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복합불황 풀기

「무디스」 「S&P」 「IBCA」.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이름이다. 지난 1월말 미국의 무디스사와S&P사의 직원들이 서울을 전격 방문했다. 한보 부도사태가 일어나자마자 이들은 관련은행인 제일 외환 조흥 서울에 대한 긴급점검에나섰다. 한보철강 거액대출에 따른 예상손실규모와 앞으로의 수습대책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들 외국신용평가사들은 즉시 한보그룹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을 감시대상으로 지목했다. 3월초엔 유럽의 IBCA사도 서울을 찾아왔다. 이들 구미 신용평가회사들은 1~2개월 후, 한국의 대부분 은행들에 대해 평가등급을 1~2단계씩 낮췄다. 한국경제의 대외신용에 대한 불신을 세계에 공식 발표하는 순간이었다. 금융기관의 신용하락은 곧 국가경쟁력 약화를 뜻한다.금융기관은 국가의 경제력을 뒷받침하는 산업의 젖줄이기 때문이다.최근 한국은 국가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해외유수기관들의 보고서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스위스국제경영연구원(IMD)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조사대상 46개국 중31위라고 발표했다. 이는 말레이시아 중국 태국 필리핀 보다 뒤지는 것으로 꼴찌에 가까운 것이다. 경제활력을 가늠하는 국내경제활동은 11위로 지난해의 4위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가 최근 OECD 24개 주요회원국과 아시아 12개국 등 3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위험도분석」에서도 최하위권인 32위로 내려앉았다.한국경제에 대한 우려는 이미 각종 경제지표에도 나타나고 있다.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외채는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외환보유고가 급감하면서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실업률은사상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의 중추역할을 담당하는 산업현장에는 재고가 쌓이면서 기업들은 부도에 휩싸이고 있다.「복합불황」.한국경제의 불황에 대한 일치된 분석이다. 단순히 순환적 요인뿐아니라 세계적인 기술혁신의 가속화에 대응하지 못한 산업구조적측면의 경직성과 개방체제로의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의문제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가 경제계 주요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설문조사 「한국경제불황에 대한 진단과 대응책」을 보면 순환적인 요인으로는 설비투자의 급격한 둔화와 소비증가세의 둔화를 들수 있다. 구조적인 면에서는 고비용·저효율로 대표되는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비효율성이 누적돼 대외경쟁력이 약화, 대외개방에 따른 충격을 크게 받고 있다.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소장은『94년 95년의 고성장에 대한 반동으로 작년부터 경기가 내려갈 수밖에 없었는데다 고비용구조를 감당할만한 고부가 생산구조를 갖추지 못해 경기순환적 불황에 구조적불황이 겹쳤다』고 밝혔다.현재의 불황 원인은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 약화와 대외개방으로요약된다. 한국경제는 주력산업이 중간급기술에 의존하고 업종의편중화 심화로 대외거래가 약화되고 있다. WTO 출범과 OECD 가입등 개방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기존의 통화 금융 환율 산업 등 각종정책도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여기에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가지배하면서 정부의 정책들이 경제시스템을 흔들어 놓았다.향후 한국경제는 연 7~10%에서 4~5%로 성장속도가 급락할 것으로전망된다. 올해 경기는 3/4분기중에 저점을 나타내고 하반기부터회복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파업 및 부도사태로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되어 있는만큼 내수보다 수출회복이 열쇠가 될전망이다. 그러나 대선등 경영환경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우리경제가 구조조정기로 들어 불황이 장기화될 공산도 없지않다.최근 잠재성장능력과 대외경쟁력이 저하되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인데 이러한 구조조정은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과거의 경기순환국면의 길이를 적용시키기는 어렵다.이제 한국은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감속성장을 감수하면서 경상수지 적자해소와 산업구조조정을 모색해야 한다. 경상수지 적자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산업경쟁력을강화하고 거시경제를 안정시키는 일이 절대 필요하다.정부정책 기업경영 소비행태 등 국민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완전한개방화에 적응하는 체제를 갖추는 한편 극단적인 채무변제능력의상실을 피하기 위해 해외자본의 유입을 장려하되 가급적 실물부문의 투자를 목적으로 유입되는 중장기 자본의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다.재경원의 출범으로 불거진 부처간 견제와 균형 기능 실종 등으로인해 경제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투명성과 일관성있는경제정책의 운용도 요구된다.벤처기업의 창업을 통해 미래형 유망산업을 육성하는 일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 금융제도의 개혁과 더불어 민간자율의 구조조정을촉진하는 정책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다. 인성정보의 원종윤 사장은『21세기는 정보화사회로 창의성과 기획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벤처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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