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돌성'바탕, 공격적 마케팅 펴라

현대그룹이 창립 50주년이 되었다니 축하할 일이다. 우리 나라 건설업과 중공업 부문을 선도해 온 현대는 70년대와 80년대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어 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특히 80년 중반 이후부터 현대자동차는 현대그룹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해 옴과 동시에 한국 자동차 산업의 리더 역할을 수행해왔다. 무엇보다 기술개발과 함께 자동차 문화를 창달하고 국가 기간 산업수출 전략 사업화의 선봉에 선점, 그리고 규모가 작은 내수시장과부품산업의 미비라는 열악한 여건 아래서도 세계 13위 메이커로 자리잡은 것 등은 실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1967년에 포드로부터 부품을 들여와 조립으로 시작한 현대자동차는그후 74년 우리의 고유 모델로 「포니」를 출시한 이래 한국 자동차 산업의 리더로서 내수는 물론 수출 시장까지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어 86년에는 미국 시장에 진입, 한때 승용차 부문에서만4.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 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초기 기술 축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수출 시장을 확대한 결과 제품의 결함이 나타났고 신제품의 적기 개발 및 출시 실패로 인해 북미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곤두박질하는추세를 보였다.그러나 내수 시장의 폭발적 증가와 제품 개발력에서의 우월성으로국내시장에서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으며 이는 내수시장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내수의 폭발적증가는 시장 구조를 공급자 위주의 시장(Seller’s Market)으로 만들어 내수 시장의 리더인 현대는 특별한 마케팅 전략없이 정부의보호 정책 및 자사의 제품 개발 능력만으로도 시장을 충분히 장악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알파」 및 「베타」 엔진의 독자 개발,선진 자동차 메이커와 견주어 손색없는 디자인 기술력, 지속적인수출 시장의 다변화, 해외 생산 거점의 확충 등 국내시장이 경색된시점에 취한 엄청난 기술 투자 등은 현대로 하여금 국내 및 세계시장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불어넣게 했다. 90년대 초반 이후에 들어서는 수출시장의 다변화로 수출 물량도 증가되었으며, 제품 결함등으로 일부 잃어버렸던 북미 시장도 신제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추세에 있다.그러나 현대자동차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자동차에 대한 각종 규제가 그다지 까다롭지않은 시장쪽으로 수출이 늘어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즉 선진권 국가가 아닌 후발개도국 중심으로 수출이 이루어진 것이다.(표 참조) 이는 수출 증가의 요인이 제품 경쟁력 향상에 있는게아니라 가격 경쟁력임을 말해 준다.또 국내시장에 있어 95년을 정점으로 저성장기에 돌입함과 동시에대체 수요가 신규 수요를 앞지르는 상황이 되면서 새로운 방향의제품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WTO 체제가 출범하면서 수출시장에 대한 전략도 바뀌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즉 WTO체제 아래에서 국내시장이 전면 개방됨에 따라 소비자수요가 다양화됨은 물론 미국 유럽 자동차메이커의 본격적인 국내 판매가 시작될 것이다. 또 그간 수입선 다변화로 묶여 있던 일본 국내에서 생산된 일제차도 개방되어 자동차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할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종전의 공급자 위주 시장도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모될 전망이다.◆ 연구 개발 인력·능력 파워 ‘2배’이에 더해 기아에 이어 대우까지 고유모델을 출시하기 시작함으로써 국내업체간의 경쟁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신제품 개발 측면이나 판매에서 우월했던 현대로서는대우 및 기아의 신제품 개발능력 및 생산능력 확보로 창사이래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무엇보다도 현대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마케팅 능력,「판매 능력」이 이 고비의 시점에서 더욱 더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3사가 각각 독자의 신제품 개발 능력을 갖춤으로써 현대로서는 지금까지 공급자 위주 시장에서 배양하지 못했던 대고객 서비스 체제의 미흡이 현 시점의 최대 문제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그러나 필자는 이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대는 기아와 대우에 비해 첫째 연구 개발 인력 및 능력 면에서 2배이상의 파워를 갖고 있으며 둘째 생산 능력 면에서도 다른 2개 회사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셋째 영업소의 숫자나 영업 면적에 있어서 타사와 비교해 월등 유리한 위치에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할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위에 열거한 이러한 물량적 우위 능력을 다가오는 극한경쟁 체제속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따라 향후 현대자동차의 위상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첫째 현대자동차는 타회사에 비해 현대그룹 계열사간의 시너지효과를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점의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현대는 오토카드를 먼저 시작했으면서도 선발주자로서의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가 정유 보험 레저업체 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광고 및 홍보부족으로 인해 오토 카드와제대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단순히 자동차 판매에서만 부진한 것이 아니라 그룹 계열사의 판매 시너지 효과도 못 얻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둘째로 일반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워하는 문제지만 판매 생산 및 정비 서비스의 이원화도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판매와 서비스의 이원화는 국내시장에서 타사와의 경쟁시 매우 불리한 요소로작용하게 돼 어떠한 식으로든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고 싶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정공으로 나뉘어져 있는 생산의 이원화는제품 개발 및 조립 설비의 이중 비용을 초래하여 경쟁력 상실을 가져오게 되므로 시정해야 할 일이다.셋째로 국내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GT-10(Global Top 10)」 운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 전략을 확실히 세워야 할것이다. 국내시장에서는 40%대의 시장 점유율 확보와 함께 해외시장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대의강점인 연구 개발 능력을 살려 세계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제품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며, 현대의 약점인 「마케팅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여 공격적 판매 방식을 채택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해외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미쓰비시(MMC) 뿐만 아니라 해외의타기업과도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이에는 유럽이나 미국의 「빅 3」중 하나도 가능할 것이다.넷째로 현대 자동차의 고질적 문제중 하나인 노사 관계의 획기적개선 없이는 생산성 향상 뿐만 아니라 제품 결함 지수를 줄이기 어렵다고 본다. 미국 시장에서 초기 제품 결함 지수가 감소하기는 했지만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상위 기업 30개중 거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어 아직도 평균과는 거리가 먼 상태이다. 제품 개발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동시에 제품조립시 완전성을 기하고자 하는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은데에도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초기 제품 개발 결함 지수의 감소 과제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현대자동차가 명예를 걸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의 안정과 제품 개발의 완전성 추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겠다.마지막으로 현대자동차가 지금까지 국내시장에서 1위와 세계 시장에서 13위에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현대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저돌성」의 열매라고 보고 싶다. 그러나 국내 3사만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 지난 3∼4년간 해외 시장 점유율 하락에서도 알수 있듯 다른 두 회사는 공격적 판매 전략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현대는 이를뒤따르는 양상이다.현대자동차는 지금까지의 가격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이 아니라 진정 품질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선진 5대 메이커의 경우 플랫폼의 통합, 축소 등으로 원가 절감과 아울러 다양한 모델을 출시함으로써 가격을 바탕으로 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현대 자동차는 이러한 위기의 순간을 도전으로 받아들여 자신들이 갖고 있는 생산 및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완전성을 추구할 때 비로소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1960년대말까지만 해도 도요타와 닛산의 중역진들은 불과 10여년이후에 자신들이 세계에서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잡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현대자동차의 기술수준이 조금 뒤처진다고는 하지만 개도국들이 뒤쫓아올 7∼8년 이내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세계 일류메이커로 도약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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