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발! 섹스산업

비디오숍은 야한 것만 취급한다? 비디오숍에 가서 신문 등에 실리는 아트필름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분명 예고편을 보고 갔는데도막상 빌려달라면 없단다. 그러면서 아예 우리 가게에서는 그런 류의 영화는 취급하지 않는다고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좋은 영화 한편 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비디오가게들이 에로물 등 흥미위주의 영화를 선호하는 까닭에 예술성이 뛰어난 영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비디오숍에도 불황이 밀어닥치면서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일단 흥행에 자신있는 에로물이나 폭력물을 들여놓고 보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여점주들은 고객들이 야한 것을 주로 찾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 대작으로만 진열장을 채울 경우 일시적으로는 관심을 끌지만한달이 못돼 바닥을 드러내는 경우가 허다하는 것. 대신 에로물을찾는 사람은 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에로물을 위주로 해서 진열해놓을 수 밖에없다는 얘기다.성이 만연하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성이가미돼야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어필할 수 있는 시대다. 요즘 한창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섹스어필 광고도 마찬가지다. 광고인들은 같은 주제라면 성을 등장시켜야 한 사람이라도 더 광고 앞으로끌어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TV에서 선정성 경쟁을 벌이듯 마구 벗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CATV는 노골적으로 성을 상품으로 판다. 연극은 또 어떤가. 법의 심판으로 요즘은 약간 주춤한 상태지만 지난 몇년간 대학로는 벗은 여배우들의 숨소리로 가쁘기만 했다. 벗겨야 돈을 번다는 얘기가 번지고 실제로 관객이 몰려들면서 한동안 벗기기 경쟁이 그칠줄을 몰랐다. 이런 상황에서 누드모델 이승희는 성의 개방시대에 불을 댕겼다. 입국과 동시에 팬들로부터 영웅대접을 받았고그녀가 등장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하루에 2만여건 이상의 조회건수를 기록하기도 했다.성을 상품화해 소비자의 주머니를 노리는 성산업이 번창하는 것도성에 대한 이러한 인식변화와 맥을 같이한다. 성산업 종사자들은갖가지 방법을 동원, 성에 목말라하는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때로는 사람들의 욕망 자체를 창출해내기도 한다. 물론 성산업은 예전에도 존재했다. 조선시대나 일제시대에도 매춘은 성행했다. 70년대나 8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성은 철저히 금지의 대상이었다. 누드모델이 누드집을 내고 거리에 섹스숍이 등장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시절이었다. 또 범위도 아주 제한적이었다.그저 책이나 영화에서 성을 다루고 은밀한 방법으로 성용품이 거래되는 정도였다. 특별히 방송이나 광고에 섹스어필하는 장면이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성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적절히 이용하는 사례가 폭발적으로증가하면서 성산업은 이젠 하나의 완전한 분야로 자리잡아가는 상황이다. 좀 지나친 애기지만 성을 모르고 이를 제대로 활용할줄 모르면 돈벌 생각을 하지 말라는 얘기도 공공연히 회자된다.◆ 황금만능주의 10대들의 가치관마저 뒤흔들어요즘의 성산업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끝이 어디인지 감이 잡히지않는다. 기존의 향락업소 외에 신종 업소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어떤 카페에서는 아예 셔터를 내리고 회원제로 영업을 한다. 낮에예약을 받아 서비스할 여성을 미리 대기시켜 놓는 등 철저히 고객중심주의(?)로 운영한다. 보도사무실이라는 정체를 알기 힘든 단체도 성업중이다. 여성접대부를 공급하는 일종의 소개소로 최근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서 여성의 「소비」가 많아지자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술값과 서비스료를 대폭 깎아준다는 구호를 내걸며 손님을유혹하는 가격파괴형 룸살롱도 성업중이다.사창가의 매춘은 오히려 진부한 느낌이다.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사우나나 안마시술소가 새로운 매춘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외국여성들도 매춘에 가세하고 있다. 불법체류를 불사하고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밤거리를 누빈다. 서울의 동대문이나 부산에 가면 인터걸로 불리는 동구권 출신 여성들의 휘날리는 노랑머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복제품이 판을 치는 포르노필름이나 CD롬, 성기구는 거대한 지하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시중에는 농도짙은 대화가 오가는 전화방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도심을 벗어나도 성산업의 젖줄은 흐른다. 대표적인 것은 최근 서울 등 대도시 근교에 줄줄이 들어서고 있는 러브호텔이다. 서울 주변의 경우 양주군에만 장흥 유원지 주변의 30여개소 등 무려 60개가량의 러브호텔이 있다. 남양주시에도 약 1백20개소가 성업중이다. 경기도만 해도 지난해말 현재 전부 합쳐 2천6백여개가 불륜을꿈꾸는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부산 등 다른 대도시 주변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최근 불황중에도 장사가 잘되는 곳이 많다는 소문이 나면서 신축 러브호텔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여행도 예외는 아니다. 이른바 묻지마관광이 널리 퍼지고 있다. 오로지즐기기 위해 떠나는 여행으로 수도권의 중년층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성이 사회 전체에 급격하게 퍼지다보니 문제점도 많이 불거지고 있다. 구태여 퇴폐문화를 양산한다는 옛날식 레파토리를 읊조릴 필요도 없다. 10대의 중고생이 돈을 벌겠다며 매춘에 나서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일부 여상고의 경우 60명의 한반 학생 가운데 무려10여명이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 나간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전해진다. 성산업이 방향없이 표류하면서 10대들의 가치관마저 뒤흔들고있다. 황금만능주의가 어린 소녀들을 향락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는상황이다. 시간은 한번 지나면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자칫아주 중요한 시기에 소를 잃고 소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우리의 현실을 감안한 올바른 성산업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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