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세요 꽃 사! 화훼시장 '활짝'

4천억 시장으로 성장…백합 국화 장미 등 인기, 수출은 걸음마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먹거리가 풍족해지면 체면과예의를 중시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도 증대한다. 당연히 이들에 대한 지출이 많아진다. 국내 농업발전과정을 보면 이같은 소비자들의 속성이 잘 반영돼 왔다. 70년대까지는 쌀과 보리 등에만 치중하다가 80년대로 넘어오면서 과일과 야채류를 병행 생산하게 된다. 90년대에는 꽃을 전업생산하는 농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1인당 국민소득이 증대하고 보다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욕구가 증대하면서 꽃소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물론 UR타결 등으로 쌀 농사만으로는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원을 보장할 수 없어 꽃생산을 권유하는 정부정책도 한몫하고 있다.지난해 국내 꽃시장은 4천2백여억원으로 추산된다. 화환이나 조화그리고 입학이나 졸업용으로 인기를 끄는 국화나 백합 장미 등 절화가 2천3백여억원, 승진축하용으로 많이 나가는 난초 등 화분과함께 판매되는 분화가 1천9백억원대로 알려졌다. 85년의 1백40억원(절화), 1백50억원(분화)과 비교하면 각각 16배와 13배씩 증가한셈이다. 같은 기간 1인당 꽃소비액도 꾸준히 증가했다.1천8백원(85년)에서 1만1천원(95년)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물론 60% 이상이 경조사용으로 소비되고 가정용소비는 10%에 불과하지만 젊은층의 수요증대로 이 부분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절화·분화 수출경쟁력 강화 나서꽃배달 대행업체인 한국화훼유통의 홍순창씨는 『결혼식용 화환이나 승진축하용 난초 등 전통적인 수요 이외에 최근에는 생일이나결혼기념일 등에 꽃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젊은 세대는 4~5만원대의 꽃바구니를 즐겨 찾는다』고 들려줬다. 홍씨는 최근의 경기침체 여파로 매출신장세가 둔화됐다고 덧붙였다.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젊은층이 전통적인 수요층에 가세하면서 꽃재배농가와 면적도 꾸준히 증가했다. 서울과 부산 근교에 집중돼있는 재배농가가 85년 5천3백호에서 95년 1만2천호로 2.3배 증가했다. 재배면적도 2천2백50ha(85년)에서 5천2백ha(95년)로 늘어났다. 이들 농가들이 재배하는 꽃은 국화(6백60ha), 장미(4백80ha),안개꽃(3백30ha), 백합(1백80ha) 등이다. 물론 농가입장에서 도 꽃재배는 오이나 참외 등 채소류보다도 부가가치가 높아 매력적이다.강원도 농촌진흥원이 지난해 도내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백평을 기준으로 안개꽃이 5백44만원, 백합 5백14만원으로 무 배추 콩 등보다 고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국내 꽃산업은 내수시장의 팽창과 함께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정부가 절화와 분화의 수출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일본시장 공략에적극적이다.꽃수출 실적은 95년 7백80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5백만달러로 감소했다. 국내가격 상승으로 재배농가가 수출을 꺼렸기 때문이다. 수입은 95년 3천5백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4천만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 최대 수출품목은 선인장(2백60만달러) 백합(1백20만달러) 순이다. 선인장은 이번에 세계꽃박람회를 개최한 고양이 최대생산지로 국내수출물량의 80%를 담당한다. 이 지역은 붉은색과 검은색을내는 선인장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국제 유통량의 65%를 담당하고있다. 백합은 거의 전량 일본에 수출한다.지난해 4천만달러의 수입중 난 종류가 1천7백만 달러로 전체의 70%이상을 차지한다. 주로 동남아와 중국 대만 등에서 들여온다. 백합뿌리도 4백만달러 어치나 네덜란드에서 들어왔다. 국내에서 백합뿌리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기술력이 부족해서다.정부는 일본이나 네덜란드 등 특정지역에 한정된 수출선을 다원화하고 걸음마단계인 국내농가의 수출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오는 2006년까지 1천억원을 투자해서 지난해 41억원의 수출액을 8백60억원으로 20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우량 종묘를 생산·보급하여 양질의 꽃을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카네이션 장미 국화 백합 선인장 등의 화훼종합시범단지도 조성할 방침. 또 전업농의 규모를 1ha 이상으로 늘리는 등 영농규모 확대와 비닐하우스를 유리온실로 대체하는 등 시설자동화, 현대화로 생산비 절감을 추진한다. 아울러 열악한 유통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공판장을 통한 경매제 정착 등을 추진하고있다.그러나 국내 꽃산업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국내 꽃산업은 생산기반이 취약하고 유통구조가 낙후돼 실제적인 국제경쟁력은 미약한 것으로 평가된다.생산기반의 취약성은 재배농가의 영세성에서 비롯된다. 꽃재배농가의 평균면적 1천2백평 이상인 농가가 전체의 24%에 불과하다. 이같은 현실에서는 재배시설의 현대화와 기업식 영농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종묘생산의 자립화가부진해서 90% 이상을 네덜란드에서 수입하고 있다. 백합이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도 꽃에 대한 수요계절이 정해져 있어 계절별 가격차가 심한 것도 농가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국화의 경우 최근 3년간 가격 변화량을 본다면 3월에 가장 비싸고 8월에서 10월사이가낮게 거래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가 무려8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재배농가는 이같은 가격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품종을 재배함으로써 전문성과 신품종 개발능력을 축적할 기회를 잃게 된다.◆ 생산기반 취약·유통구조 낙후 등 과제 많아유통 측면에서는 더욱 열악하다. 산지 출하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절화의 경우 69%를 개별 출하한다. 공동출하는 16%에 불과한 실정이다. 분화는 83%가 개별출하된다. 개별출하는 과도한 물류비 부담과 도매상과의 가격협상에서 주도권 상실로 나타난다. 이는 제도권도매시장의 기능미약에서 비롯된다. 현재 법정도매시장은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운영하는 서울 양재동화훼공판장이 대표적이나 절화의 75%, 분화의 51%가 남대문 강남고속터미널 등 유사도매시장에서거래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 유사도매시장은 과도한 판매수수료와 판매가격 조작, 세원은폐 및 탈세 등의 부작용을 야기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한 관계자는 농가에서 가져온꽃들을 소매상들에게 넘기면서 15%의 수수료를 받고 85%를 농민들이 가져간다고 말했다.수출에서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 한 두개가 아니다. 수출업체가 영세해서 시장개척과 정보수집은 엄두도 못 낸다. 특히 꽃을 저온상태에서 운송 및 보관하는 시설이 부족해서 양호한 품질 상태를 유지하기가 곤란하다. 재배농가가 특수차량인 보냉탑차로 운송하는비율은 전체유통량의 2.9%에 불과하다.이같은 문제점과 최근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시장전망은 양호한것으로 평가받는다. 복오근 농수산물유통공사 과장은 『경조사용으로 나가는 것 말고도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내수는 매년 20% 이상 증대할 것이다』라고 전망하면서 『수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백합 뿌리를 자체 개발하고 항공기 이용료를 떨어뜨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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