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로 상상의 나래 펴면 작가·관객 함께 작품 완성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열 십(十)자 주변에 힘 력(力)자가 있는 그림이 나온다. 평범한 디자인같지만 마우스로 클릭하는 순간 총소리가나면서 그림에 총구멍이 난다. 마우스를 다른 곳으로 옮겨 클릭하면 그곳에도 구멍이 나면서 총소리가 난다. 애니메이션 그룹 블라인드사운드(리더 이상윤·33)의웹사이트(http://www.bd.co.kr)에 있는 한 작품이다. 이 사이트는 이상윤씨가 최근 개설한 가상예술전문 웹진(웹매거진)인 이다.에는 독특하게 움직이는 그림이 많다. 어떤 그림은 빨간색과파란색 보라색 등으로 색이 수시로 변한다. 이 그림에 마우스의 커서를 대고 움직이면 크기가 변하는 노란원이 함께 따라 다닌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그림을 수동적으로 감상만 하는게 아니라 관객이직접 마우스를 조작해야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이 사이트에 있는 그림들은 대부분 쇽웨이브, 플래시, 동적GIF라는프로그램으로 만든 애니메이션들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인터넷의웹사이트에서 그림을 움직이게 하고 소리가 나게 하는 등 특수한효과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이상윤씨는 이제까지 웹사이트를 장식하기 위해 사용하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자신의 상상력을표현하는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컴퓨터아트란게 작가의 입장에서는 다소 애매한 점이 있다』는이상윤씨는 그 이유로 『작가가 그린 그림이나 개념을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아 구체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번 작업들은 모두 프로그래머인 박정운씨와 함께 만들어낸 것들이다.「위지위그」란 메뉴에 있는 이란 작품도 초승달이 움직이는것처럼 보이게 해준다. 초승달의 그림과 개념은 이상윤씨의 구상이고 이를 실제로 움직이도록 한 것은 박정운씨의 소프트웨어다. (오른쪽 그림)이씨는 컴퓨터아트의 특성으로 임의성(Random)을 든다. 『A를 입력하면 B가 나오는 공식에 입각한 움직임은 기계적인 움직임에 불과합니다. 굳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한 것들입니다. 가장 임의성이 강한 대상은 사람입니다. 얼굴을 한대 때리면사람마다 반응이 천차만별이니까요. 이 때문에 작품을 만들기 위한프로그램도 되도록 매번 다른 반응을 보이도록 노력했습니다.』이씨가 컴퓨터를 사용하게 된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서다. 스튜디오를 마련하려면 억대의 자금이 들어가지만 스튜디오의 효과를낼수 있는 컴퓨터는 백만원대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컴퓨터를 사용한지 1년6개월밖에 안됐지만 컴퓨터는 이씨의 작품활동을 하는 도구이자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처음엔 컴퓨터란게 꽤나 부담스럽기만 합디다. 그러나 아무리 예술가라도 시대의 조류를 따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적절한 때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도구를 습득하는게 필요합니다. 사람의 얼굴을 이상하게 그린 피카소나 변기를 전시장으로 갖고 나온뒤상과 같은 인물이 빛나는 까닭은 통념을 깨고 예술사에서 변혁을이뤄냈기 때문입니다.』이상윤씨에게 소프트웨어는 단지 사무자동화나 오락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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