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해외부동산 투자만 '명맥'

시중에 자금이 풍부해지면 이익을 쫓는 자금의 생리상 가장 먼저눈길이 닿는 것이 실물자산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게 바로 부동산.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실물자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80년대말 직접 몸으로 겪었던 부동산폭등처럼 수익성 안정성 등에서 부동산만한 투자대상이 없다는 한국적인 경험논리도 작용하고 있다. 땅에 묵혀두면 언젠가 목돈이 된다는 생각인 것이다.이런 이유에서 최근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돈이메말랐다는 말이 나오면서 혹시 부동산쪽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았나 하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는 올해가 부동산의 경기순환상 대순환인 10년 상승세를 타는 시점인데다 각종 규제완화와연말 대통령선거라는 대형재료가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것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윤색되기도 했다.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연초에 신도시를 비롯한 일부지역의 아파트와 신규택지개발지구 등 개발예정지의 땅값이 잠시오름세를 보였으나 정부에서 각종 진정책들을 내놓으면서 실거래가끊긴 상태에서 높은 호가만 오가는 양상을 빚기도 했다.비록 연초 부동산시장이 다소 움직이는 듯 했지만 두드러진 이상기류는 아직 없다는 것이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부동산시장을 선도한다는 아파트를 비롯해 상가 준농림지 오피스텔법원경매 등 각광을 받으면서 올해 부동산가를 이끌 것이라고 주목받았던 일부 「유행성 부동산상품」들도 지난해만도 못하다는 말이나올 정도로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다.◆ 시중자금 부동산으로 흘렀나 ‘의혹’ 눈길미주하우징컨설팅의 김영수사장은 『올들어 부동산시장은 팍 가라앉은 침체상태』라며 『특히 부동산시장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시장이 최소한 보합세라도 돼야 다른 상품들도 활기를 띠는데전혀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이나 테마상가 등과 같이 지난해 하반기에 활기차게 인기를 끌었던 일부 상품들도지난해만 못하다는 것이 김사장의 덧붙인 설명이다.이런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함께 시중자금이강력한 법적 제도적 규제장치들에 묶여있는 부동산시장으로 쉽게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지방의 전원주택과 대지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돌공인중개사무소의 원유만씨는 『지금 부동산경기는 투자자들이나 실수요자들 모두 관망세를 보이는 상태』라며 『각 언론매체에 광고를 매일 내보내고 있지만 문의마저 없다』고 말했다. 거래도 부동산시장의 냉각기류를 반영하듯 시원찮다. 간혹 지방의 땅을 놓고 거래가 이뤄지기는 해도 거래가가 3천만∼5천만원 정도인 소액 실수요자들의 거래이며 그나마 원매자가 찾는 마땅한 매물이 없어 거래가 성사되지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강남쪽 투자자들이 용인 동백지구 등택지개발예정지 인근의 땅을 원하지만 매물이 없다』는 것이 원씨의 말이다. 지방의 임야와 땅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N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도 『토지나 임야의 경우 거래가 미미하게나마 맥을유지하고 있지만 형편없는 실정』이라며 『지금 땅값이 약보합세를보이지만 여름을 고비로 다소 풀리길 기대한다』고 희망을 표시했다.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법원경매의 경우도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경매·급매물건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에이스컨설팅의 최부용실장은 『최근 한달 사이에 경매가 이뤄지는것을 보면 10명의 회원 가운데 2건 정도』로 『대개 5천만∼8천만원 정도의 돈으로 내집마련을 이루려는 실수요자들뿐』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경매에 대한 수요증가로 감정가 경매가가 크게 올라 경매의 이점이 많이 사라지면서 경매인기가 예년만 못하다는 것이 최실장의 말이다. 최근 경매물건을 보면 땅은 아직까지 그런대로 경매가격이 투자대상으로 안정돼 있으나 주택의 경우 응찰자들의 과열경쟁으로 경매가가 시세에 육박해 경매를 통한 주택구입은실익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이다.특히 일반인들이 단순히 강좌 등을 통해 얻은 단편적인 경매지식이나 경매전문지만을 보고 전문가의 도움없이 혼자 경매에 참여하면서 경락후 피해를 보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일부 경매참가자의 경우 권리관계 등 물건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아파트를 낙찰받았다가 권리관계청산 명도 등에 제반 비용이 더 들어가결국 시세보다 비싼 값에 경매물건을 구입하는 손해를 본 사례도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S공인중개사무소 김모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파트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임야나 단독주택 등은 아직도경매를 통해 투자할만한 가치가 크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부동산시장을 선도하는 아파트시장도 굳어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연말과 올 연초에 일부 재건축아파트와 신도시지역을 대상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등 잠시 반짝강세를 보였지만 이내 곧 사그라지고말았다. 이런 아파트가격의 상승에 대해 부동산가에서는 「부동산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와 최근 2∼3년간 오르지 않았던 아파트가격이 시세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체적인상승요인에 촉발된 소폭의 가격상승이었지 부동산경기에 영향을 받거나 영향을 미칠 정도의 세를 이룬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따라서 앞으로도 아파트가격의 상승은 일부 역세권지역이나 개발예정지구 등을 중심으로 소폭 상승하겠지만 전반적으로 값이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자들의 시각이다. K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만 잠시 가격이 떴다가 바로 가라앉았는데 이는거품현상』이었다며 『올들어 전반적이고 구조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아파트시장도 침체분위기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최근의 아파트값 하락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분당 일산 등 신도시와 대단위 아파트단지에서는 이미 시세보다 싼값에 매물이 나와 소진되지 않은 채 쌓이고 있다. 특히 40평형이상 대형아파트의가격하락폭이 커 분당의 경우 3천∼4천만원, 일산의 경우 4천∼5천만원까지 떨어진 값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 역세권·개발지 중심 소폭상승지난해 온돌 싱크대 욕실 등 주거기능허용과 1가구 2주택에 해당되지 않는 세제상의 혜택으로 임대수익이나 매매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이나 소액투자자들의 발길이 몰렸던상가의 경우 그나마 다른 부동산에 비해 나은 편이다.H부동산컨설팅의 관계자는 『현재 오피스텔수요가 몰리는 대도시역세권지역은 공급과다상태』라며 『주변지역 교통량과 교통조건유동인구 등에 따라 오피스텔의 가치가 달라지므로 신중한 투자가필요하다』고 지적했다.전반적인 침체 속에 테마상가만이 분발했던 상가의 경우 『거시경제상황이 최악인데다 규모 입지 교통 유동인구 등 조건을 완비한곳을 제외하면 상가도 사정이 밝지 않다』는 것이 케이 엔 케이 오정원기획위원의 말이다.아파트 토지 상가 오피스텔 경매 등 전반적인 부동산경기의 침체를반영하듯 부동산시장에서는 가격파괴형상품이 선을 보이기도 했다.부동산가격파괴는 건축물분양을 조기에 완료하기 위해 분양가를 대폭 낮춰 판매하는 것으로 한국컴퓨터사옥 등 보라매타운내의 사무용빌딩에서 시작돼 분당 일산 등 신도시지역의 오피스텔과 아파트형 공장에 이어 지방임야로까지 바람이 옮겨가고 있다. 부동산가격파괴에 대해 한국부동산컨설팅의 정광영사장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빠른 자금회전을 원하는 시공사측의 이유 등으로 부동산가격파괴의 바람이 시작됐다』며 『아직 아파트까지 가격파괴의 바람이불지 않았지만 옵션제를 잘 이용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편 국내 부동산시장이 냉각기류에 빠져들면서 일부이지만 부동산업소를 끼고 해외부동산투자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 현지부동산을 부동산회사의 이름으로 매입한 뒤 임대 등을 통해 현금화한 뒤 이를 국내로 들여오는방법으로 해외부동산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보통 한건의 해외부동산투자에 6명 정도의 직원이 매달리며 6개월 정도의 작업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A부동산중개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중국 등 외국의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며『보통 4억∼5억원 정도의 금액을 투자하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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