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보고 놀고 살게 없다'

한 나라의 관광산업이 잘되려면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 살거리등이 다양하고 풍부해야 한다. 그 나라만의 개성있는 문화적 상품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 일본 등 관광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은 이런 요소를 개성있게 갖추고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세계관광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우리나라는 지난 90년대이후 외국관광객이 급격히 감소, 관광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입국한 관광객은 3백68만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8%가 감소했다. 반면 내국인 출국자는 모두4백65만명으로 95년에 비해 21.7%가 증가했다. 이로인해 지난해 관광수지는 수입 54억1천9백만달러, 지출 69억7천만달러로 15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물론 우리 관광수지가 이렇게 된데는 90년이후 불어닥친 해외 과소비관광붐이 일조를 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아니다. 외국관광객을 불러들이지 못한 우리 관광산업의 총체적 부실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색있는 전통놀이 찾기 어려워우선 볼거리가 문제다. 5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지만 막상 외국관광객들이 이같은 찬란한 문화적 편린을 맛보기 위한 구경거리는 그리 많지않다. 경복궁 비원 등이 아쉬운대로 외국관광객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지만 이것을 본뒤 색다른 볼거리는 그리많지 않다. 국보 1호인 남대문과 보물 1호인 동대문은 고층건물에둘러쌓여 관광상품으로서 가치를 상실했고 경주 역시 서울과 같은분위기여서 외국관광객들의 호감을 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빈약한 볼거리문제는 전통문화상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은 관광에나설 때 그 나라의 특색있는 전통놀이 등을 보길 원한다. 우리의전통놀이는 농악, 사물놀이, 탈춤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전통놀이는 외국인들의 관광사정거리에서 벗어나 있다.인도의 경우 외국관광객들이 머무는 1급호텔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대부분의 호텔은 서구식 경영으로 일관, 외국관광객들이 전통놀이를 손쉽게 구경하는 것 자체가 원천봉쇄돼 있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명제는 바로 우리 관광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때 전통놀이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개발하는 것은 우리 관광업계의 최대과제라 할수 있다.영국인 휴 스티븐씨는 『비원 경복궁 등은 한국의 훌륭한 관광상품으로 매혹적이다』라면서 『그러나 이곳을 구경한 뒤 볼거리가 없어 한국만의 특화된 관광상품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오는 손님을 내쫓는 불친절도 관광산업의 추락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특히 이같은 불친절은 외국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호텔에서 가장 많이 빚어지고 있다.지난해 한국관광공사에 접수된 외국관광객들의 불편사례중 호텔과관련된 것이 총 1백28건이었다. 전체불편사례(4백57건)의 28%를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모호텔에 투숙한 캐나다인 K.Y.쳉씨는 『저녁 8시경 체크인한후 방에 가보니 방안 불빛이 어둡고 전구도 2개가 나가 있어 수리해달라고 했으나 호텔측은 다른 방으로교체해주지도 않고 수리도 해주지 않았다』고 관광공사에 신고했다.호텔에서 빚어지는 불친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모호텔에 머물렀던 호주인 L.미카락씨는 9살과 6살난 두딸이 커피숍에서 아침을 먹고난 뒤 구토증상을 보였으나 호텔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아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외국관광객들에 대한 택시의 횡포도 한국을 다시 찾고 싶지 않은곳으로 만들고 있다.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고 부당요금을 징수하는것은 물론 승차거부, 합승행위를 해 외국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한 일본인은 대전에서 부여를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부당요금을강요당한 대표적인 케이스. 택시요금은 미터기로 2만5천원이 나왔으나 기사는 돌아가는 요금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8만원을 낼 것을요구했다. 그는 택시기사와 타협을 해 5천원을 깎아 7만5천원을 지불했으나 이로인한 불쾌한 심정은 한국을 떠날 때까지 계속됐다.◆ 한국적 정서 담긴 기념품 개발해야외국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머무는 동안 지불하는 비싼체류비도 추락관광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조사한 특급호텔을 기준으로 외국관광객 1명이 지불하는 비용을 보면 관광비용이얼마나 비싼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1박 숙박비(스탠더드 트윈)가3백5달러, 안심스테이크 1인분이 28달러, 와인 1잔이 9달러, 커피1잔이 5달러 정도였다.이를 기초로 외국관광객 1명이 1박시 지불하는 비용을 산출해보면4백40달러 정도 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0%, 봉사료 10%를 가산하면 전체 1박비용은 5백20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할 경우 (환율 1달러 9백원기준) 47만원 정도 된다.이같은 한국 체재비용은 대만 타이페이 3백30달러, 말레이시아·콸라룸푸르 2백50달러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 볼거리도 그리 많지 않은 상태에서 체류비용마저 비싸니 외국관광객이 한국을 찾길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이같은 요인과 함께 외국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서 살거리도 없다.경주 제주도 등 유명 관광지의 기념품은 인형 담뱃대 연필 그림엽서가 대부분이고 품질또한 조잡하기 그지 없다. 한국적 정서가 담긴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우리 관광산업계가 안고있는 과제다.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싱가포르의 경우 주변국가와 연계한 무한관광프로젝트를 과감히 추진, 신흥 관광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우리도 갖고 있는 관광자원을 총체적으로 활용할수 있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문한다. 대한여행사 장호식부사장은 『볼거리가 부족하다고하나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그런것만도 아니다』며 백제의 중심지였던 부여, 전통사찰인 전남송광사, 안동 하회탈춤 등을 그 예로들었다.이들 전통문화상품을 외국관광객들에게 구경시키려 해도 호텔이 없어 패키지상품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그는 지적했다.2000년대 관광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관광인프라구축 못지않게 외국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 편안하게 잠자고 싸게 물건사고,안전하게 지내다 갈수 있는 환경조성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관광업계 및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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