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급속후퇴·수출부진 함정에

실물경기는 95년말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96년중GDP 성장률은 7.1%로 95년에 비해 1.8% 포인트 낮아졌다. 제조업경기의 하강은 더욱 두드러졌다. 제조업 GDP 성장률은 96년중7.4%를 기록, 95년(10.8%)에 비해 크게 하락하였다.97년에 들어 국내경기의 후퇴추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97년2월중 산업생산증가율은 6.2%를 기록, 작년 12월(8.8%)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산업생산 증가율이 낮아진 가운데서도 재고증가율은13.4%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그나마 이루어진 생산도 상당부분이 재고로 쌓이고 있다는 증거이다.생산 뿐만 아니라 소비와 투자지표들도 이미 바닥권으로 떨어졌다.업종별로는 반도체 유화 철강 자동차 가전 등의 불황이 특히 심했다. 경기불황으로 고용사정도 악화되어 실업률은 작년 10월의1.8%에서 지난 2월에는 3.2%로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경기부진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는 주력 상품들의 수출부진을 들수있다. 수출부진의 원인으로는 우선 반도체 화학 철강 등 주력 수출제품의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그로 인한 수출가격 폭락을 들수 있다. 또 엔/달러화의 약세와 원화의 상대적인 고평가로 인해 조선전자 기계류 자동차 등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약화된 것도 수출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그밖에 대내적인 요인으로는 국내시장의 개방폭이 확대되면서 국내시장에서 국내외 기업들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점을 들 수 있다. 유통부문의 개방과 함께 외국제품의 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경쟁력이 약한 국내기업들은 경영악화로 고전하는 경우가 종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또 해외 충격에 취약한 국내 산업구조도 현불황의 한 원인이 되고있다. 우선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와 자본재의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그 결과 국제시장에서 이 부문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이는 바로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파업과 한보 및 삼미그룹의 부도도 경기침체의 골을 깊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80년대말보다 더 깊은 불황의 골현재 진행중인 국내경기 하강은 80년대 말의 경기하강에 비해 강도가 훨씬 강하다. 이번 하강기의 시작을 95년 10월로 가정하여 97년1월까지의 기간과 80년대 말(88년 1월∼89년 4월)을 비교해 보면다음과 같은 특징이 발견된다. 우선 산업생산의 평균증가율은 8.3%로 80년대 말의 10.7%에 비해낮다. 반면 이번 하강기중 재고증가율은 월평균 17.3%로 80년대 말의 15.1%에 비해 높다. 즉 산업생산증가율이 80년대 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재고증가율이 더 높은 것은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과거보다 훨씬 더 악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중화학부문의 비중이 높다보니 재고가 쌓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을낮추기가 쉽지 않다는데 또다른 고민이 있다.기업들만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계부문도 급속한 고용사정 악화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번 하강기의 고용사정은 작년10월 이후 급속하게 악화되는 추세를 보여 고용사정이 계속 개선된3저 이후의 불황기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경상수지도 이번 하강기중에는 전기간 적자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갈수록 적자폭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월평균으로는 18.5억 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이에 반해 80년대 말의 경우 경상수지는 전기간 흑자를 기록하여 이번 하강기와는 큰 대조를 이루었다. 월평균흑자규모는 10.7억달러였다.이런 몇가지 사실로부터 우리는 이번 경기하강이 과거 80년대 말의경기하강에 비해 기업이나 가계 모두에 훨씬 더 큰 고통을 주고 있음을 알수 있다.실물 경제 상황이 금년내 뚜렷하게 개선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실물경기를 이끄는 주엔진인 수출이 최근들어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그러나 아직 수출 회복기조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이는 엔화의 약세기조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고, 주력품목의 세계적 공급과잉현상도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또 대규모 설비투자 프로젝트들이 작년중에 일단락되었다. 따라서설비투자가 금년중에 다시 회복기조를 탈 가능성은 없다. 건설투자의 경우에도 SOC 토목건설을 제외하고는 크게 기대할 형편이 못된다. 소비도 국내경기의 위축, 고용불안증대, 과소비 억제 분위기등으로 인해 금년내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그렇다고 장기적인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다. 국내의 고비용구조와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피해 기업들이 대거 해외로 투자선을 돌리고있다.이는 장기적으로 국내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것이다. 기업들의 탈제조업화 현상도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훼손하게 될 것이다.또 시장개방폭이 확대되면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의 도산이 크게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따라서 현시점은 기업, 정부 모두 우리 경제의 회생을 위해 지혜를모을 때이다.◆ 환율 급등·외채 위기 이중고최근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환율급등으로 경제에 대한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경상수지는 93년에 흑자를 기록한것을 제외하고는 90년대에 들어와 줄곧 적자를 보였다. 96년중 경상수지적자는 2백37억2천만달러로 급증하였다. 이는 전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이다.그 결과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위험수위에 가까워지고 있다. 96년중경상수지적자/국내총생산(GDP) 비율은 4.9%로 국제통화기구(IMF)가설정한 권고기준인 5%에 근접해 있다.이에 따라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펼쳤으며, 금년에는 경상적자축소를 경제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자는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년 1∼2월에 이미 55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이러한 적자 확대의 주된 원인은 수출부진에 있다. 금년 1/4분기중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4% 감소했다. 이는 수출비중이 큰반도체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출에 차질이 발생한데 상당한 책임을 돌릴 수 있다. 유화와 철강제품의 경우에도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수출가격이 폭락하고 수출물량도 크게 줄어들어 경상적자를확대시켰다.또 일부 품목에 편중된 수출구조도 문제이다. 왜냐하면 엔화 약세로 이들 수출주력품목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자 이것이 곧바로 전체수출부진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더욱이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경제 체질도 적자 확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즉 수출이 늘어도 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생산설비부품 원자재 등을 대부분 외국으로부터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한편 수입은 경기하강기에는 증가세가 크게 떨어지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부터 최근까지 수입이 계속 높은 수준(전년대비11.3%)을 유지하여 경상수지 적자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이러한 수입 증가의 한 요인으로는 시장개방을 들수 있다. WTO 출범, OECD 가입 등에 따라 대부분의 품목에 대한 수입장벽이 크게낮아지고 수입관세도 낮아짐에 따라 수입이 확대되었다. 또한 고급의류 위스키 자동차 등에 대한 과소비도 수입 급증의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금년중에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 이는 당분간엔화의 약세가 지속되고 일부 품목의 세계적 공급과잉 현상도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향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과소비는 다소 줄어들겠지만 시장개방이계속 진행됨에 따라 수입감소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그 결과 금년 경상적자규모는 2백억달러로 작년보다 크게 개선될가능성은 없다.최근 외환시장에서는 외환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원화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외채가 급증하고 있으며 외환보유고도 계속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작년에 이어 금년 들어와서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작년말에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8백44원20전을 기록하여 95년말에 비해 8.97%나 가치가 떨어졌다. 금년에도 원화의 상승세는 계속되어 4월8일 현재 8백95원으로 전년말 보다 5.68%가 평가절하되었다.이러한 환율상승은 기본적으로 경상수지 적자 지속에 따른 달러공급부족,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미달러화 강세에 기인한다. 또 환율급등에 편승하려는 환투기가 가세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또한 외환보유액도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추세를 보여 외환불안을가중시키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작년 6월(3백65억6천만달러)이후급속하게 감소하여 97년 3월말 현재 2백92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는 외환보유 적정수준인 3백80억달러(96년 기준)에 크게 못미치는수준이다.한편 경상수지적자가 불어나면서 총외채가 급격히 증가하여 96년말에는 전년보다 2백61억달러가 늘어난 1천45억달러에 이르렀다. 총외채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나 금년말에는 1천3백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큰 규모이다. 향후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경상적자가 지속될 것이며 국제시장에서의 달러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또한 국내은행의 대외신용도 하락으로 해외차입여건이 악화된 것도달러공급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따라서 당분간 환율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환율급등이 지속될 경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이탈로 환율급등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우려를 안고 있다.◆ 산업공동화로 대량실업 확산96년중 명예퇴직 감원선풍에 이어 새 노동법에서의 정리해고제 도입 등으로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중 실업자수가 66만명에 이르고 실업률이 3.2%에 달하면서 이러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2월의 실업자수는 95년 2월 이후 가장 많았고 실업률은94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2월중 실업률이 높게 나온 데는 계절적으로 졸업자들의 구직활동이증가한 데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계절적 요인에 의한 영향을 상쇄시킨 계절조정 실업률도 2.6%에 달해 96년의 연평균치 1.9%에 비해크게 높아졌다.이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취업난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감원선풍과 명예퇴직이 확산되면서주부 등 비가구주들의 노동시장 참여확대도 고용불안을 부채질하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용사정의 악화는 제조업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나라 제조업의 고용사정을 대표하는 4대 주요공단의 지난 2월말현재 구인배율은 2.75배로 1월의 2.99배에 비해 낮아졌다. 전국 구인배율도 1.55배로 작년 같은 기간의 1.70배에 비해 크게 낮아져취업난이 점차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불황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은 신규인력의 채용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그 결과 대졸자들의 구인배율은 0.27배로 최악의 수준을 나타냈다.◆ 올2월 실업률 94년 이후 최고고용불안의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침체에 있다. 반도체 자동차 등우리 주력품목의 수출이 급감하면서 최근 경기는 침체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인력의 감원 및 명예퇴직 등을통해 인력조정을 해 왔다.그와 더불어 신규채용인력을 대폭 감축함으로써 고용불안이 심화된것이다. 경쟁력강화를 위한 기업들의 사업구조조정노력도 최근 불황과 맞물려 고용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업구조조정과정에서는인력감축이나 인력재배치가 반드시 뒤따르기 때문이다.최근 확산되고 있는 고용불안이 단시일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제구조의 변화, 노동변수의 경기후행성, 해외투자확대, 정리해고제 등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용은경기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따라서 하반기중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든다 하더라도 취업난은내년 상반기쯤에나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90년대 들어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능력은 80년대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그 결과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과거와 같이 고용이 크게 증가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여기에는 우선 기업들의 탈제조업화 현상으로 인해 제조업의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있는데 주원인이 있다. 고용흡수력이 컸던 유통, 음식·숙박업 등의 고용창출력도 눈에 띄게 약화되었다. 국내기업들의 해외이전 증가도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함으로써 고용불안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또한 정리해고제 시행도 향후 고용불안을 야기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비록 정리해고제의 시행이 2년간 유보되었다 하더라도 2년후부터는 기업들이 정리해고제를 동원한 인력조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고용불안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정부차원에서는 고용흡수력이 큰 중소기업의 창업을 촉진시킬 수 있는 세제 및 금융지원의 확대, 전직훈련 기회의 확대,고용정보 전산망의 확충 등 인력조정의 유연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정책의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 부도·대출기피로 금융불안최근들어 국내 금융시장은 마치 칼날 위를 걷는 듯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우선 국내 경기가 95년 4/4분기 이후 계속 내리막 길을걷는 바람에 부실 기업들의 부도가 줄을 이었다.특히 우성 건영 라이프 등과 같은 대기업들의 부도로 인해 주식시장과 자금시장은 작년 내내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1월 23일 한보그룹의 부도와 3월 19일 삼미그룹의 부도는 주식시장과 자금시장을 포함한 금융부문 전체에 엄청난 혼란과 위기감을 몰고 왔다.특히 한보와 삼미그룹의 부도는 관련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의 연쇄부도를 초래했다. 그 결과 96년 6월 한때 0.12%로 떨어졌던 전국어음부도율은 금년 1월과 2월에는 0.21%와 0.23%로 껑충 뛰었다.이는 이철희·장영자 사건이 일어났던 82년 5월의 0.29% 이후 가장높은 수치이다.지역별로는 지방의 어음부도율이 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여 지난1월과 2월에도 0.49%와 0.53%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보다 3배 이상높은 수치이다. 이같은 높은 부도율은 당분간 더 지속되면서 자금시장 경색과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전망이다.삼미부도가 터진 3월 중순 이후 자금시장 불안은 더욱 심화되었다.이는 은행들의 대출기피와 기업들의 연쇄부도로 자금시장이 급격하게 경색되었기 때문이다. 환율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많은 기업들이 환투기에 뛰어 들었다.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자금시장의 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기업들의 자금 가수요까지 겹쳐 자금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그 결과 콜 금리(단기 금리)는 2월 15일 연 11.4%에서 3월 24일에는 13.9%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중 회사채 수익률(3년만기)은12.0%에서 13.0%로 급상승하여 연중 최고치를 갱신했다.◆ 은행 부실화 대외신용도 추락시켜한국은행의 신축적인 통화공급에 힘입어 최근들어 금리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표면상으로는 자금시장이 안정세를 회복하고있는 것같이 보인다.그러나 아직 자금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한보와 삼미그룹이 이미 발행한 어음중 1조원 이상의 만기가상반기중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강세기조가 유지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서의 환투기가 재연될 경우 시중자금의 상당 부분이 외환시장으로 빠져 나갈 수도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거나 국내 증시회복이 지연될 경우 국내 자금시장에서의 자금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대형 기업들의 연쇄 부도는 국내 은행들을 부실화시켰다. 우선 제일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총여신 28조원중 6개월 이상 이자를받지 못한 불건전 여신은 전체 여신의 5.4% 수준인 1조5천억원에달한다. 한보에 물린 1조원을 합할 경우 전체 여신의 10%선에 육박한다. 제일은행 자기자본 1조8천억원보다 훨씬 많은 돈이 반쯤 떼일 위기에 놓인 셈이다.제일은행 뿐만 아니다. 25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의 총여신중4.3%가 불건전 여신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흥·상업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불건전 여신비율은 5.2%, 금액으로는 8조3천억원에 달한다. 주식시장의 장기침체로 증권회사들의 부실화도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국내은행들의 부실화는 해당 은행들의 대외신용도를 추락시켰다.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나 S&P사는 최근 대부분의 국내은행들의 해외신용등급을 1∼2등급씩 하향 조정했다.그 결과 국내 금융기관들은 해외차입시 보다 높은 금리부담을 지게되었다. 해외의 자금공급기관들로부터 자금을 대출받기가 전보다훨씬 까다로워졌다. 금융기관들의 부실화는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통한 경쟁력향상 노력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더욱 심각한 문제는 금융기관들의 이와 같은 부실문제가 단기간에해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데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내수경기나 수출경기가 당분간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이상을 종합해 볼 때 금융시장 불안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보다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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