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법으로 320만평 벽해 옥토로

「얼마나 멀고 먼지…/파도가 길을 막아 가고파도 못갑니다.…/바다가 육지라면/ 바다가 육지라면/ 배떠난 부두에서 울고 있지 않을것을 …」.70년대 초반 가수 조미미가 불러 히트한 「바다가 육지라면」 노랫말 일부이다. 바다로 인해 빚어지는 이별의 아픔이 이 노래의 주제이다. 이 노래의 주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세계무역, 교통의중심지인 싱가포르 역시 바다가 육지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도시국가나 다름없어 국토가 좁은 싱가포르는 「바다가 육지라면 배떠난 부두에서 울지 않고」지금보다 더 비약적인 「발전」을할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싱가포르는 지금 국토를 넓히기 위한 바다매립공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국내 제1의 건설업체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창이동부매립공사는 그중 하나다. 이 공사는 규모만을 놓고 볼때 바다매립공사중 최대규모이다.현대건설은 싱가포르 교통체신청이 발주한 창이동부 2단계 및 3단계공사를 일본 벨기에등 유명 매립전문회사를 제치고 잇따라 수주,싱가포르의 바다에 얽힌 「한」을 풀어주고 있다. 매립면적은 2단계가 1백60만평, 3단계가 1백50만평에 달하는 대역사이다.창이국제공항 건너편에 위치한 공사현장에서는 현대건설맨들이 거친 파도와 싸우며 「건설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2단계공사는 현재 공정률이 90%로 내년 2월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3단계공사 공정률은 30%선이다. 두 공사가 모두 완료되는 2002년에는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바다가 육지로 둔갑하게 된다. 이 부지에는 공항활주로 및 공항청사가 들어설 예정이다.현대건설은 이 공사가 싱가포르 최대국책사업인만큼 각종 첨단장비와 공법을 동원, 공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매립공사는 모래를퍼다 바다를 메우는 공정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공정 하나하나를들여다보면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많다.싱가포르 지역내에는 모래가 없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로부터 대형모래운반선을 이용, 실어와야 할 뿐만 아니라 운반한 모래 또한준설파이프를 통해 연약지반에 매립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장비를 동원해 작업하다가 사소한 실수로 공정이 중단되면 막대한손실을 입게 된다. 또 자칫 연약한 지반에 아무런 계산없이 매립하다간 어느날 갑자기 매립지역이 바다속으로 미끄러져 버려 다시 바다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이에따라 현대건설은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 철저한 공정연구와 연약지반에 대한 특성조사를 벌인 뒤 매립공사에 들어갔다.이때가 93년 3월. 공법은 그동안 싱가포르의 다른 지역에서 매립공사를 하면서 노하우가 축적된 「모래를 이용, 해상진흙을 암밀시키는 특수연약지반 개량공법」을 채택했다.◆ 싱가포르의 ‘바다에 얽힌 한’ 풀어줘이 공법은 모래나 흙을 바다에 직매립하기보다는 모래를 포설하는방식. 공정은 일단 5m 수심에 모래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쏟아 부어수면위 4m까지 매립한다. 총 9m의 모래탑을 쌓는 것이다. 그런 뒤매립지역의 바닷물을 빼내기 위해 1.7m간격으로 버티컬 드레인 보드(Vertical Drain Board, 수직배수제)를 설치, 뻘 속의 물을 뽑아올리게 된다이렇게 한뒤 다시 모래를 6m 더 쌓아 18개월간 방치한 뒤 이를 제거하고 장비를 동원,최종 지반다지기를 하면 모든 공정은 끝난다.마무리 지반다지기작업은 첨단공법인 MRC공법을 사용했다. 이 공법은 쇠기둥을 진동시켜 다짐작업을 하는 공법으로 스웨덴에서 개발됐다. 그러나 이 공법은 다른 외국사들은 그동안 적용을 못해왔으나 현대건설은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태국 방콕공항공사에서 사용, 호평을 들었다.정무현 현장소장은 『MRC공법으로 다짐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자싱가포르 정부관계자들은 물론 현지 토목학회 인사들까지 현장을방문하는 등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이런 과정을 통해 창이동부 2단계 매립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그러나 매립이 어느정도된 뒤 난공사가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싱가포르정부가 창이공항인근의 호수를 준설하면서 제거한 슬러지를 버려 형성된 실트폰드(Silt Pond)를 어떤 공법으로 매립하느냐는 것. 실트폰드의 크기는 길이 2천m,폭 7백50m로 이 지역은 다른곳보다 지반이 더 연약해 기존의 샌드스프레드공법으로 모래를 매립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그냥 모래를 매립하면 뻘이 다시 뒤집혀 모래를 덮어버리기 때문에특수공법을 사용해야 했다. 해외에서 수많은 난공사를 한 현대건설의 저력은 여기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벨기에산으로 강도가 강한폴리에스텔인 GEOTEXTILE을 뻘위에 덮어 매립하는 기발한 공법을채택한 것. 가로 6m, 세로 30m의 천을 실트폰드크기로 일일이 꿰어맞췄다. 그렇게 한 뒤 실트폰드지역에 매트처럼 깔았다. 이 천을깐 뒤 모래를 매립하자 뻘은 밖으로 일절 흘러나오지 않고 시루떡처럼 굳어버렸다. 공법적용이 거의 완벽에 가까웠던 것이다.정소장은 『직원들의 난상토론 끝에 얻어진 이 공법은 사실 공사과정에서 제대로 될까 노심초사했다』며 별무리 없이 난공사를 끝내 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전했다.◆ 매립공사 노하우 축적 신뢰 얻어난공사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다시 공정이 순탄하게 진행되자 싱가포르정부관계자와 현지 토목학회가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정소장은 『실트폰드매립이 끝나자 현지 토목학회관계자들이 현장에 몰려와 공법에 대한 자료를 구해가기도 했다』며 무엇보다도 매립공사물량이 많은 싱가포르에서 현대건설의 저력을 다시 한번 과시한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실트폰드지역을 매립하면서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과 함께 난공사에 대한 또하나의 노하우를 쌓은 셈이다.현대건설은 GEOTEXTILE을 이용한 실트폰드매립공법을 학술적으로정리, 현지와 국내 토목학회에 발표할 계획이다. 창이동부매립공사팀은 이 난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공로로 지난해 정몽구회장이 취임한 뒤 제정된 그룹 기술상을 수상했다.매립공사의 경쟁력확보는 뛰어난 기술력과 장비가 좌우한다. 많은모래를 제때 준설해 신속하게 현장으로 옮기는 것이 매립공사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창이동부매립공사에서 우수한기술력 못지않게 보유한 첨단장비를 모두 동원했다. 필요한 장비는현대중공업에서 제작해 사용함으로써 그룹계열사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한 것도 창이 동부매립공사의 특징.이번 매립공사를 위해 한국에서 제일 큰 2만t급 펌프준설선 아산호를 현대중공업에서 제작, 사용중이며 정주영명예회장의 지시로 추가로 2대가 제작돼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함께 첨단모래운반선인 고려호 금광호 등 현대건설이 보유한 해상장비의 간판스타들이 뛰어난 활약을 했다. 정소장은『현대건설은 이같은 장비의 도움으로 2단계매립공사의 공기를 3개월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보인다』고 전망했다.현대건설은 창이동부 2단계매립공사를 하면서 싼 임금의 개발도상국 근로자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인건비절감 등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현재 공사현장에는 싱가포르 태국 방글라데시 인도 등 제3국의 근로자 4백70여명이 투입돼 있다. 한국인 근로자는 80여명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인 근로자의 경우 월인건비가 1백80만원이나 제3국 근로자들에게는 나라별로 70만원에서 30만원선이 지불되고 있어 경비절감효과가 크다.사무직요원 또한 현지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현장사무소에는 총5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현대건설직원은 19명이고 나머지 31명은싱가포르 현지인 및 제3국인을 고용했다.이병준 현대건설 싱가포르 지점장은 『싱가포르는 국토가 협소해매립물량이 앞으로 많이 발주될 예정』이라며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선진업체와 당당히 겨뤄 현대건설의 위상을 싱가포르에서 확고히 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의도 면적 4배의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창이 매립공사. 이 대역사는 어떤 난관에 부딪쳐도 이를극복하는 현대건설의 도전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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