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최후의 날'… 그 이후

한보철강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단군 이래 최대의 부도사건으로기록되고 있는 한보파문이 50여일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한보철강에 대한 재산보전처분이 결정됐고 포철 출신 손근석 보전관리인이취임했다. 또 신임경영진이 선임된데 이어 조직개편도 있었다.그 사이 이용남 사장을 비롯한 기존의 한보철강 경영진은 대부분퇴진했다. 그 자리에 위탁경영을 맡은 포철의 임직원들이 대거 입성했다. 본사 사무실도 옮겼다. 대치동 한보본사 사옥에서 나와 포스코 센터에 새둥지를 틀었다. 비록 한 개층만을 사용할 정도로 공간이 좁지만 직원들의 의지만큼은 과거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것이없는 모습이다.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변화와는 관계없이 한보철강의 꼬인 매듭을푸는 해법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욱 엉키는 형국이다. 문제해결의 주체들이 자기들의 입장만 내세운채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채권은행단의경우 추가지원자금의 배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 특혜시비 우려하며 문제해결엔 뒷전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의 부담은 누가 질 것이며 운영자금은 어떻게배분할 것이냐를 놓고 서로 책임떠넘기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정부에서도 지원책만 무성하게 내놓을 뿐 실제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은 뒷전이다. 특혜시비가 일 것을 우려해 뒷짐을 진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빗대어 피해당사자들은 정부가 말잔치만 하고 있다고 비꼰다. 상황이 이렇듯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위탁경영을 맡은 포철도 그들나름대로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떼밀려 경영을 맡았지만 일이꼬이자 난감해하고 있다. 하루 빨리 발을 빼고 싶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포철이 가능한 한 올해 안에 제3자 인수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포철은 한보철강 문제가 다음 정권까지 넘어가는 것은 좋지않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될 경우 누구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그러나 이러한 포철의 의지가 현실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당진제철소를 완공해 정상적으로 돌리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별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게다가 당진제철소는 아직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코렉스공법을채택하고 있어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상황이다.특히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돈만 많이 들어갔지 생산성이 포철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당분간 제철소의 기능을 십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보철강은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내에모든 것이 정상화되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판단된다고설명했다.한보철강 문제의 매듭을 푸는 마지막 단계인 3자인수 추진도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누가 빚더미 회사를 인수하겠느냐는 얘기다. 인수가능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대 삼성 LG 대우등 4대그룹 역시 현실적으로 인수할 수 없다거나 검토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한보철강은 무려 5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도 2조원에 가까운 돈이 더 들어가야 한다. 전체적으로 7조원의 빚 위에서게 되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은행부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있으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부채를 출자금으로전환시켜줄 경우 인수기업이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한보철강 부도로 직격탄을 맞은 당진의 지역경제도 3자인수를 진행시키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피해의 당사자격인상인들과 중소업체 대표들은 입을 모아 지역경제가 고사상태라고토로한다. 여기저기서 당진경제를 살리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이를 주제로 한 난상토론이 펼쳐지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대답없는 메아리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질 뿐이다.한보그룹이나 정태수 총회장 일가의 과거가 어떻든 한보철강을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 재계와 금융계의 중론이다. 또 현재 중단상태인 B지구 공사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0% 이상 진척된 마당에 거대한 고철더미로 그냥 방치해둘 수는 없는 노릇이기때문이다.이런 상황속에서 관계자들은 한보철강과 당진경제를 다시 살리기위해서는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무관심이야말로최대의 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제2의 한보철강사태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