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조직적 감시활동 강화

한외종금의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4월 8일 소수주주 1.99%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기 위해 회사측에 서류를 제출했다. 제안취지는 대주주인 외환은행의 낙하산 인사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정관일부를 변경하고 경영성과가 좋은 임원의 연임을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승수 노조위원장은 설명했다.증권거래법상 주주제안권은 1% 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소수주주가 주총하기 전에 안건을 제안하는 제도이다. 한외종금의우리사주조합은 1.99%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총 6주전에 주주제안권을 행사한 것이다. 회사측은 주총 2주전에 이사회를 열고 소수주주들의 제안을 채택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물론 시행령(대통령령)에는 회사가 실행할 수 없거나 상정할 실익이없는 경우와 제안이유가 명백히 허위인 제안을 배제할 수 있도록명시돼 있다. 소수주주측은 회사가 안건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3%이상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이사 및 감사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채택하는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개정된 증권거래법의 취지를 살려 대주주의 독주를 막고 소수주주들의 권익을 지키겠다는 뜻이다.최근들어 소수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껏해야 주총장에서 부실경영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던 소수주주들이 조직적인 활동을 펼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수주주들의 힘은 위임장을 써서 힘을 모으는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권리 침해당했다’ 문제제기 늘어지난 2월 13일 열린 한화종금의 임시주총장에서는 적대적 M&A를 시도한 2대주주 박의송씨(우풍상호신용금고회장)와 한화측이 뜨거운위임장대결 (proxycontests)을 벌였다. 당시에 박의송회장은 전국에 있는 소수주주들이 80만주이상의 위임장을 줘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박회장은 5월주총때는 더많은 위임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결권싸움에서 전격적인 사모전환사채(CB)발행으로 지분이 높아진 한화가 이겼으나 일부 소수주주들은 사모CB 발행으로 자신들의 소수주주권이 침해당했다며 서울지법에 신주발행무효와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침묵을 지키던 소수주주들이 여기 저기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식해온 대주주의 횡포에 맞서 소수주주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등을 중심으로소수주주운동이 시작되고 있다.지난 3월 참여연대는 일간신문 광고를 통해 소수주주들의 권익침해가 빚어지는 기업들을 공개적으로 선정하여 「기업감시」시민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참여연대측은 필요하다면 전체지분의 5%이상 의결권 위임장을 받아 주총소집을 요구하고 주총장에서경영진의 책임을 따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투명한 경영, 책임경영이 이뤄지기 위해선 소수주주들의 감시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있는 이사회 결의에 맞서 소송을 제기하는사례가 늘고 있다.제일은행이 한보철강에 부실여신을 제공한 사례 말고도 소수주주들이 피해를 본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이 경우 주가하락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으려는 소수주주들의 노력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지난94년 부도를 낸 한국강관과 외부감사인인 청운회계법인은 분식결산과 부실 감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주식투자자들에게 투자손실을 배상(약 2억3천만원)하기도 했었다. 지난해 말에는 상장된 의류업체인 대현의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소수주주들이모여 경영진에 개선안을 요구하기 위해 모이자는 신문광고가 게재된 적도 있다. 소수주주측은 대현의 임원진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제시하는데 소극적이고 배당성향도 낮아 주가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96년 10월에는 대한펄프 소수주주 8명이 이사선임을 위한 임시주총개최를 법원에 신청했었다. 이들이 임시주총소집을 요구한 것은 회사측이 정보통신분야에 진출한다고 공시했다가 이를 번복해 결과적으로 주가가 급락해 손실을 봤다고 설명했다.그동안 주총장에서 어정쩡하게 의결권을 행사해왔던 기관투자가들도 기업의 투명한 경영감시를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투자자산의성실한 관리를 위해 지배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견제 및 감독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물론 투신사들이 신탁자산을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건 사실이다.◆ 독식 경영권프리미엄도 다소 누릴듯그러나 지배주주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단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수주주들을 도와 기업을 감시하는 것은 당연한 추세이다. 치밀한M&A공격에 맞서 미도파가 사모전환사채 발행을 검토하자 한국투자신탁이 반대의사를 대농측에 통보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있다. 지난 95년 4월 한국 대한 국민 등 서울 3투신사들은 삼성전자의 삼성자동차 지분출자(8백억원)와 관련, 소수주주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유지청구권행사」를 검토한 적이 있었다. 이들 3개 투신사들은 삼성전자의 자동차지분출자는 삼성전자의 당기손익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상당기간 삼성자동차의 적자가 불가피해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이의 출자에 따른 불이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주식소유의 기관화 현상이 심화될수록 기관투자가들의기업경영에 대한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밖에 개정된 증권거래법에서는 25%이상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최근 1년간 매수가격중 최고가격으로 일정수량(50%+1주-현재확보지분)의 공개매수를 의무화해 그동안 대주주가 독식해온 경영권프리미엄을 소수주주들이 어느정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니 인터뷰 / 제일은행 소수주주 강중환씨경영인 믿고 투자하는 세상 됐으면…지난달초 제일은행 주총에서 한보부실대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추궁할 수 있도록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에 의결권을 위임한 강중환씨(43). 그는 82년부터 10년간 현대자동차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했으며 지금은 「자전거타기 범시민운동연합」에서 활동중이다. 강씨는 83년 현대자동차 우리사주 3천주를 주당 5백원에 받아 2년후건평 50평짜리 2층 양옥을 구입하는데 보태는 등 일찍부터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주식투자 경력이 많은데.『주식투자가 한창일 때인 지난 89년 6천만원을 주식에 투자하면서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주가가 폭락하자 부인에게 「다시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면서 92년 5월 2천3백만원에다 팔았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마약같아서 미련을 버릴 수 없어93년 여름에 1억원어치를 다시 사들였다. 이번에 위임한 제일은행주식도 당시 구매한 20여개중 하나다. 장기투자목적으로 구입했지만 94년부터 주가가 빠지면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 참여연대에 주식을 위임한 이유는.『지난 93년 여름 1만4천원대에 구입한 제일은행 주가가 현재는4천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개인적인 투자잘못이라고 생각할 수도있지만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보철강에 1조원을 부실대출해 준 경영진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소수주주들의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참여연대에 2백73주를 위임했다.』▶ 대주주나 경영진에 바라고 싶은 것은.『정말 제대로 투명경영을 해줬으면 한다. 소수주주들이 접할 수있는 정보래야 공시나 신문에 보도된 것이 전부 아닌가. 경영진과회사를 믿고 투자한 소수주주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의 경영실적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도 아쉽다. 은행돈을 대출해 주면서 수수료는 꼬박 챙기는 사람들이 부실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한심한 생각이 든다.』▶ 앞으로 계속 주식에 투자하겠는가.『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더 이상 투자를 하고 싶지않다. 국내 업체들이 발표하는 투자정보나 경영정보를 신뢰하기 힘들다. 대주주들이 기업을 사유물로 생각해서 일반투자자는 거의 무시한다. 또 은행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도 주주들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찾을수 없다. 반성은 커녕 외부에 줄을 대는 구태를 연출하고 있다. 이같은 풍토 아래서는 주식에 다시 투자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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