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한국' 누가 죽였나

「고부가 청정산업」 「굴뚝없는 공장」 「무공해 수출산업」 「스마일산업」 「21세기 미래산업」 「5차 전략산업」…. 모두 관광산업을 지칭하는 말들이다. 정보통신 환경사업과 함께 21세기를 주도할 3대산업으로 꼽힌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관광산업을 통한 수익이 크기 때문이다.70년대만 해도 한해 평균 1억1천만달러를, 80년대에는 연간 약 6억달러의 관광흑자를 보면서 외화획득과 경제발전에 있어 주요한 몫을 관광산업이 담당하기도 했다. 유발효과도 엄청나다. 지난 94년당시 관광업무를 맡았던 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관광산업의 생산유발도는 1.54로 수출산업의 1.72∼2.31보다 높으며 외화가득률은87.2%로 수출산업의 64.1∼75.3%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세계관광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만도 세계관광산업은 관광객 기준으로 5억9천1백86만여명으로 4.5%가, 항공료를 제외한 수입기준으로 볼 때 4억2천3백만달러로 7.6%나 성장했다. 『90년대 초반이후 관광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21세기에 관광산업이 세계에서 가장 지속적이고 역동적인 산업분야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는것이 WTO 프란시스코 프랑지알리사무총장의 말이다. 오는 2020년까지 매년 1천6백만명의 관광객이 증가하고 관광산업은 4%씩 성장하는 등 21세기에도 관광산업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WTO는예측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올 한해만도 내국인 출국자와 외래관광객 입국자를 합친 국제관광시장이 1천만명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그러나 우리 관광산업의 속을 들여다보면 「과거를 묻지 마세요」다. 한국의 관광산업은 「모래성」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쌓기는 쉽지만 기초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외풍을 쉽게 탄다. 정치경제 사회 등은 물론 정부정책이나 법조항 하나에도 크게 흔들린다. 그만큼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관광수지가 적자로 전락한 것도이런 이유들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관광특구도 내국인들의 ‘마당’이런저런 이유로 무너지는 관광입국의 현실은 지난해 관광산업현황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모두 3백68만3천7백79명. 95년의 3백75만3천1백97명보다 6만9천여명(1.8%)이 줄어들었다. 10·26, 12·12, 5·18로 이어지는 불안한 정치상황으로 입국자수가 줄어든 80년이후 16년만에처음으로 외국인관광객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다. 덕분에 순수한 여행수지적자는 15억4천4백만달러나 됐다. 정부의 관광산업에 대한의지가 반영됐다는 관광특구도 내국인들의 마당으로 변했다.이런 관광산업의 몰락은 여행상품모방과 덤핑 등 과다경쟁으로 제살깎기에 열중하는 여행업계, 비싼 호텔비로 관광흡인력을 덜어뜨려 적자의 주범이라는 말을 듣는 호텔업계, 관광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 제기능을 못한다는 원망의 눈초리를 받는 관광공사와 문체부 등 모두의 책임이다. 물론 국민들의 불친절, 빈약한 볼거리,부족한 관광안내체계, 비싼 물가 등 업계외적 요인들도 작용하고있다.그러나 여행사 호텔 항공사 관광공사 등이 관광산업의 주체인만큼이들에게 일정역할을 요구하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해외여행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일정인원의 해외관광객을 유치하도록 할당량을 정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호텔의 경우 등급심사시 시설중심이 아닌 경영 서비스 등에 높은 가치를 두는 탄력심사를 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관광공사·문체부에 원망의 눈초리날갯죽지가 꺾인 한국의 관광산업이지만 활로는 있다. 다양한 관광상품과 관광지를 개발해 관광흡인력을 높이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문화관광 테마파크 컨벤션산업 안보관광 등이다. 근시안적 처방에 급급했던 관광조직을 재정비해 관광청을 만들어 관광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물론 유관부처 ·기관·업계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구축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한국관광학회 신현주회장(세종대)은 『일관성있고 지속적인 정책을추진할 수 있는 통합적 관광정책과 조직, 국민관광수용태세의 선진화, 관광전문인력의 적재적소 배치와 활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 임병수 문화체육부 관광국장호텔업계 지원 곧 가시화될 것지난해에는 외래관광객이 줄어들고 관광수지적자도 유례없이 증가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지난 89년 해외여행자유화가 이뤄진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며 그후해외사용한도를 풀면서 내국인출국자들의 씀씀이가 커진 것이 큰원인이 됐다고 본다. 관광진흥을 위해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즐기고 활력을 가질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국민소득이1만달러를 육박하면서 관광·레저·여가생활에 대한 욕구가 증가했지만 국내관광지의 개발이 늦어지고 갈만한 곳이 없어지면서 해외관광이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이 변해 4월말까지 약6% 정도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관광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광산업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체부의 구체적인 관광진흥계획은 무엇인가.단기적으로는 중국관광객들을 보다 많이 끌어들이는데 가장 초점을두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거론되는 노비자형태가 아니라 절차간소화 등으로 여행사들의 모객을 돕는 방안이 준비되고 있다. 아울러 동남아 특히 대만시장도 다시 집중공략하는 한편 주고객인 일본관광객들의 재방한을 유인하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런 시책들이 제대로 시행되면 올 목표인 4백20만명 입국은 물론 그 이상도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본다. 중장기적으로는 근래에 제정된 법률에따라 호텔과 컨벤션산업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에 대한 지원과 관광업계의 애로사항해소에 중점을 둘 것이다. 현재 호텔투자가 완화되면서 약 7∼8개의 호텔이 신축을 준비중이며 컨벤션센터도 서울 인천 제주 부산 등 5∼6개 도시에서 건설을 준비중이다. 아울러 현재가장 어려움을 겪고있는 호텔업에 대한 지원도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다.그렇다면 호텔업계가 주장해온 부가세 영세율적용이나 재산세축소등의 세제지원이 이뤄지는 것인가.지금은 뭐라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세제차원의 문제는 국가경제차원에서 논의돼야 하며 관계부처와의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 어떤형태로든 호텔업계에 대한 지원이 가시화될 것이다.관광정책을 수립하는 문체부가 관광산업을 위해 제 역할을 다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관광업무를 문체부가 담당한지 이제 2년이 넘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 각국의 관광진흥을 보면 문화 체육 관광을 연계시키려는 노력이뚜렷하다. 결국 문체부의 관광업무수행도 이런 흐름에 맞는 것으로잘 될 것이다.관광업계와 학계에서 관광청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청승격의 문제는 대단히 민감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청승격보다는국이나 실의 조직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유관부처가 많고 관광개발에 있어 환경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현실에 비춰 관계부처와의원활한 협조를 고려한다면 국이나 실의 형태가 유리하다. 청으로되면 오히려 관계부처와의 협조기능이 약해진다. 비록 경제부처가아니라도 문체부에서는 관광산업의 토대인 금융 토지 등에서 약20여개의 규제를 푸는 성과를 올렸다. 앞으로도 남은 40여개의 각종 규제를 없애는데 노력할 것이다. 경제부처가 아니라고 관광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은 말도 안된다. 게다가 관광업무가 문화관광 스포츠를 연계시키는 게 세계적 추세다. 관광산업은 단순히도로확장이나 재정 등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전략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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