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없다'…평생 현역

정주영명예회장은 요즘도 매일 계동 사옥에 출근해 업무를 본다.그의 출근시간은 오전 8시에서 8시30분 사이. 과거 청운동 자택에서 아들들과 새벽길을 걸어서 출근하던 때와는 다르지만 서울에 있을 때면 반드시 이 시간대에 출근을 해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물론 하루 온종일 사무실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한두시간 사무실에서 관심사안만 체크할뿐 오전 10시나 10시 30분경 자리를 뜬다. 퇴근인 셈이다. 퇴근 후에는 개인적인 약속이 없으면 다시 청운동 자택으로 돌아가 독서를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근무시간은 대체로 그룹의 주요 업무를 보고받는 시간이다. 업무보고는 대부분 정몽구 그룹회장의 몫이다. 개인적인 관심사는 박세용그룹종합기획실장이 맡아 보고를 하며 이내흔 현대건설사장이 종종불려와 정명예회장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이따금 다른 계열사 회장이나 사장이 호출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극히 드물다.정명예회장이 보고를 받는다고 해서 결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대그룹의 50년을 앞장서 이끌어온 최고 원로로서 조언을 해줄뿐이다. 보고내용은 대체로 그룹의 전반에 대한 내용이다. 굵직한내용을 보고하면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정명예회장이 보다 관심이 있는 부분은 제철사업과 관련된 것들이다.제철과 관련된 내용은 변동사항이 있으면 반드시 보고를 한다는게측근들의 전언이다.요사이 정명예회장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북한과관련된 것들이다.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관련 소식에서부터4자회담 진척 과정, 최근의 식량부족사태 등 북한과 관련된 내용은반드시 보고를 해야한다. 『북한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의 경제발전에 온힘을 다시 한번 쏟겠다』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한다고 한다. 지난 89년 북한을 방문해 고향인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를 방문했던 정명예회장은 다시 한번 북한을 방문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공개석상에서 비서들의 부축을 받는 모습을 보고 건강이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건강은 좋다. 다만 다리가 불편할뿐이다. 한동안 승용차를 타는 것도 불편했지만 지금은 현대자동차가 만들어온 다이너스티 리무진으로 한결 편하다. 병원에도 자주들르는 편이 아니다. 건강진단도 아직 1년에 한번만 받는다.◆ 다독은 여전·한달 2~3번 꼴로 지방 내려가정명예회장은 한달에 2~3번 꼴로 지방에 내려가 3~4일씩 머문다.서산과 울산 강릉이 단골 코스다. 서산농장에서 농장 곳곳을 둘러볼때 가장 편한 마음을 갖는다고 한다. 울산에서는 현대중공업이나현대자동차 공장을 종종 들르며 경주 현대호텔로 자리를 옮겨 휴식을 취한다. 강릉에서는 동해관광호텔에 여장을 푼다.정명예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모임은 역시 전·현직비서들과의 야유회다. 지난 4월 10일에도 40명에 가까운 전·현직비서들을 모아 경주와 강릉을 돌며 벚꽃놀이를 다녀 왔다. 매년 갖는 행사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정명예회장은 이날도 술자리에서 노래를 세곡이나부를 정도로 즐거워했다는 후문이다. 달라진 것은 정명예회장의18번으로 잘 알려진 「이거야 정말」 「가는 세월」외에 「고향무정」이 새로운 레퍼토리로 등장한 것 뿐이다.집안모임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과거처럼 매일 아침식사를아들들과 함께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2세들이 저마다 사업체를경영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제사때나 명절때를 제외하고는 모두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거의 없다.책은 소설이나 경제관련 서적이나 가리지 않고 많이 읽는다. 선물로 들어오는 책이 워낙 많아 이 책들도 다 못 읽을 정도다. 정명예회장의 요즘 취미는 스스로 말하듯 「일하는 것과 TV보는 것」이다. 특히 TV 뉴스는 빠뜨리지 않고 본다. 드라마 가운데는 KBS1TV의 「용의 눈물」을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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