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여신규모 6조원 증가

종합금융사는 국내 산업의 큰 돈줄이다. 한국 동양 한불 신한종합금융 등 전국의 30개 종금사가 우리나라 자금시장에 풀어 놓는 돈,즉 여신규모는 85조7천9백18억원(3월24일 기준)에 이른다. 종금사로 들어오는 자금인 수신규모도 85조9천1백55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종금사 한개사가 하루에 움직이는 돈이 1조원을 훨씬 웃돈다.지난 95년 종금업계의 여신규모가 59조2천8백68억원이었던 것에 견주어 볼 때 상당한 성장이다. 시중 자금이 급속도로 단기화 되고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따라 단기자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종금업계는 이제 국내산업계에 자금을 대주는 돈줄로서 확실한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종금사는 다른 금융기관처럼 돈을 꿔 와서 이를 적절한 곳에 빌려주는 자금중개기능을 핵심기능으로 하고 있다. 은행과 다르다면 종금사가 어음할인 등을 통해 대주는 돈은 철저하게 신용을 기반으로하고 있다는데 있다. 은행의 담보대출과는 달리 자금을 대주는 대상이 우량기업에 한정되는 것도 그래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재무구조가 불량한 중소기업들은 종금사 문턱에 갈 엄두도 못내는게현실이다.대신 이들 중소기업은 할부금융사나 파이낸스사 신용금고 등 이른바 제2금융권의 미니 금융기관으로 달려간다. 물론 더 많은 이자를물어야 하지만 돈을 빌릴 수 있다면 높은 이자도 기꺼이 내겠다는게 기업의 생리다.종금사는 바로 할부금융사 파이낸스사 등에 자금을 대줘 중소기업에 대한 간접적인 돈 줄이 되고 있다. 이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할부금융사 파이낸스사 등이 한보가 발행한3천억원대의 융통어음을 대거 떠안고 부도위기에까지 몰리면서 신용도가 추락한 것이다.종금사가 신용도가 추락한 파이낸스사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신용을 보고 자금을 대주는 종금사의 생리상 당연한 일이다. 미니금융기관의 자금난은 이들을 단골로 찾던 중소기업들이 대거 돈 가뭄을 겪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자금 위기가 심한 파이낸스사 등은기존 대출금까지 회수하고 있어 이들 금융기관을 돈줄로 삼아온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용도 추락 보수적 자금운용그러면 한보부도 이전까지만 해도 이들 미니 금융기관으로 흘러갔던 돈이 이제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종금사의 여신규모는 계속 늘고 있으니까 어디로든 흘러 갔을 것이다. 재무구조가 탄탄한대기업에 상당한 자금이 갔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지난해 경상수지적자 2백억달러 돌파와 함께 찾아온 고환율 시대의도래는 기업들로 하여금 달러를 끌어안도록 했다. 외화를 원화로바꿔 자금을 써오던 기업이 외화는 쟁여둔채 원화를 빌리기 시작한것이다. 이들 대기업이 손쉽게 끌어 쓸수 있는 단기자금의 차입을늘리면서 단기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여기에다 한국은행이 환율안정을 위해 달러를 푼 것이 원화자금을 흡수하는 결과를 낳음으로써자금시장을 꽁꽁 얼어 붙게 해 금리상승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특히 한보 한국IPC 세양정보통신 삼미그룹이 연이어 쓰러지면서 연쇄부도 공포감이 금융계에 만연하면서 은행은 물론 종금사등 제2금융권이 「자칫 물릴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자금대출을 극도로보수화함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종금사의 보수적인 자금운용은 재원부족에도 기인한다. 종금채를발행해도 팔리지 않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중순부터 초단기자금의 거래를 맡던 콜중개업무가 종금사에서 한국자금중개주식회사로넘어감에 따라 종금사가 단기자금을 끌어다 쓸수 있는 여력도 줄었다. 예전에는 수신보다 여신이 많으면 콜자금을 차입, 쉽게 그 갭을 메울수 있었다.그러나 콜시장에서 종금사는 이제 중개기관이 아니고 참가기관이됐다. 그만큼 콜차입여력이 준 것이다. 더욱이 신용도가 낮은 지방종금사나 신용금고 등은 공개된 콜자금시장에서 콜자금 끌어쓰기가더 어려워져 재원확보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이에따라 단기자금의 유통속도가 둔화되면서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결과까지 낳고 있다. 시중에 자금을 풀어도 구조적으로 유동성이 늘어나지 못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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