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부채비율·호실적·테마주 유망

빈사상태에 빠졌던 증시가 봄맞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때 6백선을 위협하며 추락하던 종합주가지수가 6백50대로 올라서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아직도 시한폭탄인 한보사태가 검찰재수사다,국회청문회다 해서 어디로 불똥을 튀길지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6백선마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게 증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담보부족으로 「쪽박」을 찼던 투자자들도 하나 둘 증시로 발길을돌리고 있다. 고객예탁금이 한달여만에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어떤 종목을 사야하는지를 묻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돈으로, 행동으로 증시 입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다」라고할만큼 명백하게 유망한 종목이 떠오르고 있지 못하다. 증시도 강한 오름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다. 6백50선에서 미미한 등락을 거듭하는 터널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장세반전을 주도했던 반도체주식들은 횡보로 태도를 바꿨다. 은행증권주들도 숨고르기를 하며 향후 발길을 결정하겠다는 유보적 자세다. 대형주들이 조정을 보이면서 그동안 약세를 보이던 중소형개별종목들이 강세를 나타내며 순환장세를 보인다. 유화주만이 소폭 조정을 거쳐 강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불투명한 실정이다. 그만큼 입에 맞는 종목을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한보 커넥션따라 금융주 울고 웃고앞으로 유망종목을 고를 때 화두로 삼아야 할 말이 「주가차별화」다. 주가가 내재가치에 따라 재편되고 있는 만큼 개별종목들의 내재가치를 철저히 따지는 정석투자가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이런 경향은 한보·삼미부도후 더욱 강해지고 있다. 부도도미노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부채비율이 높거나 자산가치가 적은 기업은 외면을 받고 있다. 부실기업과 거래가 많은 은행 증권 등도 약세를면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실적이 호전되거나 자산가치가 좋은 기업들은 새로운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은행·증권주의 최근 주가흐름을 보면 금세 알수 있다. 한보그룹에거액의 대출금을 물린 제일 외환 서울은행과 삼미의 주거래은행인상업은행의 경우 「똥주」로 추락했다. 제일 서울은행은 한때 2천원대로 떨어졌다. 한양건설 산업합리화 재지정 이후 「피나는」 자구노력으로 비상하려던 상업은행은 날개짓도 제대로 못하고 침체의늪에 빠졌다. 민영화 전까지만해도 떵떵거리며 엑셀런트뱅크를 자처하던 외환은행의 기백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반면 부실채권이 거의 없고 한보·삼미와 「커넥션」이 없는 국민 주택은행은군계일학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증권주들도 마찬가지다. 한보·삼미에 지급보증했다가 거액을 대신물어준 증권사들과 내실경영으로 알차게 살찌운 회사의 주가차별이눈에 띄고 있다. 금융빅뱅으로 온갖 규제가 풀리고 경쟁력을 갖춘기업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게 될 날도 멀지 않다. 수수료율이 자유화되면 33개 증권사중 절반에 가까운 16개사가쓰러질 것이라는 증권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진입규제가 완화될 경우 그동안 누려온 「도장값」도 받을 수없게 된다. 동원 신영등 일부 중견사를 제외하곤 심한 몸살을 겪어야 할 판이다.금융주들만이 아니다. 은행의 「대출회수대상기업」리스트가 나돌면서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기업들의 주가는 빠른 미끄럼을 탔다. J D K N S그룹과 C H기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SM(스티렌모노머)값 상승으로 수익호전이 예상되는 호남석유화학과 한화종합화학, 라이신 가격상승의 호재를 맞은세원 등은 오름세를 지속하며 부러움을 온몸에 샀다. 80년대말 금융 건설 무역등 이른바 「트로이카주」가 증시의 기관차 역할을 하며 우량주나 똥주나 구별없이 모두 함께 오르고 지난해 M&A(기업인수합병)이나 신약개발, 환경관련신기술 개발등을 재료로 관련종목들이 동반상승한 것과는 1백80도 달라진 것이다.주가차별화라는 화두에 맞는 유망종목은 무엇인가. 하나는 실적호전이 기대되는 종목들이다. 지난해에는 전반적인 실적이 좋지 않아실적보다는 테마에 따라 시세가 형성되는 재료장세였다.그러나 올해는 경기바닥을 벗어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장세의 초기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장세반전의계기가 유화주와 반도체주였다는 사실이 이런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출액과 경상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종목(표참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분기부터 수출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돼 삼성물산등 종합상사등도 관심대상이다. 종합상사는 역사적 저점에 있으면서 금융주처럼 부실요인이 없다는게 가장 큰 강점이다. 대세상승때 주도주로 부상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다음으로 외국인 선호종목이다. 지난 17일부터 외수펀드들이 우량주 중심으로 편입을 시작했으며 오는 5월부터는 외국인투자한도가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4월5, 6일 필리핀세부(Cebu)섬에서 열리는 APEC(아·태경제협의체)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회의석상에서한도확대를 발표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포철 한전 한국이동통신 LG정보통신 흥창물산 등 외국인 선호종목이 최근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이 깊다. 외국인선호종목은 한도확대 발표이후 시행전까지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얻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다만 외국인 선호종목도 차별화되고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과거에 외국인이 좋아했던 블루칩이라고 해서 무작정 사들이는 단세포적 대응은 벗어나야 한다.◆ 낙폭 큰 토목관련 건설주·시멘트주도 부상이와함께 테마주들도 여전히 주목해야 할 종목들이다. 본격적인 실적장세가 펼쳐지기에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에 그때 그때의 유행에 따라 시세를 형성하는 테마의 파도를 타고 치고달리기전략으로 터널장세를 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재료주로의 대명사는역시 자산주다. 부도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청산가치가 높은기업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단순히 보유부동산이 많다는 것만으로는 재료가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보·삼미 부도이후 금융기관들은 물론 기업들도 자구노력을 통한 몸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부동산 경기는 당분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폐광개발지역 영종도신공항 안면도개발 미니신도시건설등 개발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주된 대상이다.정보통신주는 약세장에서도 강세를 멈추지 않는 성장주로 주목받고있다. CT2(발신자전용전화) PCS(휴대용전화)시내전화사업 CATV위성방송 등 앞으로의 시장이 얼마나 될지 추정하기 힘들 정도다.SOC(사회간접자본)관련주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SOC투자가 다소 위축될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올해 민자유치사업이 8조원을 넘어서는등 큰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피하되 낙폭이 큰 토목관련 건설주와 시멘트주가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생명공학주식은 꿈을 먹고 크는 주식으로각광받고 있다. 신약개발에 한번 성공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 택솔 등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는 삼양제넥스나 한두번의 실패는너끈히 이겨내고 투자할 수 있는 체력이 있는 LG화학, 생명공학의선두주자인 녹십자 등이 유망해 보인다.유망종목 선정은 주식투자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눈을 크게 뜨고돈되는 주식을 찾아다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모두가유망종목을 발굴하는 것은 아니다. 배움에 왕도가 없듯이 종목찾기에도 지름길은 없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내를 갖고 내재가치와 주가흐름을 분석하다 보면 눈이 뜨이게 된다. 남의얘기만 쫓다 보면 설거지만 할 뿐이다. 「이익을 내고 주식을 판뒤 3개월동안 주식을 사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주식에서 이길 수 있는 투자자다」 「프로는 1년에 두번 매매한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증시에서 황금알을 캐려는 사냥꾼들에게 가장필요한 것은 초인적인 인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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