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웃고 소주는 울상' 명암 교차

현재 우리나라 주세법은 주류의 원재료, 제조공정, 조세부담의 능력에 따라 차등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소주가 국민의 술로 자리잡는데 정부의 이런 주세정책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최근 유럽연합이 소주와 양주의 세율차를 없애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WTO에 제소하면서 주세법에 근본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류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양주의 주세가 내리고, 반대로 소주의 주세는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업계에 미칠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또 3대 주류 가운데 하나인 맥주는 이번 주세문제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나 그동안 업체들이 1백35%인 주세가 너무 높다며 줄곧불만을 토로해온터라 양주와 함께 낮아질 가능성이 아주 높은 상태다. 이번 파문이 술시장 전체에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대목이다.양주와 맥주의 주세는 그동안 소비자들로부터 배보다 배꼽이 더 큰존재로 인식돼왔다. 예를 들어 양주를 보자. 요즘 한창 잘 팔리는임페리얼의 경우 제조원가는 4천7백94원이다. 수입한 원액가격과제조비용, 인건비를 합친 액수다. 여기에 일반관리비 등 제비용을합친 총원가를 따져봐도 6천4백31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임페리얼의 주세는 판매원가를 기준으로 1백%를 매기므로6천7백53원이다. 여기서 판매원가는 총원가에 마진 5%를 붙여 계산한다.결국 제조원가의 1.5배에 가까운 액수가 세금으로 나가는 셈이다.물론 주세율이 높은 맥주는 이보다 더한 상황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소주는 세금의 영향을 덜 받아왔다. 각 주류업체들이 이전부터 주세율 문제를 놓고 적잖은 논란을 벌여왔던 것이나주세법개정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국내 주류업체들 사이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는 것도 이런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소주 ‘세액 많이 오를까’ 걱정일단 주류업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양주업체나 맥주회사들은 내심반기는 반면 소주업체들은 상당히 걱정하는 모습이다. 특히 맥주업체들의 경우 겉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세율이 30% 이상 떨어졌으면하는 눈치다. 지나친 경쟁으로 경영환경이 크게 나빠진 상황에서세율이 낮아질 경우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장 돈으로 계산해도 30% 인하되면 맥주 3사에 3천5백40억원의 절세효과를 가져와 금융부담을 많이 줄여줄 것으로 분석된다.또 이는 맥주가격 인하로 이어져 하향곡선을 긋고 있는 맥주의 소비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맥주회사도살고 소비자들도 마음놓고 마실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양주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양주의 가격을 내려 대중화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소주업체들은 세율을 크게올리지나 않을까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만약 지금 수준에서 양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경우 곧바로 대폭적인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소주업체들은 정부가 양주의 세율을 내리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결국소주의 세율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이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세율이 지금보다 적어도 3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연 업체의 주세부담 역시 지금의 2배 가까이 되어 소매가격을 끌어올리는 근본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소주파들의 상당수가 양주를 선호하게될지 모른다며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진로 경월 등 대형소주업체들의 경우 고급소주 개발에 힘을 쏟는 등 제품 다각화전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러나 이도 자금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업체들의 얘기일 뿐이다. 지방의 중소 업체들은 사실 수수방관하고 있는 입장이다. 뚜렷한 대비책이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 스스로 세수와 행정편의주의보다는 소주가 국민주이고 중소업체들의 사정이 무척 어렵다는점을 감안, 여러 가지로 배려해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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