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 "내몫다오"

『1천5백억원을 들여 성수대교를 새롭게 놓은후 서울시에 기증하겠다.』지난 94년 최원석 동아건설 회장은 성수대교 붕괴직후 시공회사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새롭게 다리를 지은후 서울시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동아건설에 쏟아지는 비난여론을 무마하려는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미국이나 일본 같았으면 「큰 일」날 사건이었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주주들의 의견도 구하지 않고 기업돈을 마음대로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 상장기업 재무규정에도 「상장기업이 연간 자본금의 10 %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동일인에게 증여할 때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최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성질이 아니라는게비판자들의 주장이다. 최회장의 발언은 공개기업을 자신의 사유재산으로 간주하는 대주주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할수 있다.최근 대주주의 이같은 관행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형성되고 있다. 한보그룹처럼 최고경영자가 전횡을 일삼다가 부도를 내서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혀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넓혀간다.이같은 소수주주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은 장기간의증시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금까지 소액 투자자들은 단기매매 차액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끝도 없이 계속되는 주가폭락으로 손해를보자 경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수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결정에 반발하거나 허위공시를 낸 업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하는 추세다. 또한 M&A의 활성화도 소액 투자자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미도파나 한화종금의 경우처럼 기존 대주주와2대 주주간의 치열한 주식매집 경쟁이 벌어지면 소수주주의 한표한표는 그 가치가 높아진다.하지만 무엇보다 사회 전반의 민주의식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업이 결코 경영진의 사유물이 아니라 주주들의 공동재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주주 평등의 원칙」에 따라 주식수에따른 권한행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소수주주들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소수주주보다는 대주주들의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더 절실했다.당연히 대주주는 소수주주들의 「눈먼 돈」을 끌어 모으는데만 관심을 나타냈다.그러나 지난 4월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경영권 보호장치인 소위「10% 조항」이 철폐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6개월 이상 1% (자본금 1천억원 이상인 경우는 0.5%)지분을 확보한 소수주주도 이사,감사에 대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3%(자본금 1천억원 이상인 경우는 1.5%)이상의 지분을 가진 소수주주에게도 회계장부열람권과 주주총회소집요구권 등이 주어졌다. 제대로 대접받기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비로소 마련된 셈이다.하지만 이같은 법적 장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예를 들면 자본금 1천억원 이상인 회사의 소수주주들이 이사에대한 해임결의권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의 0.5%인 5억원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 3월초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가 소수주주들의 주식을 위임받아 제일은행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을 문책한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라 하겠다.제일은행 주총에 의결권을 위임받아 참석했던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민단체들이 소수주주들의 권익을 지속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자본시장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관점에서 이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주장했다. 대안으로 장교수는 공시제도의 강화와 외부감사위원회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이해와 관련된 첨예한 사항에 대해서는 공시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경영진을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회계법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외부감사위원회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교수는 이같은 장치도입이 바로 「자본시장의 소비자 보호운동」이라고말했다. 건전한 소수투자자들을 보호해야 미국과 유럽 일본같은 선진자본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소수주주 권리찾기를 단순히 특정 시민단체의 「사회운동」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투자자 보호운동으로 봐달라고 주문한다.◆ 자본시장의 투자자 보호운동물론 새로운 움직임에는 항상 반대견해가 있기 마련이다. 경기도나쁘고 기업사정도 좋지 않은데 경영진이 소수주주들한테까지도 관심을 나타내야 하느냐는 불만도 나온다. 또한 시민단체나 소수주주들의 주장은 대주주들의 경영방침에 대한 간섭이 아니냐는 반론도제기된다.그러나 동아건설 총주식의 8%를 소유한 최회장이 1백%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에서 소수주주들의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또한기업내부를 투명하게 들여다 보자는 요구는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나펀드매니저 채권자 종업원들로부터도 지지를 얻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경영의 투명성과 정보의공개화를 필요로 한다. 이들의 가세는 결국 소수주주들의 권익강화로 귀결될 것이며 나아가 자본시장을활성화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용어 / 소수주주상법에는 총주식의 100분의 5 또는 100분의 10 이상을 가진 주주로정의한다. 100분의 5 이상을 확보한 주주에게는 소수주주권으로서총회소집청구권,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의 검사청구권, 이사의 해임청구권, 회계장부열람권, 이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유지청구권 등이 주어진다. 100분의 10 이상을 확보한 소수주주는 회사의 해산청구권과 회사정리개시신청권을 확보하고 있다.이에 반해 소액주주는 지배주주에 대한 상대개념. 본지에서는 소수주주의 개념을 소액주주 개념을 포함한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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