를 격퇴하거나 최소한 경영진의 인수가격에 대한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인수방어기법 등을고안했다.△정관변경에 의한 인수방어 △임원 및 종업원 보수 △주식매수권계획 등이 선진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어기법들이다.물론 이러한 기법들에 의한 인수방엉 성공한 기업도 수년내 경영진이 교체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되는 경우도 있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상법등의 규정에 의해 이러한 인수수단들이 사용되기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효율적인 방어책을 마련하는데 많은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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