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변통 아닌 일관된 정책 펼쳐야

관광정책에 관한 한 관광업계에서 나오는 말은 「아 옛날이여」다.전에 교통부에서 관광업무를 관할할 때는 힘도 조금 있고 관광산업을 잘해보자는 분위기였지만 문체부로 관광업무가 이관되면서 이런분위기가 죽었다는 것이다. 경제부처인 교통부소관이었을 때는 관광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인식해 예산이나 정책집행 등에서 우선순위에 두었으나 이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뿐만이 아니다. 문체부가 수립한 관광정책을 일선에서 총괄수행하는 관광공사측도 드러내지 않지만 불만이다. 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관광산업에 있어 교통문제는 비중이 엄청 크지만 문체부쪽은 힘이 없어 근본적인교통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관광업무가 문체부로 이관된 것은 지난 94년 12월. 정부의 부처통합에 따라서다. 지난 48년 정부수립시 줄곧 교통부소관이었다. 당시 관광업계에서는 관광주무부처가 경제부처에서 비경제부처로 주무부처가 바뀌는데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관광산업의 뼈대인 관광업계와 관광시설 등을 등한시한 채 이벤트나 문화 등 관념적 차원에서 관광업무를 추진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이에 대해 문체부측은 관광의 질과 문화관광 등을 거론하며 관광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방어논리를 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실례로 지난 95년 문화관광을 표방한 이천도자기축제에서 문체부측은 이벤트행사에만 치중해 외래관광객 유치와 관광수입증가라는 현실적인 이익을 간과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지난해 한차례파동을 겪었던 출국세문제도 문체부의 관광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문체부로 관광업무가 이관된지 만3년이 돼가는 지금도 정부의 관광정책에 대한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관광업계 일각에서는관광업무를 총괄수행하는 관광공사 사장을 쉽게 바꾸는 것만 봐도관광산업에 대한 정부의 홀대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3년으로 보장된 임기를 못 채우고 떠나는 공사사장이 여럿 있었는데 이는 관광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국영기업인 공사와 관광업무에 대한정부측의 가벼운 시각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각종 규제로 묶어 관광관련업계 악화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각종 관광진흥정책을 내놓지만 정부측의 필요에 의한 일시적인 지원이라는 시각이 관광업계에 팽배해 있다.한 호텔업계의 관계자는 『지난 88년 올림픽을 전후해 정부에서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며 장려해 호텔을 지었는데 이제 와서 각종 규제가 많아져 문을 닫는 호텔이 늘어나고 덩달아 객실부족도 생기고있다』며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관광정책이 지금의 관광수지적자를 만든 셈』이라고 비판했다.지난 88년에는 외국인의 호텔숙박비와 식음료비에 대한 부가세 영세율 적용이나 슬롯머신업에 대한 허가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모두금지돼 호텔들의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나아가 관광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임시변통식의 관광정책은 「관광 숙박시설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나 「국제회의 산업육성에 관한법률」이 제정된 것도 결국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나2002년 월드컵개최 때문이며 행사가 끝나면 다시 규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관광업무를 총괄하는 문체부가 관광관련단체들의 불화를 부추겨 관광산업을 이끌어 나갈 구심력을 흩뜨린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관광협회와 호텔협회의 분리. 『업종별 통합단체인 관광협회내에서 호텔업계가 호텔협회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관광업계의 많은 갈등이 드러났지만 이 과정에서 관광주무부서인 문체부의 기준이 모호했다』며 『결국 관광업계의 힘만 분열시켰다』는 것이 관광협회 김영선 계장의 말이다.이런저런 이유로 관광업계에서는 관광청신설문제가 조심스럽지만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국관광학회 신현주 회장(세종대)은『(관광진흥을 위해서는)굳이 관광청이 아니라도 통일된 조직이 필요하며 경제부처를 지향해야 한다』며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지난 임시국회에서는 정영훈의원(신한국당, 경기 하남·광주)의 관광청 신설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당시 총리는 답변에서 『관광청신설이 관광산업의 진흥을 위한 방안의 하나』라며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기구는 설립할 수 있다』고 답해 여운을 남기기도했다.관광청문제에 관해서는 관광공사측도 불감청 고소원이다. 문체부의눈치를 보느라 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은근히 바라는 분위기다.관광공사 국내홍보처의 한 관계자는 『관광관련업체와 문체부 사이에 끼인 상태라며 위만 보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차라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관광청이 신설되거나 공사가 승격되는게 관광행정을 밀어붙일 수 있어 속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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