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레이거노믹스'로 접근

정부의 불황극복을 위한 경제정책은 경제팀이 현 경제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결정된다. 지난 3월 20일 열렸던 「경제활력 회복대책」에 비춰볼 때 정부는 지금의 경제상황을 △경제공황에 대한 우려감증폭 △경기 사이클상 불경기 △고비용 저효율에 따른 총체적 어려움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제위기감을 어느정도 느끼고 있는 셈이다.따라서 5%대의 저성장을 감수해서라도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외형(경제성장률)보다는 내실을 다지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허리띠를 졸라매는등 총수요관리에 나서면 민간도 따를 것이고 이렇게 되면 수입증가도 둔화되고 경상적자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다.한마디로 긴축이라는 특단의 조치로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이에따라 농어촌부문의 예산이 삭감되고 사회간접자본투자사업도 엄선될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정부의 긴축정책은 정부는 물론 기업등 민간부문의 엄청난인내가 뒤따라야 성공할 수 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고용불안을 가중시켜 실업률을 높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통계청이 발표한 「2월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3.2%로 지난 94년 2월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임금안정보다 고용안정이 더 중요하다고말할 정도로 실업사태가 심각하다. 이같은 실업률증가는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경제가 활성화되는데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일부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의 긴축정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될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부의 긴축이빡빡한 통화관리로 이어져 연쇄부도의 위기를 가중시킬수 있다는우려도 있다.이같은 목소리를 반영, 정부는 자금시장에 대한 안정을 위해 통화를 탄력적으로 공급할 뜻을 밝혔다. 통화당국은 환율보다는 금리위주로 통화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긴축 조치, 허리띠 졸랐다신경제팀의 정책기조는 흡사 레이거노믹스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81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레이건 대통령은 경제를 재건하기위해 △정부비대화를 억제하기 위한 지출삭감 △지나친 정부 개입의 배제를 위한 제도개혁 △안정된 통화공급을 기치로 내걸었다.신경제팀은 경제공황 심리를 불식시키기 위한 「립서비스」도 제공했다. 주가 및 금리가 정부의 정책에 따라 급격히 움직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미래의 경제정책의 청사진이 시장참여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 측면도 없지 않다. 실제로 정부가 총체적 경제난국에 대한 처방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급등하던금리가 안정세를 타고 주가도 7백선까지 회복하는 강세장을 연출했다.한보 사태이후 부실기업퇴출과 은행의 부실화에 대해 원칙론을 강조해오던 정부가 흑자도산발생을 억제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7일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정부는 개별은행의 자금사정이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한국은행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적극 대처키로 했다』고 말했다.또 정부는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를 막고 자금시장의 교란을 봉쇄하기 위해 오는 5월부터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23%로 확대하고 대기업이 발행하는 무보증전환사채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허용(2/4분기시행예정)하는 등 자본자유화일정을 앞당겼다.경제팀이 경제회생책을 제시한 이후 정치권도 나섰다. 경제난국을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김종필 자민련총재, 이회창 신한국당대표가 한자리에 모여각계 각층의 대표가 참여하는 「경제대책회의」설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또 이번 영수회담에서는 국민의 협조를 당부하는 호소문도 발표하는 등 경제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는데 주력했다. 김대통령은또 지난 4월4일 2년만에 경제 5단체장을 만나 업계의 의견을 경청하는 등 경제살리기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기업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세제 및 금융상의 지원조치와 함께 규제혁파를 과감히 추진해 나갈 것이며 기업들이 과거와 같은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 기업활동에만 전념할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보다 효율적 집행이 관심사정부 불황타개책의 또다른 카드는 벤처산업 육성이다. 지난 3월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임창열 통상산업부장관은『벤처기업이 경제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산업구조를 전환하는게 급선무』라며 대기업이 벤처기업에 출자할 경우 공정거래법상출자한도에서 빼주고 3부시장 개설, 어음보험제도 확대를 골자로한 벤처기업 육성대책을 밝혔다.정부가 갑자기 벤처기업을 들고나온 것은 현 산업구조로는 난국을돌파하기가 그만큼 어렵다고 판단해서이다. 그래서 활로를 벤처기업육성에서 찾아보자고 나선 것이다. 미국에서 지난 87년이후 대기업들이 산업구조조정에 주력할 때 시중자금이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돼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실업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벤처산업이 육성될 경우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당국은 낙관하고 있다. 상공부 관계자는 제도적인 유인책을 강화해서라도 신성장 산업에 돈이 흘러들어 가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특히 벤처업계가 그동안 주장해온 업무영역과 자산운용 등에 관련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또 벤처산업이 육성되기 위해서는 지적 자산에 대한 평가제도도입도 시급하다. 김영준 LG창업투자 사장은 기존의 장외시장을 활성화해야 벤처가 제역할을 할 수있다고 강조했다.정부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또다른 노력은 규제완화이다. 지난 4월2일 대한상의 회의실에서 고건총리와 재계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열린 「민관합동 규제개혁 정책간담회」에서 정부는 창업시 필요한각종 인허가 요건 및 절차를 대폭 완화하고 벤처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허용키로 하는등 규제완화 10대과제를 선정, 발표했다.규제완화 내용중에는 진입규제의 획기적 완화, 유통규제완화, 건축관련 규제완화, 기업부담 경감을 위한 관련 규제의 정비등이 포함돼 있다.그러나 정부의 경제살리기 노력이 어느정도 효과를 볼지에 대해선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오히려 경제기구가 난립해 정책의 혼선만가져온다는 지적도 있다. 여야 합의로 경제대책회의를 구성하기로했을 때도 재경원 관리들은 지금상황은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강력한 실천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강경식 부총리가 지난 80년대 추진했던 긴축정책이 결실을 맺을 수있었던 것도 사실 강한 정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집권말기에 현철씨 파문으로 권력누수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힘을 분산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온다는 것이다.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기구는 청와대(국가 경쟁력강화기획단)국회(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전경련등 경제 5단체(국가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에도 설치돼 있다. 상황이 이지경이니 지난해 10월 청와대 주도로 발표됐던 「경쟁력 10%높이기」대책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조차 알수 없는 형국이다.개혁에 대한 논의의 경우 최근들어 재정경제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물론 총리실과 세계화추진위원회까지 나서 아이디어차원의 방안을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은 무성하지만 관련법이 언제 개정되고 개정된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할지에 대한 논의가 별로없다.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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