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원 시장…성장여지 크다

수입품 홍수, 두개중 한개는 외제…소비자 안전도 관심 높아져

「터보맨을 찾아라」. 성공한 40대 가장인 하워드 랭스턴(아놀드슈월츠제네거 역)에게 크리스마스이브에 내려진 지상특명이다. 터보맨은 로봇장난감. 평소 가정과 가족에게 무관심하다는 말을 듣던하워드가 이를 만회할 생각으로 아들에게 사주기로 약속한 터보맨을 구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장면이 내내 이어지는 줄거리의 이란 영화의 간략한 내용이다.자녀를 둔 우리나라 가장들도 하워드처럼 장난감 하나라도 사줘야만 속이 후련한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바로 어린이날이 끼여있는5월이다. 자녀를 둔 부모치고 자녀들 손에 장난감 하나 들려주지않으면 웬지 부모의 역할을 다 못하는 것 같은 미안함이 들고 그래서 완구점을 기웃거리다가 결국 장난감을 사게 되는 때가 바로 5월이다. 그래서 완구업계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5월은 남다르다. 성탄절이 끼인 연말연시와 함께 가장 일손이 바쁜 때이기 때문이다.◆ 비싼 임금 … 봉제공장 해외로그러나 올해는 그렇지 않다. 사회전반을 움츠러들게 만든 불황이란찬바람이 완구시장에도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6층에 자리잡은 완구매장에 근무하는 박양규씨는 『경기가 안 좋아 완구매출이 대폭 줄어들었으며 구매가격이나 수량면에서 많이 감소했다.전에는 하루평균 약 7백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 들어서는약 4백만∼5백만원으로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한창 바빠야 하지만 예년과 달리 분위기가 뜨지 않고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작동완구류와 블록 전자완구류가 꾸준히 팔리고 있지만 『대개 2만원 안팎의 장난감을 구입하며 고가의 장난감은 세일기간이나 할인매장 등을 이용한다』는 것이 박씨의 덧붙인 말이다. 남자아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2만∼7만원대의「다간」로봇시리즈, 9만1천원의 「박쥐의 성」과 11만5천원의 「유령과 사자의 성」이란 레고블록. 여자아이들의 경우 어릴수록 말하는 인형을 선호하며 조금 나이가 든 경우 옷을 갈아 입힐 수 있는 인형류를 찾는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용산 국제빌딩 맞은 편에 자리잡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완구전문매장인 한국완구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요즘 하루에 약 50여명이 매장을 찾지만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직원권선정씨의 말이다.불경기라 완구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것과 함께 국내 완구시장에 불러닥친 또 다른 한파는 바로 수입품범람. 한때 대표적인 경공업수출품목으로 경제성장의 효자역을 톡톡히 했던 완구산업은 91년을고비로 상황이 역전돼 수입이 수출을 앞지르기 시작, 지난해만도모두 1억6천62만4천달러어치의 완구류가 수입됐다. 95년의1억1천8백32만달러에 비해 약 36%나 증가한 것이다. 반면에 수출은1억5천2백9만2천달러로 95년에 비해 약 19%나 줄어들었다.덩달아 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국내완구시장도 급속하게 수입품에 빼앗기고 있다. 완구공업협동조합의 김철호씨는『비싼 임금 때문에 봉제인형공장의 대다수가 해외로 나갔다』고말했다. 국내 완구공장이 해외로 나간 공백을 타고 중국 미국 EU일본 등에서 수입한 완구류가 안방을 차지한 것이다. 특히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산 완구의 시장장악은 『현재 시중의 완구두개중 한개는 중국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산완구는 국산에 비해 약 30∼50% 정도 싼값을 무기로 국내시장을 거의 장악했다는 것이 완구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승용물 로봇 조립완구 교육용게임기 등과 같은 고가완구류도 마찬가지다. 국산보다 디자인이 뛰어난 미국 EU 등 선진국제품이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국내 최대의 완구도매상가인 동대문구 창신동 완구도매상가에 있는 S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산은 행사장 등에 쓰이는 물건과 같이 시일이 촉박한 완구류가조금 나갈 뿐 나머지는 대개 중국 등에서 들여온 수입품』이라며『고가완구류도 미국이나 일본에서 들여온 수입품이 대다수』라고말했다. 그래서 『완구도매상에 진열된 완구류 가운데 수입품 대국산의 비중이 적게는 6대 4에서 많게는 8대 2까지 간다』는 것이완구도매상인 정모씨의 말이다.수입품이 장악한 완구시장. 소비자들로서도 불편함이 없을 수 없다. 수입완구가 믿을만한 안전성검사없이 팔리는 것에 대한 우려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말 시판중인 중국산 완구류에서 바륨 납 등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함유돼 있다는 국립기술품질원의 발표가 나오면서 완구류의 안전도에 대해 소비자들의 관심이높아졌다.◆ 수입완구 안전도 유의해야현재 완구류의 유·무해검사를 담당하는 곳은 생활용품시험연구원.안전도에 합격하면 ST(Safety Toy)마크를 부여하고 있지만 검사비가 높아 참가업체가 30개업체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완구공업협동조합에서 올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자체적인 완구검사설비를 갖추기로 하였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고있다. 『장난감선택에 있어 가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중요하다. 안전성면에서 수입품을 마음놓고 믿지 못하지만 값이싼데다 웬지 믿음이 가는 국산완구를 사려고 해도 찾기 힘들어 할수 없이 수입품을 구입한다』. 한달에 한번 정도 세살과 네살바기두아이의 완구를 사주러 완구매장에 들른다는 주부 강순옥씨(31)의말이다. 국산완구에 대한 「일편단심」마저 외면하는 우리 완구산업의 현실이다. 덩달아 어린이들의 잔칫날이 있는 5월은 이제 외국완구업체들의 축제기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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