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11명의 경기 진단

경기진단을 위한 긴급설문조사는 경제계를 이끄는 주요경제연구소장 6명, 경제학자 2명, 기업인 3명 등 1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설문내용은 경제학자나 기업인에게는 (1)경기불황원인 (2)한국경제의 선결과제 (3)불황극복 대응책을, 경제연구소장들에게는 (1)경기불황에 대한 시각 (2)경기불황의 원인 (3)경기회복전망 (4)불황극복을 위한 대응책 등 4개항목에 대해 각각 모두 주관적인 견해를묻는 형식을 취했다.◆ 김준원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먼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약 2년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달러화의강세에 따른 반사이익이 엔화의 절하로 미미하다는 점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불필요한 규제의 실질적인 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 기업들이 국제화의 추세에 뒤떨어진 점도 지적할 수 있다.이러한 경제적 이유가 정치타락 내지는 정경유착의 문제와 결합돼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졌다.경제회생을 위한 단기적인 과제로 무엇을 들어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다. 민간부문과 정부가 공동으로 경제회생책을 모색해야 한다.의욕에 찬 민관의 공동보조가 절실한 시점이다.정부의 주도하에 국가 전체적으로 근검·절약의 정신이 확산돼야한다.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그만두어 특히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가들도 품질 경쟁력제고에 힘써, 향후 우리의 주력 수출품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중·장기적으로 아이디어 좋은 중소기업을실질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시장기구의 자율성 확보와 금융산업의재편이 뒤따른다면 경기는 낙관한다. 또한 재벌중심의 경제운영 패턴을 능력있고 비전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것도 필요하다.◆ 이종욱 /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미국 및 일본의 경기는 호황인데 반해 현재 한국경제는 불황을 겪고 있다. 이것은 한국이 수출하는 제품이 미국이나 일본 시장에서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한국경제의 경쟁력 저하는한국의 경쟁력 있는 제품이 몇가지 제품에 한정되어 있다는 산업구조의 취약성, 그리고 고지가 및 고임금에 기인한 고물가 때문이다.경제회복을 위해 시급히 할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다. 원론에 충실한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우선 기업가의 의욕을 되살려 주고 근로자 정부 및 정치인이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실현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근로자는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정부는 근로자생활안정을 위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또 정치인과 관료는 세일즈외교의 실체를 보여줘야 한다.현재 한국경제의 불황은 구조적 문제라서 단기적인 해결책은 찾기힘들다. 두가지를 든다면 첫째 학자나 관리의 머리에서 나온 의견보다 기업의 비전과 애로점을 해결하거나 실천하는데 역점을 둬야한다. 단기 및 장기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를 명확히 하여 그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 둘째 기업인의 위상을 제고시키는정부 및 정치인의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셋째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환경 및 준조세 부담을 감소시켜야 한다.◆ 구봉집 / 한국GMB 전무1987년 이후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인건비가 높다. 반면 고임금을 못따르는 생산성과 근로의욕도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부진하여 경영상태가 안좋다.경영자의 경영의욕을 제고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또한 근로자들도 경제불황이 당분간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현실을 직시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정부도 기업과 가계의생산의지와 근로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정부가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어 획기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국가생산성헌장」(가칭)을선포하거나 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1974년도의 사채동결과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경제난국을 풀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금융 세제상의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근로자도 과도한 임금인상을 절제하거나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 김환기 / 삼영물류 사장대외적 요인으로는 수출부진에 따른 경상수지적자 심화를 들수 있다. 특히 엔화약세에 따른 주요수출품목의 경쟁력 상실과 반도체등 수출주력상품의 가격하락이 주원인이다. 대내적으로는 고금리에따른 기업의 자금부담, 고임금 저생산성에 따른 생산원가의 상승과SOC에 대한 투자미비로 고물류비의 발생, 장기적인 정부정책의 부재, 과다한 행정규제에 따른 국내투자 위축과 해외투자의 가속화에따른 산업공동화 등이 그 원인이다.국가경쟁력 제고라는 명제 아래 국민 기업 정부 등 국력을 수출증대에 주력하고 고급소비재의 수입억제, 해외관광 및 조기유학 자제로 무역 관광 이전수지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금리인하, 고용과노사관계안정, 행정규제의 과감한 철폐를 통한 국내투자 유도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또 SOC분야 등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장기정책을 제시하여 민간기업의 장기적 계획을 세울수 있도록 해야한다.민간부문에서는 기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에서 꼭 필요한업무외에는 과감한 외부자원화(Outsourcing)하여 전문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또 기업간 제휴와 협업(Alliance,Partner-ship),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의 보완을 추구해야한다. 공공부문에서는 정부 규제를 혁신적으로 철폐하고, 정부규제를 방지할 규제개혁시스템을 마련하여야하며, 정부기관에서 꼭 수행할 필요성이 적은 우편 철도와 같은 업무와 공기업을 과감히 민영화하여야 한다.◆ 원종윤 / 인성정보 사장일본 엔화의 약세 등 대외 환경의 약화와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고착화에 따른 수출 및 내수의 부진 그리고 노동법 개정, 한보 및 삼미의 부도 등의 돌발적인 사건이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급격히 위축시켰다.국내 산업 중 가장 낙후성을 보이고 있는 금융 부문의 개혁이 가장시급한 과제라 할수 있다. 금융 개혁을 통해 기업을 고금리 부담에서 해방시켜줄 정책이 시급하며 특히 시장원리에 의한 자율 금융여건의 조성, 외환 및 기업금융 규제 완화 등을 실현시켜야 한다.정부는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미래에 대한비전을 가진 기업들을 발굴하며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신기술 개발, 기존 기술 개량에 박차를 가하여야 한다. 특히 기업은 비용 절감과구조조정을 통한 핵심역량 강화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질적 성장에중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또 벤처기업을 자유롭게 창업하거나 운영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하는게 절실하다. 21세기는 정보화사회라서 창의성과 기획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정보통신업체나 벤처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 산업이 활성화되면 한국도 지속적으로 성장가능하다.◆ 김중웅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원장생산둔화속 실업증가, 성장내용 부실, 경상수지 적자확대와 외채증가라는 심각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실물경기의 부진속에서 고금리 저주가, 큰폭의 환율변동이라는 금융시장의 난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저렴한 노동력과 정책적으로 조달한 자본을 결합하여 해외에서 수입한 원자재를 가공수출하는 성장전략을 채택했다. 이러한 고도성장전략은 고성장의 한계와 완전한 개방화라는 두가지 이유에서 수정돼야 한다.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을 단순히 증가시킴으로써 인구구조의 노령화,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로 저축률이하락하고 국내 산업자본 형성이 한계에 봉착, 고성장에서 저성장시대로 진입했다.한국경제는 앞으로 4~5%로 성장속도가 둔화될 전망이다. 올해 경기는 상반기중 저점을 나타내고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그러나 대선 등 정치환경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감속성장을 감수하면서 경상수지 적자와 산업구조 조정에 정책의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경상수지 적자누증으로 외환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노성태 / 한화경제연구원 원장이번 경기불황은 순환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결과다. 설비투자가 급격하게 둔화된데는 순환적 요인이 강하다.그동안의 설비투자로 이미 생산능력이 어느 정도 확충되었기 때문이다. 소비증가세의 둔화에도 순환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엔화약세라는 순환적인 요인과 함께 국산제품의 취약한 품질경쟁력과가격경쟁력도 수출둔화를 야기한 주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현경기불황의 주원인은 반도체 철강 유화 조선 등 주력수출품목들의 수출이 급감한데 있다. 여기에 소비와 투자 등 내수경기마저 얼어붙어 경기하강이 가속화되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인한 우리 경제의 낮은 경쟁력에 있다.국내경기의 하강세는 3/4분기 초까지 계속되다가 3/4분기 후반부터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주요 성장원천인 수출이 실질실효환율의 상승세 지속, 엔화강세 출현 등으로 인해 점차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현상황에서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금융불안이 해소되지 못한만큼 신축적인 통화관리가 요청되며, 재정긴축기조를 다소 강화할 필요가 있다. 원활한 고용조정 및 임금조정, 원활한 산업구조조정 등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없어져야 할것이다. 경제의 운용이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방지할필요도 있다.◆ 송연수 / 신한종합연구소 부소장최근의 경제 사정을 경기의 순환변동으로 파악하는 것도 일면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최근 겪고 있는 경기불황은 고비용·저효율로 대표되는 우리 경제 전반의 비효율성이 누적된데 따른대외경쟁력 상실, 대외부문의 충격에 취약한 산업구조의 결함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구조적 불황에 가까운 것이다.현불황의 직접적인 원인은 시기적으로 경기순환상의 후퇴국면과 맞물려 주요 수출품목의 국제가격이 급락하는 등 교역여건이 크게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대외적인 충격에 쉽게 좌우되는취약한 산업구조와 경제의 비효율성에 기인하는 경쟁력 약화현상이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할수 있다.올 상반기 중에는 우리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울 전망이다.재고조정이 지연되고 대외교역 여건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4분기 이후 건설투자와 수출이 서서히되살아나면서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되나 과거와 같은고성장 기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금융시장의 안정을 통하여 물가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전반의 효율성 제고로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개방경제에 어울리는 새로운 경제운영의 틀을 마련해야 하며, 기업은 생산능력 확충에 주력하는 구태의연한 투자관행에서 벗어나 기업가 정신을 회복하여야 할 것이다.◆ 오동휘 / 쌍용경제연구원 원장경기불황은 단순히 순환적 요인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술혁신의 가속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산업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 즉 산업구조의 경직성과 개방경제체제로의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의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구조적 불황의 성격을 띤다.세계적으로 기술혁신이 가속화되고 있으나 한국경제는 주력산업이중저급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몇몇 업종에 편중되고 있어수출단가가 하락함에 따라 대외거래가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또한 경제력 집중억제논리에만 집착하여 민영화 금융개혁 대기업구조조정 등 개방경제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제도개혁과 정책의역동성이 상실되고 있다.이번 경기순환의 저점은 3/4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최근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만큼 내수보다 수출회복이 경기회복의견인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통화공급 등 단기부양책은 지양하되 재정의 경기조정기능을 활용,급격한 경기위축을 막아야한다. 20%대의 높은 통화공급은 6개월 내지 1년후 물가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거시경제적 불안정을 초래할우려가 높다. 벤처기업의 창업을 통한 미래형 유망산업을 육성하는한편 기존 주력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한구 /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순환적인 요인과 구조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상품의 고부가가치화가 안됐기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장기간 엔저인 상태에서는 한계가 있다. 내적으로는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고 있다. 이마저 정치권이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사회전체의 시스템이 동요하고 있다. 이는 건전하게 경제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허탈감과 박탈감에 빠지게 하여 소비에 치중하게 한다. 이는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제수지와 외채가 펑크가 나는 원인이다.대내적 요인으로는 정치논리를 앞세우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문민정부 초기 국민들의 인기영합차원이든과시용이든간에 지금까지 운영돼온 경제행태를 무시하고 과도하게사정이다, 개혁이다하여 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흔들려놨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실명제나 부동산 실명제도 마찬가지다.현정부 아래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집권 말기 권력누수로 경기를 추수를 능력을 상실했다고 본다. 따라서 섣불리 경기에 손댔다가는 경제와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만 높아가고 경기회복만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무엇보다 정치논리를 경제논리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우리 사회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이렇게 안정된시스템 아래서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발휘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최우석 / 삼성경제연구소 소장94년(8.6%), 95년(9%)의 고성장에 대한 반동으로 작년부터는 경기가 내려갈 수밖에 없었는데다 고비용 구조를 감당할만한 고부가생산 구조를 갖추지 못해 경기순환적 불황에 구조적 불황이 겹쳤다.대외적으로는 한국의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엔값이너무 빠른 시일 안에 너무 큰 폭으로 떨어졌고, 그 위에 반도체수출가격이 폭락한 것이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가했다.95년의 횡재호황(橫財好況)으로 사회 전반에 거품이 만연하고 기업들도 재무구조 개선보다 양적 확대에 치중했다. 95년말부터 경기가하향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96년 봄 총선 때문에 인위적 경기부양을 실시, 경기실상에 대한 인식이 늦어져 대응도 관민 모두 실기하고 미온적인 조치에 그쳤다.경기가 회복되기까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부터 응급처방을 하고 구조조정을 한다해도 경기가 다시 살아나려면 2~3년은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말 대선을 앞두고 구조조정을 위한 근본적인 수술작업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올해는 응급처방의 수준에 그칠 것이다. 기껏해야 내년 이후에 가서나 본격적 체질개선 작업을 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한국경제는 전치 3년 정도의 중증에 걸려 있다. 원론적으로 고통분담을 통해 더 많이 일하고 사회의 모든 낭비요소를 줄이며 소비를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 개혁을 통해 고비용구조를 넘어설수 있는 고부가 생산체제도 구축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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