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관광' 등 엽색행각 성행

최근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비디오영화 가운데 이라는 것이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남녀주인공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으로 아주 간단하다. 제목이 암시하듯전편에 걸쳐 질펀한 러브신이 이어지고 때로는 보기 민망한 정사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영화 속의 얘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엽색행각을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얼마전에도 폭력배와 연계된 비뚤어진 40대 남성들이 동남아에서섹스여행을 즐기며 도박을 했던 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일이 있다.특히 일행 가운데는 20대의 젊은 여성들이 포함돼 있었음이 밝혀져섹스여행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여성들은 1주일 가량 동행한 대가로 수백만원대의 귀금속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물론 이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경우는 다르지만 파트너를 동반하고 해외를 돌아다니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특히40~50대의 중년들이 20대 초반의 여성을 데리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행지로는 동남아가 가장 많은데 이는거리상으로 가까운데다 호젓하게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일부는 성이 개방돼 있는 유럽투어를 다녀오기도 한다. 함께 가는 여성에게는 보통 1주일기준으로 2백~3백만원의 현금이나 이에 상당하는 귀금속이 안겨진다.국내에서도 섹스관광은 성행하고 있다. 은밀하게 진행되는 까닭에외부에 노출되지는 않지만 상당히 폭넓게 퍼져있다는 것이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요즘 한창 번지고 있는일명 「묻지마관광」(또는 「나몰라관광」)이다. 이는 중년의 남녀가 짝을 맞춰 여행을 떠나 즐기다 오는 관광으로 보통 관광회사가동반할 사람을 주선한다. 물론 파트너는 생면부지의 사람 가운데고른다. 그런데 여기에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 서로 남녀의 신상에대해 철저히 비밀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파트너가 어디에 사는지,무슨 일을 하는지 묻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익명성을최대한 보장해주는 셈이다. 그래야 믿고 떠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주장이다. 여행지에 가서는 어디를 구경하기 보다는 먹고 노는데시간의 대부분을 보낸다. 저녁에는 아예 근처 나이트클럽 등에 떼지어 몰려가 술을 마시며 맘껏 논다.파트너에 수백만원상당의 금품·보석 주기도이 관광은 주로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3년여 전부터 인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퍼져나갔다. 보통 남녀 각각 10~20명씩 참가하고 여행지로는제주도 부산 경주 등지가 주로 이용된다. 여행사에 내는 비용은 다른 일반관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욋돈이 많이 든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술값과 숙박비를 합쳐 하룻밤에 수십만원씩 쓰는 것이보통이다. K여행사의 김모 이사는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도시에서 지방으로 섹스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느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일부 부유층의 빗나간 행각으로 건전해야 할 여행문화가 무너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한다.현실적으로 섹스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기란거의 불가능하다. 워낙 은밀한 방법으로 즐기는 까닭이다. 하지만분명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느낌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 들어 동남아 각지에서 한국인들의 섹스관광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만 가는 형국이다. 우리가 한때 일본인들의그릇된 행태를 비난했지만 이젠 우리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해외에서의 섹스관광은 초호화판 여행을 부추겨 외화낭비에도한몫한다는 분석이다. 관광객의 역조현상이 심하고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돈씀씀이가 문제되는 시점에서 크게 우려되는 대목이다.관광의 목적은 여기저기를 두루 둘러보며 견문을 넓히는 데에 있다.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자주 보내라는 조상들의 말이 폭넓게쓰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실은 관광의 참뜻을 잘못 이해한 탓인지 탈선여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섹스관광은 누가 뭐래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여행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건전한 여행질서가 요청되는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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