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op 10' 전초기지 시동

인도 남부 중심도시인 첸나이시 중심가에서 마운트로드를 따라 자동차로 20여분 달리다보면 서남부 벵갈라쪽으로 가는 4번고속도로가 나타난다. 말이 고속도로이지 2차선에 도로포장 상태는 우리나라 지방도로만도 못한 이 고속도로 입구에는 낯익은 광고입간판 하나가 시선을 끈다. 이 대형광고 입간판에는 엑센트를 밑그림으로 해 「Hyundai ComesTo India」라는 영문문구가 상단에 크게 쓰여져 있다. 현대자동차가 인도에 진출하면서 세운 광고입간판이다. 세계에서 7번째로 국토가 크고 10억 인구를 가진 무한시장 인도에 현대자동차가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음을 이 광고입간판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광고입간판을 뒤로 다시 40여분 고속도로를 달리면 타밀나두주 스리페룹부두르지방에 다다른다. 이곳은 첸나이시 중심부로부터35km쯤 떨어져 있다. 집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야자수만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인 반 사막지대나 다름없다.◆ 제2의 울산공장황무지나 다름없는 이곳에서는 상전벽해와 같은 대역사가 벌어지고있다. 한편에서는 공장부지 정지작업을 하는 불도저의 굉음소리가요란하고 또 한편에서는 현지인 인부들이 35~38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속에서 공장골조공사에 여념이 없다. 국내 1위 자동차메이커 현대자동차가 아시아시장 석권을 위해 건설중인 인도 첸나이공장 건설현장이다. 이 공장은 현대자동차 30년사에 있어서 최대 해외 프로젝트다.지난해 12월 착공된 이 공장은 부지정지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공장골조공사작업이 한창이다. 공장골조공사만을 놓고 볼때 현재 공정률은 70% 정도이며 전체 공정률은 30% 수준이다. 착공한지 불과4개월여만에 이 정도의 진척도를 보인데는 현대맨 특유의 저돌적인경영문화가 큰 밑거름이 됐다. 현대자동차 인도첸나이공장(HMI) 김양수 사장(국내직급 전무)은 『공장착공이후 근로자들을 24시간 맞교대로 돌리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타밀나두 주정부 관료들조차 공정의 빠른 진척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현대자동차는 이곳 66만평의 부지에 2001년까지 모두 11억달러(9천9백억원)를 투자, 연산 20만대 규모의 대단위공장을 세울 방침이다. 우선 1단계로 7억달러가 투자돼 연산 12만대 규모의 공장이 내년 10월 양산에 들어가게 된다. HMI 김사장은 『1단계공사를 마무리한 뒤에는 곧바로 2단계공사에 들어가 첸나이공장을 아시아시장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판매목표는 생산 첫해인98년에 1만대, 99년에는 6만대, 2000년에는 9만7천대이다. 본격적인 인근지역 수출은 99년부터 나서게 되는데 수출목표는 99년에5천대, 2000년 1만3천대이다. 수출공략지역은 동남아와 서유럽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인도는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수출국으로 부상하게 되며 첸나이공장은 명실상부한 현대자동차의 아시아시장 거점으로 자리잡게 된다.주력생산모델은 엑센트. 다른 차종이 아닌 엑센트가 주력모델로 선정된 것은 몇년간에 걸친 인도 자동차시장의 치밀한 분석에 따른것이다. 지난 91년 라오정권이 자동차시장 개방조치를 취한이후 인도 자동차시장은 선진자동차 메이커들이 잇따라 진출, 소형차를 중심으로 시장규모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인도에서 판매된 승용차는 약 37만6천대. 이 가운데서 1500cc미만 소형승용차가 61.1%를 차지하고 있다. 소형차시장의 효율적 공략여부에따라 인도시장공략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는 엑센트를 첨병으로 내세웠다. 2단계공사가 마무리되는 2001년에는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선을 보인 경차 HMX가 가세한다.현대자동차가 엑센트를 주력생산모델로 채택한데는 또 다른 이유가있다. 현재 소형승용차시장은 일본 스즈키사와 인도정부가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에서 생산하는 「마루티」 모델이 거의 독식을 하고있는데 품질이 그리 좋은 편은 못된다. HMI 마케팅담당 배종덕이사는 『엑센트는 품질과 가격면에서 마루티에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시판에 들어갈 경우 엑센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품질도 품질이려니와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배이사는 설명했다.2001년에 연간 20만대 생산규모의 매머드공장으로 탄생하게될 인도첸나이공장. 현대자동차에 있어서 이 공장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현지 부품화 … 해외 최초 자족형 공장우선 인도 첸나이공장은 2000년 「글로벌 톱 10」(세계자동차생산10위권진입)을 지향하는 현대자동차의 교두보나 다름없다. 현대자동차는 캐나다 브로몽에 설립한 공장이 실패로 끝난 뒤 해외투자에과감히 뛰어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기껏해야 단순조립형태로 진출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인도공장건설에는 국내 자동차메이커로서는 최대규모인 11억달러를 투입했다. 이 금액은 전액 현대자동차가 출자한 것으로 단일업체서는 일본 소니사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이다. 인도첸나이공장건설을 통해 현대자동차는 이미 「글로벌 톱 10」 진입의 거보를 내디딘 셈이다.공장부지가 66만평에 달하는 매머드공장이라는 것도 현대자동차가이 공장에 쏟는 의지를 읽게 한다. 이 규모는울산공장(1백50만평)의 절반으로 「현대자동차 인도공장」이 아닌「인도에 세워진 제2의 울산공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앞으로 66만평 공장부지에는 엔진, 트랜스미션, 프레스, 차체, 도장,의장공장 등 생산시설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센터, 성능시험연구소,주행시험장 등 연구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이처럼 현대자동차가 인도공장을 단순조립공장이 아닌 종합자동차공장으로 건설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철투철미하게 현지화를 통해 「글로벌 톱 10」에 진입하겠다는 전략에서다. HMI 김사장은 『첸나이공장에서는 다른 해외공장과는 달리 연구개발, 시험,제조판매 등 전과정이 이뤄지게 된다』면서 이 과정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아시아카모델이 개발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현대자동차 인도첸나이공장은 이같은 목표실현을 위해 부품의 현지화를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한국부품업체의 1백% 현지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가 하면 부품업체와 현지업체간의 합작법인설립도 측면지원하고 있다. 대림기업, 한라공조, 대화공업등은 이미합작파트너를 구해 공장설립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부품업체들 또한파트너를 물색중이다. 구매 및 자재를 담당하고 있는 이민호이사는『인도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첸나이지역에는 자동차관련 부품산업이 잘 발달돼 있다』며 국내부품업체와 현지업체간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업체에 기술노하우를 전해주고 부품현지화율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엑센트가 본격양산에 들어가는 98년에는 전체부품의 70%를 현지에서 조달하고 3년내에 현지부품 장착률을 95%로 끌어올린다는 것이HMI의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는 만도기계 등 16개 부품업체와 동반 진출해 있다. 부품업체의 현지 투자규모는 약 2억달러 정도에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종업원의 현지화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HMI는 내년 양산에 들어가게 될 경우 약 3천여명 정도의 현지인을 채용, 생산라인에 투입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직원은 필수라인에만 1백여명이 투입될 뿐이다. HMI는 현재 주정부의 도움을 받아 현지기술전문학교를 방문,학생들의 기술숙련정도에 대한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다.HMI 공장장 신도철상무는 『조사결과 현지인들의 기술수준은 우리나라 기술자들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며 문제는 기술수준이 아니라 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하면된다」는 현대정신을 주입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오는 8월까지 2백60명 정도의 현지기술자를 채용, 울산공장에 선발대로 보내 기술교육과 현대정신교육을 동시에 실시할 방침이다. 이들은 울산공장에서 교육을 마친 뒤다시 돌아와 현지인 재교육을 담당하게 된다.이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달성되면 인도 첸나이공장은 시설은 물론기술면에서 제2의 울산공장으로 자리잡게 된다. 굳이 차이를 들자면 울산공장에 비해 자동화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품질이 결코 울산공장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첸나이공장의 자동화율은 30% 수준(울산공장 95%)인데 싼 인건비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차원에서 자동화율을 하향조정했을 뿐이다. 시설투자에대한 부담을 줄이고 싼 인건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됨으로써 가격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현지관계자들의 분석이다.국내 1위에 만족하지 않고 2000년 「글로벌 톱 10」진입을 위해 해외진출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공장은 시설, 운영 모든 면에서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톱 10」전초기지나다름없다. 현대자동차의 이같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을인도 첸나이공장은 충분히 갖고 있다.★ '글로벌 TOP 10' 전략현대자동차는 현재 국내 1위 자동차메이커에 만족하지 않고 21세기일등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경영혁신운동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글로벌 Top 10」은 경영혁신운동의 요체다. 질적, 양적인 면에서성장을 거듭해나가 2000년초에는 세계 10대 자동차메이커로 우뚝서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이같은 원대한 목표를 정하고 추진하게 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21세기에 접어들면 자동차산업은 무한경쟁이 불가피하고 이 와중에서 세계 10대자동차 메이커가 아니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내외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일본마쓰다사가 미국 포드사에 인수된 것도 이같은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글로벌 Top 10」의 구체적인 매출목표는 20조원. 국내외 생산현장에서 모두 2백4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 내수부문에서 1백20만대를 판매하고 1백20만대를 수출한다는 것이다. 국내시장 점유율은50%대를 유지하고 세계시장 점유율은 4%대에 진입시킬 복안이다.이렇게 될 경우 생산대수 기준으로 현재 세계 13위(95년말 시점)인현대자동차의 위상은 10위권으로 성큼 뛰어오르게 된다.★ 인도 자동차시장 현황20% 고성장, 선진업체 각축전인도시장이 세계 선진자동차 메이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91년부터이다. 라오정권은 취임이후 경제개방을 주축으로한 신경제정책을 과감히 추진했다. 이로인해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득향상이이뤄졌고 승용차에 대한 수요 또한 자연스레 증가했다.이같은 붐에 따라 라오정권은 53년이후 외국메이커의 조립생산을금지해왔던 정책에서 과감히 탈피, 자동차시장 개방조치를 단행했다. 이를 계기로 내로라 하는 선진자동차메이커들이 인도에 잇따라진출했다. 이미 현대자동차를 비롯, 피아트 미쓰비시 도요타 혼다포드 등 6개업체가 현지합작 또는 단독으로 진출, 생산거점을 마련중이다. 이와함께 독일의 BMW 폴크스바겐, 미국 크라이슬러 등 4개업체는 현지법인 설립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모두 진출, 현지에서 생산을 개시할 경우 인도의 연간 자동차생산은2백만대에 달하게 된다. 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선진자동차메이커의 각축전은 불가피하다.선진자동차 메이커들이 인도에 이처럼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것은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10억 인구인 인도는 경제개방정책을 계기로 지금 자동차시장이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인도자동차시장은 20% 정도 성장했는데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떠오르는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진자동차 메이커들은 인도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이들 다국적 자동차메이커들은 현대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첸나이를중심으로 남인도지역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도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뉴델리 뭄바 등 북부지역은 이미 기존업체들이 선점하고있는데 반해 남인도는 유명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남인도지역 근로자들이 성실한데다 북부지역에 비해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자동차관련 산업도 비교적잘 발달돼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선진업체들은 남인도지역에 대해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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