갹출요율·지급개시연령 조정 시급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등 우리나라공적연금은 지금 심각한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 군인연금의 경우이미 심각한 연금재정적자가 발생, 매년 일정부분을 중앙정부로부터 보조를 받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군인연금에 대한 국고부담은 지난 81년 2.1%에서 95년 5.7%로 2.7배가 증가해 국방비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공무원연금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은 아직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나군인연금과 유사한 갹출-급여구조를 갖고 있어 조만간 적자반전이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경우 올해부터 적자가 발생, 2004년 기금이 완전고갈되고 사립학교교직원연금도 현재 추세대로 갈 경우 2000년 중반쯤 적자로 반전될 것으로 분석됐다.공무원연금 등이 특수집단의 노후생활보장을 위한 것이라면 전국민들의 노후생활보장을 위해 지난 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의 여건 또한그리 밝은 편이 못된다. 이 제도가 확대실시되면서 가입자가 늘어현재 국민연금의 재정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연금도입초기 현상일 뿐이고 급여지출(연금지급)이 본격화되는 오는 2022년에 총지출이 총수입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공적연금은 붕괴될 가능성도배제할 수 없다며 연금수혜당사자는 물론 정부, 정치권 등 사회 각계각층이 지혜를 모을 때라고 강조한다. 현상황을 쉬쉬하며 감추기보다는 문제점을 공개, 공적연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우선 연금갹출요율조정을 공적연금붕괴를 막을 대책으로 제시한다. 연금갹출요율조정은 국민연금보다는 공무원, 군인연금등 직역연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게 이들의 시각이다. 현행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국민연금가입자와 직역연금가입자가 받는혜택이 커다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중위소득자와 직역연금가입자가 동일하게 20년을 가입했을 경우 국민연금가입자는가입기간 평균소득액의 35%에 해당하는 연금을 받게되는 반면 직역연금가입자는 최종소득의 50%를 연금으로 지급받게 된다.더욱이 이 경우 가입연수 1년 증가에 따른 연금지급률이 국민연금은 1.75%인 반면 직역연금은 2%로 높다. 이처럼 혜택이 높음에도직역연금의 재정자립도는 형편이 없다. 군인연금의 장기적 재정자립도는 20%에도 미치지 못하며 공무원연금의 경우에도 3분의1수준밖에 되질 않는다. 급여혜택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갹출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공적연금붕괴 주범은 다름아닌 직역연금이 될 가능성이 크다.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상균교수는 『직역연금가입자에 대해 이처럼 높은 급여혜택을 주고 있는 것은 발족당시 낮은 임금에 대한 사후보상 성격이 강했다』며 그러나 임금수준이 어느정도 평준화돼갹출요율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70년대이후 월보수액의11%로 고정돼 있는 연금갹출요율을 그동안의 급여혜택증대에 맞춰상향조정, 수급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인연금 재정자립도 20%에도 못미쳐연금지급개시연령의 제한도 필요한 실정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연금지급 연령은 60세부터이다. 그러나 이 연령은 국민연금 발족당시우리 사회가 노령화사회에 접어들 것을 예상하고 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의료수준이 높아져 현재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2000년이후에는 연금급여자가 엄청나게증가, 국민연금 재정압박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학계에선65세를 국민연금지급개시연령으로 거론하고 있다.지급개시연령의 제한은 국민연금보다는 군인연금, 공무원연금에서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군인연금가입자의 경우 평균퇴직연령이 45세로 매우 낮아 보험료 납부기간이 짧은반면 연금지급기간은 30년정도로 매우 길다.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을 감안, 이러한 혜택이 주어졌으나 이제는 이를 재고할 시점이 됐다.공무원연금도 사정은 군인연금과 거의 비슷하다. 공무원연금가입자의 평균퇴직연령은 55세 정도로 연금수혜자 분포를 보면 55세미만이 49.6%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체수급자의 80%가 60세미만인 실정이다. 이에따라 직역연금의 지급개시연령을국민연금(60세)과 유사한 수준으로 제한해야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고 학계는 주장한다.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의 지급개시연령을 국민연금과 같이 60세로 제한할 경우 구조적 적자요인을 약 절반가량(47.7%)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특히 군인연금의 경우에는 퇴직연금을 55세부터 지급할 경우 장기적으로 적자의 약 50%를 절감할 수 있고 60세로 제한할 때는 적자의 약 74%를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군인연금은 계급 및 연령정년제등 군인사제도의 특수성으로 인해비자발적으로 조기퇴직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지급연령제한등 보완책마련시에는 이런 특수성이 반영돼야 한다.◆ 이번 대선서 연금문제 공론화 돼야공적연금의 운용도 대폭개선돼야 한다. 현재 연금은 일종의 주인없는 돈으로 인식돼 정부가 마음대로 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93년 공공자금관리법을 만들어 SOC투자재원으로 충당하고 있다.공적연금을 정부가 좋은 사업에 쓴다는데 이견이 없으나 문제는 그이율이다.최소한 금융기관에 예탁한 이율정도는 보장해주어야 하나 정부가공적연금에 지급하는 이율은 현재 턱없이 낮다. 김교수는 『석유사업기금을 정부가 마음대로 써 동나버린 것이 공적기금운용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라고 소개하면서 이제는 이같은 구태에서 벗어나공적연금운용을 전문펀드매니저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소득추계제도의 개선도 시급하다. 소득추계방식이란 연금수급자격을 지닌 퇴직자에 대해 퇴직후 재취업 등으로 소득기회를 보장받고있으면 이에 상응하는 연금혜택을 삭감 또는 연기하는 제도이다.현재 우리나라 공적연금제도에서도 급여지급시 이러한 소득추계방식이 부분적으로 도입,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적용이 극히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에대한 보완책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직역연금수혜자의 경우 정부투자기관 등 국영기업체에 재취업하게될 때에는 수혜액의 50%를 감액해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사기업에재취업하거나 자영업에 종사할 경우 소득추계대상이 되질 않아 연금급여의 100%가 고스란히 지급된다. 따라서 국영기업체 뿐만 아니라 사기업에 재취업할 경우나 사업소득자까지 소득추계대상에 포함시킬수 있도록 행정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이와함께 연금재정의 수급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연금급여지출부담을 낮추기 위한 급부수준의 하향조정을 고려해봄직하다. 예를 들어 급여산식의 계수조정을 통해 모든 가입자들에 대한 연금급여율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방법과 특수직역 연금의 경우 국민연금과 같은 소득재분배기능을 반영, 고임금층의 급여할인율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하는 구조조정방법등이 있을 수 있다. 이와함께 특수직역연금의 경우 퇴직후 연령에 따라 급여수준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강구해 볼수 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연금제도가 노후생활을 보장한다는환상을 깨는 것이다. 김교수는 정부는 연금갖고 노후생활을 할수없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홍보해야 하며 현행 연금이외에 제2, 제3의 연금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연금이외에 기업들이 직원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기업연금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돼 있다.우리나라 공적연금이 이같은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수수방관해왔다. 연금문제는 다른 사안과 달리집단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자칫 잘못 건드릴 경우 엄청난 저항에부딪치게 되는 것은 물론 표를 잃는 사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금문제는 그동안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 이런 측면에서오는 12월 실시되는 대선에서는 연금문제에 대한 다양한 정책대안이 제시돼 공적연금의 도산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