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새 시가총액 23조 증말

증권시장에서는 돈이 얼마나 증발됐을까. 주가가 지난 94년 11월이후 28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쉽게 말해 주식을 매매하지 않고 그대로 나뒀다면 원금이 반토막났다고 보면 된다.중요한 것은 주가침체기가 오랫동안 진행돼 왔는데도 도대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고점을 기록한 지난해10월14일(8백42.28)이후 다섯달새 주가는 22.1%(3월27일 기준)나급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백42조6천억원에서 1백18조8천억원으로 감소했다. 투자자들의 자산이 단시간에 23조원 이상 준 것이다. 이같은 규모는 같은 기간에 상장됐거나 유상증자한 물량(1조5천억원)을 반영하지 않은 단순 수치여서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욱불어날 것으로 보인다.물론 투자자들의 손실이 이미 실현된 것은 아니다. 손실에는 매매손실 뿐 아니라 평가손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투자자들의 피해는 만회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원활한 자금흐름을 막는 요소로 작용한다. 개인은 물론 기관투자가도 마찬가지이다.◆ 주가하락 시중자금난 부채질기관투자가인 메이저 투신들의 가장 큰 고민도 고유자산의 평가손부분이다. 2월말 현재 한국투신 대한투신 국투증권 등 서울 3투신의 평가손규모는 2조2천4백26억원으로 지난 회계연도말(96년 3월말)보다 8천6백18억원 증가했다. 평가손이 이처럼 불어날 경우 투신사들은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주가하락으로 주식형수익증권에서 돈이 빠져나가 미매각 수익증권을 떠안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결국 투신사들은 필요한 자금을 차입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주가하락이 시중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기관투자가들은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매매를 할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한다. 시장이 불투명하다고 주식을 내다 팔 경우 주가는더욱 가파르게 떨어지게 된다. 선물시장이 개설돼 어느 정도 헤지를 할수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물론 증권 은행 등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주식을 내다 파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은행들의 96년 영업실적에 따르면 주택은행 상업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유가증권매매손실을 기록, 실적 악화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도 전년도에 이어 지난해에도 위험자산인 주식을 털어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렇게 주가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셈이다.단지 유일한 희망은 시중자금시장이 경색되는데도 고객예탁금은 크게 줄지 않고 있는 점이다. 주가바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부수혈이 뒤따랐다는 얘기다. 고객예탁금 이용료율이 5%로 높아진점도 자금유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말 2조2천6백25억원 수준이던 고객예탁금이 3월25일 현재2조9천4백74억원으로 증가했다.증권전문가들은 기관들의 상품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만큼 주가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외국인투자한도가 확대돼 해외에서 자금이 활발하게 유입될 경우 증시자금유입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증시와가장 밀접한 관계를 지닌 금리가 한단계 하락해야 증권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올 것이란 원론적인 시각이 아직도 우세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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