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문제 골치, 보육시설 태부족

출판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방향을 돌린 박모씨(34).6년 이상 다닌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하나. 당시 돌을 넘긴 딸 때문이었다. 『애를 키우는데 손이 많이 가는데다 회사일과 병행해서가사일을 한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했다』는 박씨. 지금 딸이 4살이나 됐어도 여전히 취업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놀이방에 맡기고 다시 일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애가 떨어지면 불안해하고 놀이방도 엄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H자동차의 영업사원인 서모씨(29)는 입사 7개월째인 신입사원. 결혼 후 3년간 전업주부였으나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사는가」하는 회의가 일면서 사회생활을 계획하고 입사하게 됐다』고. 물론 가계에 보탬이 되고 사회생활 속에서 자신의 참모습을 찾고싶다는 욕심도 작용했다는 것이 서씨의 말이다. 입사초기에는 지금 4살 된 아이의 육아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지만 한달에 30만원정도를 내고 놀이방에 애를 맡기는 것으로 해결했다고. 그러나 육아문제만큼은 『아직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서씨의 말이다.부부맞벌이는 이제 세집 걸러 한집 꼴(95년 통계청발표)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곳곳에 깔린 게 애로사항들이다. 가장 큰어려움은 박씨나 서씨의 경우처럼 맞벌이부부가 출근한 후에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것. 박씨처럼 아이문제로 직장을 그만 두는경우도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다. 회사측도 육아문제로 그만두는 주부사원들에게 불만이다. 대우자동차의 이영근씨는 『여성사원의 경우 보통 2년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육아문제가가장 큰 이유이며 회사측에서는 우수인력을 가정에 빼앗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맞벌이부부의 육아문제를 더욱 부추기는 것은 보육시설의 부족. 지난해말 현재 1만2천98곳의 보육시설에서 40만3천여명의 어린이들이 혜택을 보고 있지만 보육시설의 혜택을 받아야할어린이들은 1백4만명으로 10명중 6명이 보육시설의 혜택을 받지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휴가 2개월은 부족하다”맞벌이부부가 갖는 육아문제의 심각함으로 예전의 가족관계와 다른새로운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맞벌이에 따른 부부갈등의 가장 큰원인으로 자녀문제가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복지재단이 맞벌이부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맞벌이부부의 부부갈등에 있어가장 큰 요인으로 자녀문제라는 응답이 차지했다. 반면 맞벌이주부들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싶어하는 경향이 확산되는가 하면 가정내에서 「남성=생계부양자, 여성=가계보조자」라는 역할분담이깨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창그룹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조사에 따르면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싶다」는 응답이 62%로 「따로 살고싶다」(10%)를 훨씬 웃돌았다. 특히 미혼여성들의 70%가 함께 살고싶다고 응답해 육아문제해결을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했다.컴퓨터강사로 일하는 배모(37)씨의 경우 결혼 후 시어머니에 대한인상이 안 좋았지만 아이를 낳고부터는 시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확바뀐 케이스. 맞벌이부부인 관계로 이제 돌을 넘긴 아이를 봐줄 마땅한 사람이 없는 처지에 시어머니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딸을돌보기 때문이다. 『애 보는 사람을 쓰면 한달에 최소한 70만원 이상 드는데 (시어머니가 애를 보는)덕분에 그 돈을 절약할 수 있는데다 손녀를 보살피느라 고생하는 시어머니를 이해하면서 고부간의사이도 좋아졌다』는 것이 배씨의 말이다.비단 육아 뿐만이 아니다. 청소년자녀들을 둔 맞벌이부부들도 자녀문제로 가슴졸이기는 마찬가지다. 부모의 눈에 벗어난 청소년들이학업을 뒷전에 미루고 비행청소년이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도 맞벌이부부의 청소년자녀들이 범죄성향과 관계가 있는 「자기통제력」이 약해 범죄나 비행에 노출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중·고생 각각 1명씩 2명의 딸을 둔 김모(42)씨는 『10년간 영업사원으로 근무했지만 애들이 어릴 때인 영업초기보다 지금처럼민감한 청소년시기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며 『예전보다 더욱 더애들에게 잘해주고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맞벌이부부들에게 애로사항은 또 있다. S사의 정모씨는 『여성사원들의 경우 출산휴가가 2개월밖에 안돼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H보험사에 다니던 이모씨(29)의 경우『출산 후 다시 출근하려고 계획했지만 출산휴가가 몸조리나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돼 보험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그러나 맞벌이부부의 증가로 빛을 보는 분야도 있다. 대행업 놀이방 탁아모 인스턴트식품 등 맞벌이부부들을 겨냥한 서비스나 상품들이다. 맞벌이부부의 증가로 요즘 한창 성업중이다. 최근에는 맞벌이부부를 위해 편의점에서 TV수신료와 전기료를 수납하는 서비스까지 생겼다. 더블인컴비즈니스라고도 불리는 맞벌이부부를 겨냥한상품·서비스는 돈에 여유는 있으나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가정의특성에 주목한 것들로 「신속 정확 편리함」을 키워드로 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더블인컴비즈니스는 대행업. 집안 곳곳을 말끔히 대신 청소해주는 청소대행업, 장볼 시간이 없는 맞벌이가정의주부를 대신해 장을 보거나 물건구매를 대신해주는 구매대행업등이있다.구매대행업체인 에덴홈마트의 경우 일상생활용품과 식음료제품 혼수용품 등을 상품별로 제휴한 업체나 대형할인점에서 물건을 싼값에 사서 배달해주고 있다. 평생회원제로 5만원을 내고 회원이 되면물건배달과 동시에 구매대금과 구매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으며 비회원의 경우 물건값의 20∼30%정도를 선수금으로 받는다. 김승환사장은 『최근 맞벌이부부들의 구매대행문의가 몰리고있다』며 『맞벌이부부들은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치의 음식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크로드의 경우 회비 1만원을 납부한 회원이 요청한 물건을 대형할인점에서 구매해주고 구매총액의 5∼1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청소대행·구매대행 인기유리창틀 틈에 끼인 먼지부터 소파 카펫 가정제품까지 몽땅 청소해주는 청소대행업도 요즘 봄맞이 새단장을 하려는 맞벌이부부들로부터 한창 인기를 얻고 있다. 영업 8년째인 코리아 하우스 크리닝의민완식사장은 『30∼40대 초반의 전문직을 가진 맞벌이부부들이 청소대행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들어 청소대행업은 매년 100%이상 시장규모가 커지고 영업실적도 크게 오르고 있다』고말했다. 청소대행요금은 보통 평당요금으로 계산되며 주택구조, 건축연한, 현재 생활여부 등에 따라 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5천∼1만3천원 정도에 가격이 정해져 있다. 닥터크리닉의 송광철업무과장은 『아파트가 단독주택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며 아파트의경우 입주후가 입주전보다 비싸다』고 말했다.맞벌이부부들이 출근한 후 남겨진 아이를 돌봐주는 탁아모도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현재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 대한주부클럽연합회 YWCA 등지에서 가정탁아모를 시행하고 있다. 『가정탁아모는 아이를 맡기는 놀이방과 달리 탁아모가 직접 집으로 가 아이를 돌봐주는 것으로 보통 9시간 기준으로 2만5천원 정도를 받고있다. 시간초과시에는 시간당 2천원을 더 받는다』는 것이 태화사회복지관 이수경씨의 말이다. 『아이문제로 고민하는 맞벌이부부들의 증가로 탁아모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씨의 덧붙인 말이다.맞벌이부부를 겨냥한 시간절약용 대용식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시장규모만도 약 2천억원 정도로 업계에서 추산하는 대용식은 크게 즉석밥 죽 가루곡식 시리얼 과자 류 등으로 나뉜다. 즉석밥의 경우 가장 최근에 선보인 대용식으로 제일제당에서 햇반,미원에서 필라프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제일제당 판촉팀 장웅준씨는 『지난 1월에 시장에 나온 후 매달 약 3억원어치 정도가 팔릴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며 『햇반외에도 맞벌이부부들을 위해즉석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시테크제품을 개발중』이라고 말했다.오래 전에 선보인 죽의 경우 동원산업 오뚜기 미원 등에서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을 이용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각종 죽들을 판매하고 있다.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과 요기를 함께 충족시켜주는 가루곡식들로 영양식 선식 등의 이름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풀무원의 칠보식과 남양유업의 남양선식, 태평식품의 내추럴하우스 등으로 물에 타서 간단히 먹을 수 있어 맞벌이부부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이밖에 우유에 타서 먹는 시리얼류, 영양소가 들어있는 칼로리바란스 같은 과자류 등도 맞벌이부부들의 손끝을 떠나지 않는 대용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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