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일, 남자보다 낫다' 기염

기업활동의 최일선. 바로 세일즈다. 제품 서비스의 공급자인 기업과 수요자인 기업이 직접 만나게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독점이 아닌 이상 경쟁이 있기 마련. 그래서 세일즈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이기도 하다. 이 정글을 누비는 전사들이 세일즈맨 즉영업사원들이다. 자사제품을 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제품을 판매하거나 수요를 만들어내는 게 일이다. 모니터링을 통한 마케팅전략수립도 이들이 챙겨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흔히 영업사원들은 「보병」 「기업의 동맥」으로 비유되기도 한다.그러나 세일즈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다리품」을 팔아야 가능한3D직종으로 남녀를 불문하고 섣불리 뛰어들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래서 여자영업사원을 만난다는 것이화장품 등 몇몇 업종에서만 가능했던 것이 불과 얼마전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3D직종으로 여성들이 일하기에 어렵다거나 세일즈우먼들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진지 오래다. 여기에는 바늘구멍만큼 좁아진 취업문, 단순히 「사무실의 꽃」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는 적극적인 신세대 여성들의 사회진출, 영업직에 대한 밝은 전망 등이 작용하고 있다. 덕분에 영업직은 오히려 여성들에게 남녀간의 성차별이 없는 확실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직종으로인식되고 있다. 여성들의 직업변천사를 다룬 「엄마의 일자리, 딸의 일자리」(한국여성정치연구소)라는 책에서는 영업직을 여성들이도전해 볼만한 직업으로 추천하고 있을 정도다. 입사후 9년동안1백억원어치 이상의 가전제품을 판매해 「전설적인 판매여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대우전자 남부지사의 백숙현실장은 『여성이 자기 시간 노력 건강한 체력 등만 갖추면 되는 가장 안정된 직종이영업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약간의 과장이 섞여 세일즈우먼 전성시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글이라는세일즈전선을 아마조네스들이 휘어잡고 있는 분야도 있다. 가전제품이 바로 그렇다.가전제품의 경우 여성영업사원들의 영업활동은 눈부실 정도다. 가전시장이 여성들의 손끝에서 요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들이 감수성이나 유행감각에서 남성에 앞서는 데다 구매권을 쥐고있는 주부고객의 입맛을 남성보다 잘 파악하고 가정방문시 거부감이 적고 대화가 통한다는 등의 장점 때문』이라는 것이 백실장의설명이다.◆ 세일즈, 여성들에게 ‘적합’가전분야 영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라인종사자 또는 CS레이디로 불리는 약 1만여명의 주부영업사원들과 지난93년부터 삼성전자본사에서 직접 채용한 30명 정도의 본사영업사원들이 활약하고 있다. CS레이디는 대리점소속으로 방문판매를 주로한다. 연령층은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이 주류지만 맞벌이부부가늘면서 젊은 주부사원들이 요즘 늘고 있다. 한달에 2천만원 정도의매출을 올리면 전문가대접을 받는다는 것이 주부사원들의 말이다.본사영업사원은 영업외에 스태프의 일도 병행하며 『회사내에서도여성영업사원들에 대해 일을 잘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 홍보실 정득시대리의 말이다.대우전자도 지난 83년부터 주부판매사원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주부사원이란 명칭을 모니터요원으로 바꿨다. 『주부사원이란 이름이 주부로 한정된 데다 여성세일즈에 편견을 가진 사람이 아직 남아있어』라는 것이 홍보실 배지원씨의 설명이다.실제로 이름을 바꾼 후 미혼여성들도 영업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있다는 것이 배씨의 덧붙인 말이다. 대우전자에 근무하는 세일즈우먼은 현재 약 2천3백여명으로 이들이 대우전자의 국내매출액 가운데 약 10%정도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영업뿐만 아니라 시장조사도병행하고 있어 『대우전자에서 모니터요원들에 대한 평가는 아주좋은 편』이라는 것이 배씨의 말이다.가전 뿐만이 아니다. 기계에 약하다는 여성들은 기계의 결집체인자동차의 판매전선 곳곳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상승에 따라 자동차구입결정에서 여성들의 입김이 커진데다 대면설득과 판매에 여성들이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각 자동차업체들도 여성영업사원들을 늘리려 계획하고 있다.대우자동차의 경우 본사에서 채용한 3천여명의 영업사원 가운데59명이 여성이다. 예전에 주부사원제도가 있었으나 지난해부터는응시자가 없어 주부사원은 없는 상태다. 여사원에 대한 대우자동차의 평가는 전자와 달리 후하지 않은 편. 영업능력면에서 『남녀영업사원의 한달 평균 판매실적이 3.34대이지만 여직원들의 경우2.5대 정도로 남자들에 비해 판매 실적이 떨어진다』는 것이 대우자동차측의 설명이다. 그래도 자동차영업직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해 신차발표회를 겸해 가진 채용박람회에서 영업직인 카매니저에 응시한 1천5백여명 가운데 약 20%가 여성이었을 정도다.현대자동차의 경우 여성최초의 영업소장이 나오는 등 여성영업사원들의 활동이 다른 곳에 비해 눈에 두드러진 편이다. 전체5천1백5명의 영업사원중 2백24명의 세일즈우먼들이 올리는 실적은월평균 5.2대로 남녀 전체평균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여성판매사원들의 경우 초기탈락률이 높지만2∼3개월만 버티면 오히려 실적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회사내에서도 여성판매사원들에 대한 평가가 좋아 앞으로 계속 여성인력을 확보할 방침』이라는 것이 판매지원팀 장윤석대리의 말이다.기아자동차의 경우 전체영업사원 6천1백여명 가운데 88명의 여성이영업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중 기혼여성이 약 80%이고 나머지는 미혼여성이다. 여성판매사원들이 남성들에 비해 영업실적은 뒤떨어지고 있지만 회사에서 보는 세일즈우먼들에 대한 평가는 후한편이다. 『개인별 판매력은 뒤진다고 볼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단점도 있다. 『초기 적응을 못해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홍보실 관계자의 말이다.◆ “입사 초기 버티면 남성보다 실적 높다”한편 가전 자동차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영업전선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문제도 없지 않다.가장 크게 지적되는 것은 이직률. 대부분 영업직이 어려워 초기에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D사의 인사관계자인 이모씨는 『남자들보다 능력이 떨어지며 이직률이 높다. 매년 30∼40명정도 뽑지만 그만큼 회사를 그만둔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껏영업을 교육시켜놓고 「써먹을 만하면」 회사를 나간다』는 것이이씨의 불만이다. 결혼 출산 등 신상변화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일선영업직에서 근무하다 결혼 출산 등으로 다른 직종을 원할 경우 인력재배치 등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아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여성판매사원의 수가 남자사원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인원이 규모적이지 못해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갖지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니 인터뷰 / 김화자 현대자동차 목동파리공원영업소 소장자동차영업의 최일선은 영업소. 그래서 영업소장은 소대장으로 비유된다. 고객들의 신상파악은 물론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는 한편시장조사 수요조사 등도 해야한다. 물론 부하직원들을 토닥거리는일도 영업소장의 일이다. 만만찮은 자리다. 그런 면에서 현대자동차 목동파리공원영업소의 김화자소장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총성없는 전장이라는 자동차판매의 최일선에서 입사후 10년동안 약 1천여대 이상의 자동차를 팔아치운 억척 또순이, 꼼꼼한 고객관리로유명한 세일즈우먼이자 여성으로는 국내 최초로 자동차영업소장직에 오른 김화자소장을 만났다.▶ 입사후 줄곧 영업직에만 근무하면서 탁월한 판매실적을 올린 비결은.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물건이다. 이것저것 따져보지 않을 수없다. 따라서 자동차세일즈의 핵심은 소비자 입장에서 세심하게 접근하는데 있다. 아울러 자동차정보나 인간적인 관심사에서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노력과 정보를 제공하면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인식을 심어준 게 나름대로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 요즘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평한다면.자아가 강하고 능력이 있다. 예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여성영업사원들이 남성들에 비해 약간 판매실적이 높다.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 그런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기중심적이며직원들과의 단결력 등에서 과거의 직장여성들과 차이가 있다.▶ 여성으로서 사회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을텐데.그렇다. 가장 큰 장애물이라면 역시 애들 문제다. 육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여성들의 직장생활에는 반드시 제약이 따를 것이다.지금 중·고교에 다니는 딸이 둘 있는데 예전에는 제대로 못해주는것 같아 항상 안쓰럽고 미안했다. 그래서 지금 가정에 조금이라도더 충실하자는 마음을 항상 지니고 산다.▶ 최근 많은 여성들이 영업직으로 몰리고 있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세일즈가 현대산업사회의 꽃이라면 자동차세일즈는 꽃중의 꽃이다.영업직원들의 가장 필요한 자질은 성실함 책임감이다. 아울러 남보다 나으려면 남과 똑같이 해서는 절대 남보다 나을 수 없다는 점을명심해야 한다. 자기 일에 대한 욕심과 승부근성을 갖고 영업을 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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