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연인'인가

27살의 재미교포 여성. 오하이오주립대 의대 입학. 대학재학중 학교를 그만두고 누드모델로 전업. 지난해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플레이보이지 표지모델로 등장. 톱스타 데미무어를 제치고 인터넷누드모델 베스트5에 뽑힘. 최근 자전적 에세이와 누드사진집 홍보차12일간 서울 방문.누드모델 이승희의 대략적인 이력이다. 어찌 보면 웬만한 연예인과특별히 다른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좀 돋보이는 부분이라면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플레이보이지에 나갔다는 것하고누드모델로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상위권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점. 또 하나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에서 활동하며 나름대로 자기분야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점을 높이 살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는 별다른 부분은 없어 보인다. 국내에서 그녀의 이름 석자가 알려진 것도 불과 3~4개월 전의 일이다. 지난 봄일부 언론이 국내에 소개하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 95년 그녀가 한국을 찾은 일이 있다는 사실이 전혀 알려지지않았던 사실도 이를 입증한다. 당시 그녀는 보통사람들 사이에 섞여 귀국, 별다른 활동없이 지내다가 며칠 후 조용히 출국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승희 인기, 마이클잭슨 내한때와 비슷그러나 이번에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승희는 이미 연예계의 영웅이되어 있었다. 공항에는 그녀를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정작 팬들보다 당사자인 이승희 자신이 더 놀랄 지경이었다. 신문, 방송 등 각 언론들의 관심도 엄청났다. 당시 현장을지켜본 공항 관계자들은 지난해 세계적 팝가수 마이클잭슨이 내한했을 때를 연상시켰다며 이승희에 대한 엄청난 관심에 혀를 내둘렀다. 귀국 후 첫 공식행사인 기자회견 장소는 아예 북새통을 이루었다.이승희는 서울에 머무는 12일 동안 최고의 뉴스메이커였다. 그녀의일거수일투족은 카메라에 담겨 안방에 전달됐고 인터뷰 요청도 줄을 이었다. 심지어 그녀가 투숙하고 있는 호텔에서 아침운동을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의 가정에 파고들기까지 했다. 못말리는 이승희신드롬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그런가 하면 서점가에서도 이승희는 귀한 몸이었다. 누드집 사인회에는 어린 꼬마를 비롯, 많은 팬들이 때아닌 장사진을 치기도 했다. 서점관계자들은 아마 사인회 사상 최고의 인파가 모여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고말한다. 그런 까닭에 일부에서는 순수하게 책을 사러 들른 것인지아니면 이승희의 몸매를 감상하러 간 것인지 구분이 안갔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승희의 팬사인회는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승희는 방한 기간중 인기 못지 않게 경제적으로도 아주 짭짤한수입을 올렸다. 시중에 알려진 것처럼 수십억대는 아니지만 불과열흘 남짓 방문하면서 올린 수입치고는 상당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우선 그녀는 CF출연료로 3억원을 벌었다. 거평패션의 속옷 라보라와 1년 계약에 2억원, 뉴코아백화점과 6개월 계약에 1억원을받았다. 또 자서전 (권당 6천8백원)와 사진집 (권당 1만3천원)를 내면서 계약금으로 3만불(약2천5백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승희는 자서전은 1만부까지는8%, 그 이상은 10%의 인세를 받기로 하고 책을 냈다. 또 사진집은5%의 인세를 받게 된다. 따라서 아직 판단을 하기는 이르지만 어느정도 팔리느냐에 따라서 계약금의 몇배에 해당하는 돈을 추가로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5월말 기준으로 자서전은 2만부, 사진집은 1만3천부 가량 팔려나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진집과동시에 발매된 CD롬 (1개당 3만원)도 1만여개쯤 나갔다. 이밖에 이승희는 영화 출연과 관련해서도 출연료로2억원을 받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 연극연출가로 유명한 이윤택씨가 메가폰을 잡을 예정인 는 오는 하반기에 본격 촬영에들어갈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이승희는 한국에 머문 12일 동안 거의 6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줄잡아 하루에5천여만원씩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를 좀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기업체에서 20여년 근무한 중견간부의 연봉과 맞먹는 액수다.방송출연료로 약 3백만원을 받았으나 이는 전액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이승희는 국내에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반면 한편에서는 적잖은 비판을 사기도 했다. 특히 PC통신에는 연일 그녀에 대한 찬반의 글이 올라왔다. 반대파들은 대부분 그녀가 귀국해서 받은 환대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을 퍼부었다.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비난이 주류를 이루었다. 심지어 동업자인 누드모델들조차 이해가 가지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외파 누드모델 우대, 문화적 사대주의’ 비난대중매체나 팬들에 대한 비난도 높았다. 하영은 누드모델협회장은우리에게는 그렇게도 비판적이던 사람들이 이승희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했던 것 같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이승희가 단지 해외파라는 이유 때문에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자조섞인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만약 이승희가 한국에서 활동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였다. 문화적 사대주의라는 비아냥이 제기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런가 하면일부 사회단체에서는 이승희와 CF계약을 맺은 백화점에 대해서까지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건전해야 할 백화점 광고에 누드모델의 벗은 몸을 싣는 것은 지나친 성의 상품화라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그러나 이승희의 상품화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비판에 대해 지나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분야의 프로로서 상품성을 충분히갖추고 있기 때문에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는설명이다. 예를 들어 강한자만이 살아남는 미국에서 동양계로서 그정도로 성공했다면 남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특히 이들은 일부에서 사대주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대해 납득할 수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국내의 누드모델들이 푸대접을 받는 이유에 대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못박는다. 자기관리를 잘하고 프로정신으로 무장하고 있으면 어디를 가든인정을 받는 게 요즘의 세태 아니냐는 얘기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한바탕 열풍을 몰고 왔던 이승희는 이제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가 지나간 자리는 쉽게 지워질 것 같지 않은 조짐을 보이고있다. 자서전과 사진집, CD롬이 꾸준히 나가고 있고 직접 출연한CF도 속속 매스컴에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영화 가 곧촬영에 들어갈 예정이고 건강을 주제로 한 비디오도 구상중이다.또 여러 영화사에서 출연을 교섭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승희는 떠났지만 그녀에 대한 열기만큼은 사그러들지 않고 계속되고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는 전속매니저가 있어 앞으로의 인기관리는 물론이고 스케줄에 대한 조정도 맡고 있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승희라는 존재가 우리들 주변에 머물러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이승희 열풍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우리나라의 성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통해 우리의 실정에 맞는 성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의견도 개진됐다. 붐을 이루며 나날이 번창하는 성상품에 대해서도 찬찬히 둘러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어떤 일을하든, 아니면 어떤 물건을 만들든 상품가치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통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기에는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사실이다. 성을 지나치게 상품화할 경우 오히려 성문화 자체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 교수는 『무분별한 성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며 『성산업 역시 누구나 부담없이 친숙하게다가설 수 있는 건전한 방향으로 육성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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