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끊고 전사적 재무관리를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1996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우리나라 제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1.0%로 95년(3.6%)보다 크게 하락했으며 특히 경공업 부문은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은 반도체, 철강 등의 수출가격하락으로 영업이익이 큰폭으로 줄어든데다 금융비용부담증대와 대규모 환차손 발생 등으로 영업외 수지도 악화된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수익성의 악화로 내부유보가감소하고 증권시장의 침체로 주식발행이 부진함에 따라 자기자본비율이 저하(25.9%에서 24.0%)됨으로써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 기업의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최근과 같은 경기 불황기에 이처럼 기업이 이익이 떨어지는 것은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경상이익률이 영업이익률에 비해 기조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점에 있다. 즉 70년대 이후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대체로 7%내외의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해온 반면 기업의 영업외 거래를반영한 경상이익률은 경기국면에 따라 다소 기복은 있으나 3% 이하의 수준에 머문 경우가 대부분이다. 96년중에도 영업이익률은6.5%인 반면 경상이익률은 1.0%에 불과했다.이와 같은 이익률간 격차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기업이 높은 차입의존적 경영으로 과도한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서 근본 원인을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차입금 의존도(차입금/총자본,96년중 47.7%)는 주요국보다 약 40∼80% 높은 수준이며 이에 따라금융비용 부담률(금융비용/ 매출액)도 96년중 5.8%로서 95년의 일본(1.3%) 대만(2.2%)보다 훨씬 높은 실정이다.◆ 96년 부채비율 대만의 3.7배인 317.1%이렇게 높은 차입의존으로 96년중 부채비율(부채/ 자기자본)은 미국(95년중 1백59.7%)의 2배, 대만(95년중 85.7%)의 3.7배수준인3백17.1%를 나타내고 있다. 그 결과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주요국과비교해 양호한 수준인데도 경상이익률은 크게 낮은 수준을 면치못하고 있는 것이다.여기서 우리는 우리나라 기업의 높은 차입의존에 따른 재무구조의취약성이 저수익성을 초래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최근처럼 경기가 불황국면에 처할수록 소위 차입금의 지렛대효과(leverage effect)에 따라 금융비용부담이 가중되어 경기 대응력을 더욱 약화시키게 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수 있다. 경기 불황이나 저성장기에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일수록 더 큰 어려움을겪게 된다.그렇다면 우리 기업의 수익성을 높여 국제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볼수 있다.문제는 어떻게 개선시켜 나가느냐는 것이다.기업경영 일선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기업인들에게는 다분히 원론적이고 총론적인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재무구조개선방안을 몇가지 제시해 본다.◆ 기업경영 건실화돼야 자금조달 쉽다먼저 기업의 입장에서는 종래의 과도한 차입의존적 확장위주 경영에서 탈피하여 하루 속히 내실위주의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80년대 후반 이후 미국기업이 추진하여 성공한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수익성이 낮거나 불투명한 부실 자회사와 사업부문을 과감히 매각, 정리하고 경쟁력있는 분야를 전문화하는등 전문업종 경영에 전념하여 수익성을 제고시켜야 할 것이다. 다시말해양적 확대보다 질경영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주로차입(빚)으로 키워온 문어발을 과감히 도려내는「문어발자르기」(divestiture)식 경영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리고 기존 사업을 영위하는데도 관리적 재무활동도강화해야 한다. 즉 구매 생산 및 판매등 모든 활동을 재무적인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재무관리를 중시하려는 경영진들의 의지가 필요하다. 그만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가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자금을 조달할 때도 견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일단 자금을 조달하고 돈벌이가 될만한 사업아이템을 찾는 식의 방만한 경영은 앞으로 설땅을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이와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기존의 차입금을 상환함으로써 만기 도래한 운전자금대출을 다시 (단기)차입에의해 상환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금흐름(cash flow)상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시켜야 한다.이같은 방법으로 기업경영이 건실화돼야 직접 금융시장에서 기업공개나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쉽게 개선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우리 기업들의 고민은 지나치게 차입에 의존하다 보니 재무구조가 부실해져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다쓰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물론 정책당국이나 금융기관도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우선 과거 높은 물가상승률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기업의 부채의존도를 높인 가장 큰 유인이었다는점에서 물가안정기반을 확실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물가안정으로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불식시켜 과거처럼 인플레이션이 부채를 갚아주고 보유부동산 가격 상승이 수익을 올려줄 것이란 기대감이 더이상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올들어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와 자금악화설 등을 통해 기업들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같은 교훈을얻고 있는 추세이다.또 조세등 정부정책면에서 기업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해야한다. 예컨대 자기자본에 대한 차입금의 배수 등을 감안해 일정 배수를 초과한 기업에 대해서는 차입금이자의 손비인정 등의 면에서 세제상의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은행으로서도 금리자유화의 실질적 정착으로 기업신용도에따른 차등금리 적용폭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재무구조의 건전성여부가 기업의 금융비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도록 유도해야 할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들이 실시하고 있는 차등금리적용폭은기업들의 재무구조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할 정도에는 미치지못하고 있다.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재무구조의 개선은 단시일내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인만큼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불황기에 재무구조개선을 추진했다가 경기가 호황을 맞으면 다시 문어발식 확장경영에 주력하면 실질적인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어렵다.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의 부제처럼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마냥 미루면 낭패를 볼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한다.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물가안정 기조하에서 기업의 재무구조가 뚜렷이 개선될 때 비로소 지금 우리 기업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금리의 큰 폭 하락도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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