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기계발로 '완전무장'

태평양에서 일하고 있는 고소영씨(23)의 하루는 오전 6시20분에 시작된다. 대학 다닐때야 게으름을 부렸지만 이제는 늦어도 6시2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샤워와 화장 아침식사 등 출근 준비를 마치고집을 나서는 시간은 7시20분. 집에서 회사까지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라 7시35분이면 회사에 도착한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회사에서 운영하는 영어회화 강좌에 참여한다.영어강좌를 끝내고 사무실에 오면 8시40분. 업무시작 시간인 9시까지의 20분간은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이 20분 동안 컴퓨터 통신에 들어가 그 날의 신문기사를 훑어보고 중요한 사항을 메모하며업무를 준비한다.고소영씨가 속해 있는 부서는 브랜드매니저 5팀. 브랜드매니저라는이름의 팀이 생긴 것은 지난해 말이다. 그전까지 고씨는 상품기획실 소속이었다. 상품기획실은 새로운 화장품을 기획하는 부서였다.이 상품기획실이 팀제로 개편되면서 브랜드매니저 5팀 소속으로 옮기게 됐다. 브랜드매니저란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보편적인 직책.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그 상품의 이름을 짓고 상품 판촉을 위한 마케팅 전략까지 세우는일종의 상품 책임자다. 말하자면 탄생과 성장 죽음이라는 브랜드의일생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다. 현재 태평양에는 브랜드별로10개의 브랜드매니저팀이 있는데 한 팀당 3∼5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고씨가 속해 있는 브랜드매니저 5팀은 방문판매용 화장품인 「프리메라」 담당이다.고씨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방문판매 영업소를 방문, 제품에 대한 반응을 조사하는 일이다. 제품이 어느 정도 팔리는지, 사용해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영업소에 불만은 없는지 등을 점검, 보고하는 일이다. 이런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일주일에 세번씩 정기 팀 회의가 열린다. 소비자의 반응을 분석,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 위한 회의다. 팀내 회의 외에 태평양의광고를 담당하고 있는 동방기획과도 수시로 만나 광고의 방향을 체크하고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본업무외 특별조직 활동도 활발브랜드매니저라는 본업무 외에 고씨는 2개의 사내 태스크포스팀(특별 조직)에서 활약하고 있다. 하나는 네이밍(naming)팀. 회사에서새 상품을 개발할 때 그 상품의 브랜드를 짓는 팀이다. 또 하나는메이크업 팀이다. 태평양의 메이크업 제품을 개선하기 위한 팀으로여기에 참여한지는 한 달이 채 안된다. 고씨는 화장품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메이크업에 대해 몰라서는 안 되겠다 싶어 지난달까지5개월간 메이크업을 공부, 전문가 과정을 마쳤다. 퇴근후 3∼4시간씩 일주일에 세 번 다녀야 하는 고된 과정이었지만 무언가 하나를끝마쳤다는 성취감은 있다. 고씨는 전문가 과정을 마친 후에 메이크업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하게 됐다.고씨의 퇴근 시간은 오후 6시30분. 보통은 정시에 퇴근하지만 일주일에 한두번은 밤 10시 정도까지 야근이 있다. 지난 달까지는 메이크업 학원에 다니느라 너무 바쁘고 피곤하게 지냈지만 요즘은 퇴근 후에 꽤 한가하다. 야근을 하지 않는 날은 친구들과 어울려 저녁 먹고 놀다가 느지막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매달 2, 3주 토요일은 휴무인데 쉬는 토요일에는 주로 등산을 가거나 영화나 연극 관람을 즐긴다.고씨는 이번 한달은 한가하게 놀자는 생각으로 편안히 지내고 있다.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다시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한다. 당장은일본어회화를 배울까 생각 중이고 장기적으로는 야간대학이나 특수대학을 이용, 마케팅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맡고있는 업무가 업무이니만큼 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다.일과 자기계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있는 고씨의 바쁜 24시는자기 생활에 충실한 신세대 여성 직장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고씨는 숙명여대 행정학과를 졸업, 95년에 태평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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