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처기업의 태반…상아탑에 '둥지'

지난 11일 부산대학교 대회의실에서 열린 창업로드쇼. 벤처기업협회(회장 이민화)에서 주관한 창업강좌를 들으려는 학생들의 뜨거운열기가 대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처음에는 대략 4백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4백50여권의 강의책자를 준비했지만 이게 부족할 정도로 많은 대학생들이 참석해 열기가 대단했다』는 것이 벤처기업협회 사무국 김민정씨의 말이다. 창업로드쇼는 벤처기업협회에서 선배창업가의 성공사례발표를 통해 학생들의 창업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시작한 행사. 지난해 11월 서울대를 스타트로 포항공대 인하대 한국과학기술대(KAIST) 등에서 개최했다. 대학가에서의 반응도 좋아 『개최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일정을 잡기가어려울 정도』라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대학가에 부는 창업열풍을짐작케 하는 대목이다.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는 창업바람은 요즘 사회에서 유행하는 소비성업종의 창업이 아니라 벤처형 창업이라는 점이 특징. 아직 많이선보이지 않았지만 이공계 계통의 학생과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창업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로드쇼를 계기로 창업동아리가 속속모습을 나타나고 있는가 하면 벤처기업협회나 이미 창업한 벤처동아리쪽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현재 대학생들의 대표적인 벤처창업동아리는 대전에 자리잡은 한국과학기술원의 「한국대학생 벤처창업연구회」(KBC, Korea-studentBusiness Center, 회장 김도완) . 지난해 5월 대학생창업지원연구동아리로 출발해 현재 2백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재학생1백60여명에 졸업생 40여명으로 재학생중 학부생이 약 40%이며 석박사가 약 60%정도. 창업회사대표도 6명이나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기술컨설팅 등의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는 이들의 활동은 이미기업과 대학가에 널리 알려져 대학내 벤처동아리결성의 「씨앗」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벤처동아리결성의 「전도사」역할을 하고 있는 창업로드쇼를 계기로 서울대 공대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창업서클「벤처(Venture)」(회장 송병준, 전기공학부 4년)도 대표적인 벤처창업동아리의 하나다.◆ 대학, 창업관련 강좌 앞다퉈 개설자금은 벤처기업협회에서 지원받아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지만 삼성현대 LG 무한기술투자 등과도 지원문제를 협의중이다. 현재 회원수는 약 50여명. 『회원대부분이 대학원생들로 회원조건을 학부 3년생 이상으로 했는데 저학년생들은 물론 타교생들의 관심이 커 문의가 많이 오고있다』는 것이 송군의 말이다. 송군은 『앞으로는 경영대의 창업동아리 등과 손잡고 조직을 본부로 개편·확장시킬 계획』이라며 『창업과정을 커리큘럼화해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도 학교에 건의중』이라고 의욕을 내보였다.인하대에서도 벤처모임이 거의 결성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83년 대학생 신분으로 창업해 「대학생창업 1호」라고 불리는 비트컴퓨터조현정사장이 모임결성을 주도하고 있다. 인하대에서 만들어지는벤처모임은 『동아리차원이 아니라 학교 기획사무국에서 예산을 잡고 시설이나 공간확보 등을 적극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기존 동아리보다 발전된 개념의 벤처모임이 될것』이라는 것이 조사장의 말이다. 이밖에 창업로드쇼를 마친 부산대를 비롯해 일정이 잡힌 연세대 등 대학가에도 창업열기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여 조만간많은 벤처동아리들이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대학생들의 벤처창업열기가 높아지면서 대학에서도 앞다퉈 창업관련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서강대 숭실대 등에서 이미 「창업과 중소기업」 「중소기업창업론」 등의 강의를 개설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한양대 건국대 등에서도 다음 학기부터 「중소기업창업론」을 개설할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대학내 벤처동아리 결성열기가 뜨거운데 반해 문제도 없진않다. 가장 큰 문제는 병역문제. 한 벤처동아리 회원은 『벤처란기본적으로 튀는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군입대라는 의무가 앞에 놓여있다.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창의력이 한창일때 군대에 가는 것은 대학이 벤처의 요람이라는데있어 커다란 문제다』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자치공간이 부족한 대학에서 동아리결성에 따른 학내공간·시설의 확보나 서클등록 등행정적 여건도 만만찮다. 「벤처」의 송군은 『국립대학이라는 특성상 서클등록에 보통 2년 이상이 걸리며 공간확보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