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장사 안되기는 난생 처음"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입을 모아 「남대문시장이 생긴 이래 최대의위기」란 말로 최근의 불황을 표현하고 있다.대도상가 D동 그릇도매상가의 송용순씨(45)는 『지금은 혼수철이라그릇이 한창 잘 팔릴 땐데도 손님이 없다』며 『작년 이맘때에 비해 손님이 절반 이상 줄고 판매량도 줄었다』고 말했다. 또 『남대문시장에서 장사가 제일 안 될 때가 한여름인데 요즘은 지난해 한여름때보다도 장사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대도상가에서 남성복가게를 하고 있는 장명금씨(42)는 『이 상태로3개월만 계속 가다간 문닫고 쓰러지는 상인들도 많이 생길 것』이라는 말로 최근의 어려운 심정을 표현했다. 『작년에도 불황이다불황이다 했는데 지금은 작년보다 심해도 너무 심하다. 아예 손님이 없다』는 것이다. 장씨는 또 『지방 손님들도 장사가 안 되는지요즘은 잘 안 올라와서 도매고 소매고 되는게 없다』고 밝혔다.여성복상가도 마찬가지다. 남대문시장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S씨(여·45)는 『작년의 3분의 1도 안 팔린다』며 『그래도 큰 시장이라는 남대문시장이 이러면 다른 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고 체감 경기 불황을 전했다. 또 『옛날에는 외국인도 관광삼아 곧잘 찾아 왔는데 외국 손님도 없다』고 덧붙였다.실제로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은행에 입금하는 돈 액수도 뚝 떨어졌다. 서울은행 남대문시장 출장소의 김형호지점장은 『직원들이 상인들을 찾아다니며 입금하고 있는데 지난해말에 비해 입금액수가30∼40%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다 죽는 소리를 하면서 대책을 논의한다고 하는데 별 뾰족한 수도 없는 것 같다』는것이다.◆ 상인 수입 줄자 주변은행도 수입 줄어장사가 워낙 안 되니 매장을 팔려고 내놓는 상인들도 늘고 있다.『하루에 한두명씩 매장을 내놓으려고 상인들이 찾아오지만 장사를하겠다고 알아보러 오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명도 안된다. 그냥 들어와서 장사를 하라고 해도 매장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는 형편이다.』 남대문시장 천일부동산의 우용택씨 말이다. 권리금은 어느정도 떨어졌느냐는 질문에 우씨는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없다』며 『분양가도 안 될 정도니 할 말 다 하지 않았냐』고 덧붙였다.물론 남대문시장이 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이유는 단순히 최근의 경기 침체 때문만은 아니다. 남대문 상가집단 50여개를 관리하고 있는 남대문시장주식회사 기획실의 백승학씨는 남대문시장의 불황을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90년대 들어 계속 남대문시장 경기는 전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현대적인유통시장이 많이 생겨 재래시장이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도 한원인이지만 수입품이 많이 들어오는 것도 남대문시장의 불황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지방 손님이 급속이 줄고 있다는 점도 남대문시장의 불황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도상가 D동 그릇도매상가의 송용순씨는 『원래 도매만 했는데 지방 손님이 워낙 줄어 소매도 함께 하고 있다』며 『지방 경기가 죽어선지 도매 물량이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남대문시장만이 아니다. 최근 현대식 건물이 많이 들어서 남대문시장 고객을 많이 끌어오고 있는 동대문시장도 마찬가지다. 거평프레야 상가상우회측은 경기불황으로 도매고객이 줄어들어 개장시간을연장, 도·소매를 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우회측은 또 『경기불황으로 도매가 크게 줄어 소매를 하지 않고는 힘들다』고 말했다. 거평프레야의 경우 최근들어 5∼6층의 원단및 부자재점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점포가 오후9시부터 다음날 오후5시까지 20시간 영업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지방 상인의 급감은 남대문과 동대문시장등으로 지방상인들을 태우고 올라오는 버스에서도 확인된다. 예년에 한 버스에 40명에 달하던 상인들이 최근 10명 이하로 줄었다는게 시장 주차장측의 얘기다.서울 시장 경기뿐만 아니라 지방 경기까지 끝모를 침체상태에 빠져있는 것이다. 『먹고 살기도 힘들정도다. 우리 사정 좀 잘 써줘서무슨 대책 좀 세우게 해달라』는 남대문시장 여성복상가K(여·32)씨의 말은 상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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