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초의 매출 절반 "비명"

유흥업소는 특성상 경기의 흐름에 아주 민감하다. 호황일 때는 덩달아 태평가를 부르다가도 한풀 꺾이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진다.특히 고급술집의 대명사인 룸살롱은 더욱 그러하다. 주로 기업체가접대 차원에서 모셔오는 단체손님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까닭에 여차하면 발길이 뚝 끊어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이곳의 업주들은 국내외 경기와 기업의 동향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고 할수 있다.이런 룸살롱 업주들이 요즘 울상이다. 3년 이상 계속된 불황으로거의 고사상태인 곳이 한둘이 아니다.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면서 업주들은 올해가 최대의 고비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하반기부터라도 경기가 풀리면 숨통을 틀수 있지 않겠느냐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현재로선 별로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기업들이 경쟁력제고 차원에서 앞을 다투어경비를 줄이고 있는데다 일반 고객들의 발길 역시 뜸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와 정치권 역시 경제를 살리자는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허리끈을 조여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여기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업주들을 괴롭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아가씨들의 횡포(?)다. 예전 같으면 업주가 아가씨들에게이런저런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엔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 일이 끝난 후 그날로 돈을 주지 않을 경우 다음날부터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현금을 쥐어주며 영업을 하지 않으면 아예 문닫기 십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자연 업주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돈을 미리 준비했다가 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술값을 거의 대부분 카드로 결제해 돈이 잘 안도는 마당에 매일 거액의 현금을 만들어야하는 까닭에 더욱 어렵다는 설명이다.룸살롱의 어려움은 우선 매출액을 보면 쉽게 알수 있다. 90년대 초반의 잘나가던 때에 비해 대략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이 공통된설명이다. 신사동에서 K룸살롱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장사가 잘될 때에 비해 최근 들어 매출액이 무려 3분의 2나 줄어들었다며 요즘은 가게세 내고 아가씨들 일당 주기도 힘에 겹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주변의 다른 업소들도 사정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한다.◆ 권리금 포기 업소 매물도 즐비상황이 이쯤되니 아예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하는 모습이다. 적자가누적돼 더 이상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 강남역 부근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다 그만두고 최근 올림픽공원 부근에 호프집을 연 최아무개씨도 그런 케이스다. 최씨는 3년간 5천만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며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업종을 바꿨다고 설명한다.다행히 그는 권리금은 별로 손해를 보지 않아 그나마 운이 좋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주변에서 보면 억대에 달하는 거액의 권리금을 날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장사가안되는 까닭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는 것.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최근 생활정보지에는 권리금을 아예 포기했거나 50% 이상 내린 가격에 매물로 나오는 업소가 즐비한 실정이다.그렇다고 룸살롱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한 것은아니다. 불황을 이겨내려는 노력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이번 고비만 넘기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의식이 깔려있다.우선 눈에 띄는 것은 가격파괴다. 일반 직장인들을 겨냥해 술과 안주 값을 종전의 절반 가격으로 파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업소들은 대부분 비즈니스클럽이란 이름을 내걸어 그다지 비싸지 않은 곳임을 강조하고 있다.그런가 하면 아예 선물공세를 펼치는 곳도 있다. 주요 고객의 명단을 작성해 이를 근거로 화분이나 케이크 등의 선물을 사무실로 배달해 고객들에게 접근한다. 다른 방법에 비해 효과가 비교적 괜찮다는 것이 업주들의 설명이다. 이밖에 단골고객들에 대해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백화점들이 세일 때 물건을 싸게 팔듯술손님들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모신다. 서비스로 약간의 안주를 주는 단계에서 벗어나 아예 술값의 30% 내지 50%쯤 깎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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