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펑펑 쓰면서 해외홍보는 '백치'

지난 4월 전세계 44개국 1천6백여명이 참가해 중국에서 개최된「97 아·태관광협회(PATA) 관광교역전」. 당시 관광공사측은 1천여만원을 들여 만든 부스가 최우수부스상을 탔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교역전을 활용한 관광홍보라는 차원에서는 관광공사의 활동효과가 「제로」였다는 말이 여행업계에서 나왔다.2층 구석에 위치한 부스는 찾는 발길이 뜸해 행사참여의 주요 목적중 하나인 실질적인 홍보효과가 적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사가주관한 칵테일파티는 장소는 좁은데 많은 인원이 몰리자 한국인들은 나가달라며 안내방송까지 하는 촌극을 빚었다는 것이다. 친교와비즈니스를 함께 할수 있는 기회인데도 말이다. 당시 교역전에는한국관광관련업체에서 60여명이 참가하고 있었다. 이러니 한국의관광적자가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관광업계에서 나왔다. 관광한국을 책임질 관제탑인 관광공사측의 홍보미숙과 제몫을 못하는관광공사에 대한 관광업계의 시각이 곱지 않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다.관광공사는 지난 62년 6월에 창설된 정부투자기관으로 해외홍보관광업무를 전적으로 집행·수행해 온 주무기관으로 4개본부 4실46부, 그리고 20개 해외지사와 사무소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관광집행기관임에도 관광수지적자를 말할 때면 공사측은 대외적인 관광진흥활동부족보다는 한국의 정치·경제상황 등 외부적 요인과 국민들의 불친절 등 관광수용자세에 책임을 전가시키곤 했다.하지만 관광관련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공사가 본연의 임무인 해외홍보에 있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국내 인바운드업계의 침체에 대해 일반여행업협회의 한관계자는 『인바운드업계의 활성화는 기본적으로 관광공사측의 업무』라며 『외국여행사나 바이어를 상대로 한 제대로 된 국내관광여행전 하나 없다』며 간접적으로 공사측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P호텔의 한 관계자는 『국내관광산업의 일대 전환점으로 삼을 수있었던 지난 94년 「한국방문의 해」와 같은 대형행사 개최가 큰소득없이 끝난 것도 공사측에 책임이 크다』며 『차라리 그때 친절서비스개혁 등 국민들의 관광수용태세를 향상시키고 관광단지개발이나 관광상품개발에 주력했다면 지금의 관광산업발전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국내관광여행전 하나 없어공사측이 해외홍보에 얼마나 무딘가는 예산으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공사측의 예산 1천7백87억원 가운데 국제관광진흥에 할당된 돈은 전체 예산의 13.57%인 2백42억3천9백여만원에 불과했다. 이는전체예산 1천6백71억원의 14.51%를 차지했던 94년도에 비교해 액수나 비중면에서 오히려 줄어든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반면에 일반경영관리비는전년도에 비해 1천여억원이 늘어나 예산의 73.87%인1천3백30억원 이상이 책정됐다. 해외관광홍보가 주임무라는 공사로서는 기이한 예산 책정인 셈이다.조직운영에 있어 비능률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이나오는 말 가운데 하나는 해외지사운영. 태국 싱가포르 남미 등 방한관광객이 미미해 있으나마나한 곳에 해외사무소를 설치해 놓느니차라리 거대관광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나 이탈경향을 보이는 일본 대만 등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 여행업계에서나오고 있다.해외사무소의 활동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연구원이발간한 「한국관광산업의 장기발전전략」이라는 보고서는 공사측의해외홍보와 관련해 「지역별 시장규모와 지사규모의 불일치, 지사의 재량권 미흡, 건수나 물량위주에 기초한 지사평가상의 문제, 관련단체와의 협력부족」 등을 지적했다.이는 결국 열악한 경쟁력으로 나타났다. 세계관광기구가 80개 국가관광기구의 예산규모와 효율성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는 효율성면에서 최하위권인 62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당시 조사에서 관광공사는 외국관광객 한명을 유치하는데12달러90센트를 쓴 반면 홍콩은 2달러82센트, 일본은 4달러17센트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보다 3배이상을 쓰면서도 해외홍보를 제대로 못한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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